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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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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니스커트를 입는 날


BY 정자 2008-05-18

아고고...내가 어깨를 고친다고 병원에 다닌지 한 삼년은 넘어가는디..

이젠 목도 뻣뻣하고 한 쪽팔은 아예 병신 된 것 같어. 병원에 가서 하도 아퍼 죽겠다고 하니까 팔을 짜르라는거야...그게 최종 처방이라는 거여..

 

그나저나 이젠 등이 아퍼서 잠도 안 와..

겨우 잠들려면 오줌 마려워서 화장실가느라 그나마 잠이 확 깨고

창문 열어놓고 보이지 않은 별 볼려구 해도 별 볼 일없는 신세라니까.

나 이러다 꼬브랑 할머니 되가나보다 포기 했는 디.

아유,,그래도 아프니 참 이거 어떻허냐구?

 

나도 한 두번 이런 애길 들은 게 아니다. 어쩌다가 자원봉사 하러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는 환자도 아니고 손님도 아닌 아줌마들이 줄줄히 나를기다리고 계시다.

 

물리치료를 오래 하다보니 더 굳어버린 어깨는 그렇다치고 누가 길가다 슬쩍 치면 온 몸이 쾅 망치로 두둘긴 것 같이 아프단다. 그래서 사람 많은 때는 일부러 피하고 기다렸다가 한가해지면 외출 하신단다.

 

어쨋든 난 무조건 망치처럼 내 주먹으로 툭툭치면 그렇게 아프다는 어깨도 목도 머리도 시원하단다. 얼굴도 문질러 주고 손도 발도 문질러주면 신통하게 덜 아프시다고 한다. 간혹가다가 누가 의사인지  간호사들도 물리치료사들도 슬쩍 와서 자기 어깨좀 만져 달라고 하신다.정형외과 의사들은 망치를 써서 머깨가 무지 아프시다고 한다. 하긴 뼈를 깎는 수술이 힘으로 하니 엄청 힘들것이다.

 

봉사니 돈은 안 받으니까 불법은 아니다. 이러다가 나의 손에 두둘겨 맞아서 내 손으로 꼽아도 셀 수가 없다. 한 아줌마가 전화가 왔다. 날아갈 듯한 목소리로 밥도 사주고 얼굴도 보고싶고 그러시는 데, 내가 너무 바쁘다보니 그것도 시간내기가 힘들다. 건강해지셨으니 좋아 지셨다고 내가 가르쳐준 운동도 열심히 하신단다. 그래서 한 번 꼭 만나야 된다고 하지만 그게 내 시간내기가 어려우니 이젠 내가 병원에 오는 날 뭐를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오신다. 금방 찐 쑥개떡에 한 소쿠리에 삼천원어치 왕토마토라면서 오신 할머니도 계시고. 아욱을 뜯어 다듬어서 봉지에 담아오신 분도 계셨다.돈으로 주긴 뭐하고 몸은 한결 나아서 무슨 사례를 해야 되는 데 변변한 게 없다고 옷을 갖고 오신분도 있었다.나는 비싼 돈으로 사 온 옷은 절대 안 입어요 했더니 딸이 스물 네 살인데 살이 조금 찌니 옷이 작아져서 못 입는 옷이 많다고 하신다. 나는 사이즈만 맞으면 저에게 주세요.전 55 사이즈예요 했는 데

이 분이 따님 옷을 한 보따리 갖고 오신거다.

 

집에가서 펼쳐 보고 입겠다고 했는 데, 집에 가서 그냥 보자기 채 마루에 놓고 잊어 버리고 있었는 데 남편이 열어 본 것이다.

 

\" 야! 니가 무슨 처녀냐? 웬 순 미니스커트만 잔뜩 있냐?\"

\" 뭐? 아니 뭐가 이렇게 많아?\" 나도 깜짝 놀랐다.

 

체크무뉘로 된 회색빛 미니스커트부터 꽃무뉘로 알록달록한 반바지등 벨트가 권투선수 챔피언 되면 두르는 것처럼 굵은 베트가 달린 치마도 있었다.하옇튼 이걸 입어 말어 고민해야 하는 스커트들이었다. 한 번 입어 보니 요즘에 엉덩이 보일락 말락까지는 아닌데  무릎위를 살짝 올라간 길이가 내가 오십을 바라보는 이 나이가 조금 걸린다는 거다. 울 딸내미가 입을려고 한다. 그런데 작다.

 

\" 엄마는 다 큰 처녀처럼 무슨 미니스커트를 입을려구 해?\" 샘이 나나 보다.

그렇긴 그렇다. 그래도 내 다리는 미니스커트에 딱 맞춤으로 거울에서 비친 내 뒷 모습은 영낙 없이 스물 네살 아가씨다.흐흐

 

그래서 한 번은 그 옷을 주신 아주머니를 만나러 가는 날 입고 갔더니

고마워서 그러신지 모르지만 정말 잘 어울린단다. 히히

용기를 내어서 화요일은 갈색 체크무뉘 미니스커트를 입고 , 목요일은 회색 스커트를 입었는 데 저녁에 남편이 그런다.

 

\" 야! 니 치마때문에 울 동네 아줌마들 난리났다아!\"

헤헤..울 동네 아줌마들 무지 보수파시다. 더군다나 버스도 하루 다섯 번 들어오는 오지 시골인데. 안 그럼 이상할 것이라고 난 남편에게 한 마디 했다.

 

\" 내 비둬유..안 그럼 내가 환갑에 미니치마입고 잔치 할까 보다. 확  그냥!!!\"

 

남편이 어이가 없는 얼굴이다. 난 오늘 나의 미니스커트를 뭘로 입을까 고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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