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 남편을 중매로 처음 만났을 때 관심은 고사하고 내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고 단정해 보이지 않는 남편의 옷차림 부터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 비호감의 남자.
하지만 박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별명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는 별명을 가지신
친정 아버지와 사는 엄마는 지금의 남편모습을 박력있고 어디에 내 놔도 밥은 굶지 않을
사내기질이 있다시며 예뻐 하셨다.
친정 엄마와 식당을 하면서 남동생 넷을 공부시키던 시절 그럭저럭 못난나를 넘보는
총각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팔자좋게 시집이니 결혼이니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우리사는 형편은 늘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도 중매하시는 분이 사무실 회식을 우리
식당에 잡아 선 인지도 모르는 선을 지금에 남편에게 보인 격이다.
그리고 나를 향한 남편의 집착.
안 그래도 싫은데 남편의 그런 집착은 더욱더 내 마음에 문을 닫게 했고 엄마는 여전히
그 사람이 참 예쁘다시며 좋아하셨다.
세월이 꽤 흐른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받자 마자 끊으려는 나에게 남편이 하는 말
\"두번다시 전화 하지 않겠습니다 꼭,한마디만 하고 판단은 본인이 하십시요.
제가 세상에 불알차고 나와 지금까지 여자에게 이렇게 수모를 당해본 적이 없었고 오늘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하면서 시간과 장소를 말하고 딸깍.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한참을 멍한상태로 서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만 순진한 처자가 들었든 \'불알차고\"란 표현이
충격이면서 너무나 박력있고 멋져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 한마디가 왠지 이 사람 따라살면 마누라 밥은 안 굶기겠다 싶은 확신이 들면서 꼭 나가고
싶은 마음이 되었는데 그 바쁜 저녁시간 그래도 엄마는 그 사람을 워낙 좋게 보아온 터라
나가는 걸 허락하셨다.그리고 만나보니 참 솔직하고 너무 원초적(?)이라 결혼할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워낙 투철해서 하지만 내 젊음을 아낌없이
이 남자에게 주어도 후회는 없을거란 생각에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우리 딸이 들어서는
불상사가...... 스물 넷 너무 여렸고 너무 순진했던 나 한 4개월을 이어지든 입 덧
남편이 좋은 줄도 모르고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일단 그 지독한 식당 냄새가 싫어 엄마가
고생을 하다 죽거나 말거나 난 내가 살아야 했다.
그렇게 만원 삯월세로 출발한 우리들의 신혼.
여자도 좋아했고 노름도 좋아했고 그나마 술만 못마셨던 남편.
많이도 울리고 많이도 애간장 태우게 만들면서도 남편의 신조하나
내 몸이 부서져도 내 아내 내 자식만큼은 내가 책임진다는 그 신조 하나만은 마음깊이
간직하며 지금까지 살았던 남편이다.
무주 구천동 건설회사에 근무하던 남편 어느 날 밤이였다.
그 날도 그 좋아하는 고스톱을 치고 밤 늦은 시간 퇴근을 하고 들어오는 남편손에
눈 많이 내릴 때 뿌리기 위해 길가에 쌓아두는 모래 주머니 같은것이 들려있기에
무엇이냐고 했더니 사람들이 하는 말이 뱀이 사람에게 무지 좋다해서 우리 마누라
먹이려고 산에서 뱀 한 마리를 잡아서 가져 왔다며 주머니를 불쑥 내미는데 얼마나 기겁을
했던지 숨이 끊어질 만큼 놀랬는데 남편은 고기도 먹을 줄 모르고 살생또한 못하는 지라
그 뱀을 나보고 잡아 먹으라니 잡아줘도 못먹을 판에 사단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빨래줄에 매달아 논 커다란 뱀이 밥을 먹고 나오니 탈출을 하고 빈 봉지만 매달려 있었다
발 밑은 모두 뱀같고 수도 꼭지에도 뱀이 감고 있는듯하고 무주 구천동 그 깜깜한 집에서
커다란 뱀이 없어 졌으니 주인집에 말도 못하고 나 혼자 무서워서 얼마나 떨었던지 그 와중에
남편은 얼마나 힘들게 부탁해서 잡아다 줬는데 그것도 못해먹느냐며 날 혼내고 늦은밤 마실
가시든 주인 아줌마 대문을 타고 오르는 뱀에 놀라 기절을 했지만 차마 실토도 못하고
넘겼었다 그리고 지금 살고있는 곳에 처음 이사를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때 어딘가를 다녀
오든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좋은 것을 가지고 갈테니 잠 자지 말고 기다리라고 열두시가
넘어 들어온 남편의 몰골이 말이 아닌 가운데 손에 말라빠진 흰 폐계닭 한 마리가 들려 있었다.
남편의 말인 즉 누가 흰 닭이 귀하고 여자에게 좋다 했는데 고속 도로를 달리다 보니
앞차에서 흰 닭 한마리가 떨어져서 마누라 먹일 욕심에 그 닭에 불빛을 비춰 잡아왔다니...
아파트 베란다에 묶어둔 닭이 밤새 울어대고 날개를 쳐대니 먼지가 얼마나 날리던지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을 붙들고 제발 닭좀 치워달라 사정을 했더니 몸에 좋다해서 얼마나 힘들게
잡아왔는데 그것도 못잡아 먹느냐고 화를 화를 내면서 결국 그 몸에 좋다는 흰 닭은 경비
아저씨에게로....
몇칠 전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하늘에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빙빙 선회를
하더니 우리 마당에 오디나무에서 시커멓게 오디가 떨어지면 새도,쥐도,개미.벌 날아들어
쪼아대는데 쥐 한 마리를 낡아채서 마당 회양목 나무 위에 올라앉아 뜯어먹는 모습을 남편과
둘이서 지켜본 날 남편은 냉장고 속에서 마른 오징어를 찾아 쥐가 다치지는 않고 갇치는
쥐 덪을 놓고 기다리 던 중 비를 쫄딱맞은 커다란 쥐 한 마리가 쥐덪에 걸려 들었다.
남편이 하는 말이 쥐가 비를 맞으면 안 된다며 날보고 쥐를 들고와 비 안맞는 곳으로 옮겨
놓으라니 내 참 기가 막혀서...
한참을 째려 봤더니 슬그머니 나가더니 쥐를 개집 통 옆으로 옮겨 놓았지만 그 쥐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 지 몰라 남편과 내가 고민에 빠져 있는데 남편이 하는 말이 쥐가 어딘지 모르게
보자기로 눈을 가리고 옆집에 가서 풀어놓겠다는 말을해 얼마나 웃었는지 정말 배꼽이 빠질만
큼 웃었다. 호시탐탐 옆집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기를 기다려도 집을 비우는 틈이 없자 남편은
쥐가 배가 고플거라며 몇 칠을 개 사료를 먹이며 키우고 있었다.
쥐가 얼마나 컸나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사료를 먹나 멀찌거니 서서 바라보든 나는 깜짝
놀랐다 쥐에게서 풍겨오는 암모니아 냄새 얼마나 심하든지 쓰러질뻔 했다.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쥐를 들고 야산에 가서 풀어주니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하고
죽어라 내빼더라는 남편말이 얼마나 우스운지 지독하게 돈 주지않는 거래처 어느 날
무지 더운 날 아이들이 타는 작은 자전거를 고물상에서 하나 얻어와 땀이 뻘뻘 흐르는 땡볕아래
페달을 열심히 돌려 남편이 어딘가를 간다.아이가 타는 작은 자전거를 탄 남편모습.
차를 끌고 어딘가를 다녀오든 나는 남편의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 차를 세워놓고 깔깔거리며
웃고 들어왔는데,그걸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거래처에 갔더니 사장이 두말않고 돈을 줘서
받아 왔다는 말에 둘이 마주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23년 그렇게 살아왔다
한 번도 마음편히 살아본적 없는 듯도 하지만 나의 기둥 남편.
남편의 기둥 나.
지금도 우린 그런다.
남편은 나만 있으면 난 남편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첫 눈에 반하지도 않았고 만원 삯월세 방에 결혼식도 못올리고 시작했지만 우리 나름 크게
이루며 아들 딸 낳고 새록새록 사랑 행복 키우며 잘 살아가고 있다. 저승 문턱을 넘으려
했던 남편 아마도 작고 많이 부족한 내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내지 못할까봐 다시
돌아왔을 내 남편.
남들이 그런다.아내를 위해 죽어라 일하는 노예남편이라며 sos프로에 제보해야 된다고
그러면 난 그런다 세경 안주는 머슴 내 전용 머슴이라고 마님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이
머슴에 본분이라고 24시간을 같이 있어도 문득문득 그리운 남편 그런 남편을 사랑한다
많이~~~~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