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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향기 머무는 곳...


BY 그대향기 2008-07-07

 

그대향기 머무는 곳...

드디어 남편을 조르고 졸라서 내 꽃밭의 이름을 박았다.

언제부턴가 그냥 꽃에 물만 주고 즐기기 보다는 꽃밭의 이름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남편을 졸랐다.

\"혹시....시내(그래봐야 읍내지만) 갈 일 없어요?\"

\"그저께 빌린 비디오 테잎 갖다주러 갈건데 왜?\"

\"저..어..기...그 왜 석물집 있잖아요?\"

\"누구네?\"

\"우리 초창기에 가스 설비하신 분?\"

\"아...석물 개업하셨다는?\"

\"그 집...개업식 때도 못 가봤는데 음료수라도 하나 들고 인사가요.

그래도 우리랑 친했었는데 찾아가 봐야죠.\"

\"그래 그럼. 안 바쁘니까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 먹고 오지 뭐\"

아~~싸~~~

드디어 내 연막 작전에 남편이 걸려들었다.ㅎㅎㅎㅎㅎㅎ

그저께 빌린 반담이 나오고 또 또 누구누구 액션배우가 줄줄이 나오는 비디오테잎을

들고 얼른 남편의 옆자리에 올라탔다.

\"갑자기 왜 그 집엘 가자는데?\"

가면서도 뜬금없이 석물집에 가자는 아내가 궁금해서 묻는 남편에게 그냥으로 일관했다.

\"그냥....하도 못봐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고 그 집 애들 많이 컸나...궁금해서.\"

속은 꿍꿍 눌러 놓고 자꾸만 석물집에를 가자는 아내를 의심도 않고 가 준다.

마침 일을 끝낸 사장님이 마당에 서 계시고 반갑게 맞아주신다.

사무실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한잔 마시고 난 성급하지 않으려 최대한 우연인 것 처럼해서

\"혹시...일 하시다가 살짝...진짜로 사알~~짝 돌에 금 간 것 하나 있나요?\"

갑자기 돌을 찾는 아내가 의아해서 남편이 묻는다.

\"돌은 뭐하게?\"

\"저..어..기...내 꽃밭에 이름표 하나 세워두게.....\"

그 동안 꽃이며 화분 말구유를 사다 나른 남편이기에 또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나는 아는 집에서 일 하시다가 살짝 금이간 돌이나 자연석 쪼끄만 것 하나 얻어서

글씨를 새기는 값만 드리고 꽃밭의 이름을 세워주고 싶었다.

오래 전 부터 혼자서\' 하고싶다 하고싶다 \'를 외쳤지만 실천을 하진 못하고

오늘 저녁에 남편을 앞세우고 석물하시는 오래 전 지인을 찾았던거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계시던 사장님

\'뭐 하시게 돌은? 커야혀? 아니면 작아도 돼야?\"

충청도 사투리까지 섞어서 정 있게 말씀하신다.

\"제 꽃밭에 이름표 하나 세우려고요. 그러니까 크지 않아도 되고 이쁘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편편하게 이름만 적을 수 있으면....\"

최대한 얻어볼 요량으로 측은지심을 유발시키려는데 남편이 돌을 보러가잔다.

마당에 줄줄이 새워둔 무덤에 쓸 돌이며 기념비 , 나무심고 기념으로 세우는 돌, 인물화가

새겨진 신기한 돌.....

색도 가지가지 모양도 가지가지인 돌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서 있다.

이리저리 보물을 찾아서 돌아봐도 얻어갈 수준의 돌은 안 보인다.

하나 있긴한데 각이 너무 엉망이다.

안타깝게 비싼 돌들만 둘러보고 있으려니 사장님이 새까만 돌을 받침세워서 하나 하란다.

보통 중요한 기념식수하면 세우느 돌이라며 반듯하게 생긴 돌을 지적하신다.

\"금액은요????\"

\"싸게 해 드릴께. 오랫만에 오셨는데....\"

그러면서 일러준 금액은 상상초월.

석물이 비싼거구나......

혼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쉽지만 자꾸 깨진 돌을 휘..이..휘...이...둘러보는데

남편이 건너편에서

\"이걸로 하면 좋겠다. 크기도 모양도. 그런데 얼마면 돼요?\"

남편이 말하는 돌은 직사각형의 회색빛 화강암에 두께도 알맞다.

오래 전 부터 알고 지낸 분이라 싸게 이쁜 글로 써 주시겠다 해서 맞추고 왔다.

 

늘 꽃밭에 앉아(멋진 나무와 철제가 어우러진 벤취가 있다. 꽃밭 가에) 피고지는

꽃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내가 이름표를 하자니까 남편이 반대를 안한다.

\"당신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니 이름이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네.

이름을 뭐라고 지었는데?\"

 

\"그대향기 머무는 곳...\" ㅡㅡ앞판에 흘림체로.

 2008년 7월 7일ㅡㅡ   뒷판에 조그맣게.

 

그대향기는 나도 될수있고 남편이 될수도 있고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될 수도 있는 이름이다.

그런 이름들이 머무는 공간이름을 만들고 싶었는데 소원이라면 그렇지만

하여튼 이름표를 세겼다.

 

\"그대향기 머무는 곳..\"에 많이들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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