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시골 그것도 첩첩 산골에서 태어나 늘 들꽃을 보며 자란
어린 날의 정서 탓일까.
그렇다면 시골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꽃일까 고향 그러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꽃이 아니고 보면 그것도
아닌듯 하고 난 요즘 자칭 미친꽃밭에 미쳐있다.
사람에 미치건 돈에 미치건 옹기에 미치건 꽃에 미치건 음식에 미치건
미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이왕이면 미쳐보는 것 그것은 곧 그만큼 열정과
에너지 만땅 충전을 의미 하는게 아닐까
난 손재주가 없다.
뜨개질이며 음식이며 뭐든 손으로 만드는 재주가 없다.
그래서 친정엄마가 내가 꽃을 좋아한다는 표현에 강하게 부정을 하며
꽃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고쳐서 말을 하란다.
식물원 처럼 꽃을 가꾸는 재주를 타고난 친정 엄마는 흙은 호미,또는 괭이
그렇게 쇠붙이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늘 흙이 쇠붙이를 그리워 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고 하신다. 친정집에서 옮겨온 백일홍이 누렇게 떠서 몸살을
앓아 땅에 붙어 있기에 친정에 전활했더니 친정집 백일홍은 온갖색색 벙실벙실
피어 있다니 그래서 내가 내 꽃밭에 붙여준 이름이 \'미친꽃밭\' 순서도 없고 종류도
없고 들을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으면 미친꽃밭으로 모셔오고 산을
오르다가도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으면 모셔온다.
꽃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시간에 그 위에 꽃모종을 심고 풀과함께 올라오는 싹들이
꽃인지 풀인지 난 모른다. 그래도 몇 년 그렇게 심고 들여다 보니 자연적으로 싹이나
어우러 지며 꾸며지는 화단이 아무리 들여다 봐도 실증이 나질 않는다.
미친 꽃밭을 매일 들여다 보다가 어머님께 혼이 나고도 아이가 자랄때 새로운 짓이
신기하든 것처럼 매일 꽃밭이 궁금해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사무실에 나가고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시골이 고향이라 꽃을 좋아하나 하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요즘 여지
없이 무너지고 있다. 어머님은 시골을 한번도 떠나보신적 없지만 꽃에 관심이 전혀
없으시고 사무실 주위에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날 그야말로 정신 나간 여자 취급을
하는 것이다. 꽃을 심고 들여다 보면 무엇이 나오느냐 그 곳에 더덕을 심어라.
꽃은 집에 예쁜 화분 한두 개로 두고 보면되고 땅에는 채소나 더덕이나 도라지 등등을
심으라니 난 농사도 지어본 적 없고 그렇타고 그렇게 억척을 떨고 싶지도 않고 꽃밭이
큰것도 아니고 겨우 한 열 평정도나 될까말까.그 곳에 돈들이지 않고 근근덕신 얻어다
또는 산에있는 것이니 또는 들에있는 것이니(?)훔쳐다 심은 들풀들을 좀 즐기기로서니
이렇게 말이 많을 줄 몰랐다.
퇴근이 늦어지고 출근이 빨라지고 남들이 뭐라건 말건 이렇게 꽃밭에 미쳐사는 내가
크게 건져올린 수확이 하나 있으니 내 남편의 변화이다
꽃들이 밥먹여 주냐 를 수없이 반복하든 남편이 내 취미생활에 적극 동참해서
시간만 있으면 거름도 주고 풀도 뽑고 해가 지는 저녁에는 물도 주고 꽃이 폈다는
말에 화들짝 반응하며 어머님께 꽃밭 들여다 본다고 혼나고 시내 한 바퀴 돌고 들어왔더니
남편이 새까만 얼굴로 꽃밭에 앉아 풀을 뽑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럽던지
마음이 울컥해서 꽃밭 근처에 앉아 어머님께 혼난 일을 일러받치며 \"나,슬펐어\"
그랬더니 남편이 \"우리엄마.나 하는 짓 보면 에고 미친놈 그러겠지\"하는 바람에 땡볕에
불어주는 한 줄기 바람처럼 어머님께 서운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다.
이 다음 나이먹고 늙어도 비록 지금 힘들어 다 잃고 가진것 없어도 아이들 건강하고
남편 건강하고 나 건강하니 육류 못먹는 남편위해 푸성귀 조금 심고 함께 작은 꽃밭
들여다 보며 꽃잎에 맺힌 아침이슬처럼 그렇게 맑게 살 수 있음 그것이 행복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주는 남편이 정말 사랑스럽다.
작은 꽃밭 위로 색색의 나비들이 한가로히 날으고 벌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에게 그랬다.\"난 천당갈겨 저렇게 한가롭고 풍요로운 환경을 내가 만들어
줬으니까.\" 꽃을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데 마음에 욕심이 없어서 일까
난 꽃을 좋아해도 가난하다 생각지 않는데 가난하면서도 가난한걸 모르는 걸까
모르겠다 세상사는 것은 어차피 어려운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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