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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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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BY 솔길편지 2008-06-27

 어떤 날은 그러하다.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 곳에도 가지 않은 것도 모자라, 전화 한통 걸거나 걸려오지 않은채 날이 저물었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날은 그러하다. 아직 이르거니 싶은 아침 시각에 격조했던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걸 시작으로,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여기 저기 몇 군데서 기다렸거나 뜻밖이거나 간에 연달아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

 오늘은 일진이 좋은 날이었나, 아침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잘 있느냐는 친구의 전화, 조카 시험 날이 임박했는데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남동생의 전화, 먼 곳에 살아서 해가 바뀌어도 만나지 못하는 또 다른 친구의 전화, 그리고 아들의 전화.

 그중에서 아들의 전화는, 끊고 나서 유독 여운이 남았다.

 \"그냥,, 잘 계시나 해서...\"

 잘 계시는지 궁금하여 안부전화를 걸었다는 것인데, 용건없는 안부 전화를 자주 하는 아이가 아닌만큼  혹시라도 돈이 필요하여 전화를 걸었다가 차마 말을 못 꺼내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오후의 한가한 시간에 불현듯 되살아나는 거였다. 맞아, 기말시험은 끝났지만 공부방 봉사활동을 마무리지어야 해서 다음 주 초에나 내려가마고 하는데도, 돈은 있냐고 묻지도 않은채 잘 있다 오라면서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했지...

 아무래도 개운치가 않아서 오후에는 내 쪽에서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조금 어리둥절하며 긴장한다. 오전에 통화하고 또 걸려오는 전화라면, 긴요한 용건이 있으려니 싶었겠지.

\" 혹시, 무슨 할 말이 있어 전화했다가 못하고 끊은 건 아닌가 싶어 다시 해봤어.\"

\"예에?...아하하하, 엄마 정말 죄책감 제대로 안겨주시네. \"

아들이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터뜨리며 어미를 안심시켰다.

\"제가 얼마나 안부전화를 게을리 했으면, 그냥 엄마 생각나서 건 전화를 그렇게 받아들이셨을까, 아이구...\"

 나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스물 다섯 살 아들한테 어리광같은 투정을 했다.

 \"그래, 맞아. 딸 하나 있는 거는 시험 공부한다고 매달려 그렇고, 아들 하나 있는 거는 용건이 있어야 전화라도 걸고,, 엄마 가끔 외롭단다. 엄마 나이에 겪는 갱년기 증상이라는 게 있는데, 자식들이 전화라도 자주 걸어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던데...흠흠.\"

 \"죄송해요, 자주 전화할게요. 그리고, 다음주 중에 내려가서 뵐게요. \"

\"알았어. 밥 잘 먹고 잘 있다 와.\"

 아, 또 밥 이야기로 끝 맺었다. 밥, 재미없을지 몰라도, 그래서 용건없는 전화 거는 일에 성인자식들이 게을러지고 마는지 몰라도, 어미에겐 객지생활하는 자식이 밥을 잘 먹는지 먹었는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다음주에, 나는 손수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아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을 실컷 누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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