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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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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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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씨가 좋은 걸까, 교활한 것일까...


BY 낸시 2008-06-08

토요일, 가게를 지키고 있다.

토요일 점심과  일요일은 장사를 하지 않지만 주문한 물건도 받을겸, 인터넷으로 수다도 떨겸, 겸사겸사 가게를 지키고 있다.

일요일이야 처음부터 하지 않았고, 토요일 점심 장사도 그만 둔지가 이 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단골이 있다.

도어에 적힌 영업시간을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유리창 넘어로 내게 손 한번 흔들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너무너무 실망스러운 제스쳐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모른척 하기가 미안하다.

열쇠로  문을 열고 나가 미안하다고  말해주면 대개는 아쉽지만 괜찮다며 떠난다.

간혹 그 중에 그래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느냐고 사정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  온 청년도 그 중의 하나다.

오늘 저녁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달라스에 가는 길인데 가는 길에 다른 음식점에 들릴 시간도 없다고 한다.

무엇이든 빨리 해 줄 수 있는 것이면 좋으니 해 달란다.

그러면서 자기는 닭고기를 좋아한단다.ㅎㅎㅎ

자기가 일주일에 두 번씩 오는 단골손님임도 강조한다.

잘 아는 얼굴은 아니지만 낯 익은 얼굴임은 분명하다.

이런 때 나는 약하다.

\"OK, 오 분 만 기다려. 내가 금방 해 줄께...들어와서 기다려도 좋아.\"

마침 닭도리탕을 해 놓은 것이 있다.

다음 메뉴에 추가할까 생각하고 연습 중이었다.

\"이거 내가 연습 중인 닭요리인데 맛 볼래? 좋으면 이것으로 주고 싫으면 네가 먹던 테리야끼 치킨을 해줄께.\"

맛을 보이니 꺼벅 죽는 시늉을 하며 맛있단다.

그릇 두 개를 꺼내 밥을 담고, 삶아진 브록콜리와 당근을 덥혀 담고, 닭도리탕을 나누어 담았다.

그 청년은 크레딧 카드를 꺼내들고 기다리고 있다.

잠깐 생각한다.

돈을 받을까 말까...

순간 계산을 끝냈다.

\"이거 그냥 줄께. 앞으로 친구들 많이 데리고 와.\"

\"오,노!!!!!!!. 돈 내게 해 줘.\"

\"아니야, 그냥 가져가. 아직 가게 문도 안 열었는걸 뭐.\"

\"정말? 정말 그래도 돼?\"

\"그럼, 되구 말구.\"

\"고마워, 정말 고마워. 네가 최고야. 내 이름은 에린이야. 너는 이름이 뭐야?\"
\"내이름은 낸시야. 만나서 반갑다.\"
그 청년과 악수를 하고 보냈다.

\"운전 조심하고 잘 갔다와.\"

 

청년을 보내고 나서 잠시 생각한다.

내가 맘씨가 좋은 건가, 아니면 교활한 장사꾼인가...

나는 핑계만 있으면 공짜로 음식을 준다.

하지만 사실은 사전에 계산하고 준다.

음식값과 공짜로 음식을 먹은 사람이 다른 손님을 데리고 나타나 내가 더 벌게 될 돈과 어느 것이 더 이익인지...

그래서일까, 다들 불경기라고 난리지만 우리 가게는 어느날은 작년 매상의 두배를 올리기도 하면서 순항 중이다.

나만 보면 눈이 반짝반짝하는 손님들도 알까?

내가 사전에 계산을 미리 끝내고 나서 공짜 음식을 퍼나르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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