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
짧은 일정이지만 한국에서의 마지막 며칠을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엄마옆에만 있었다.
나가질 못하니까 친정집으로 걸려온 친구의 전화이다.
\"뭐하고 있어?\"
\"응~ 그냥. 작은오빠네가 올 때를 기다리지.
나 밥사주러 온다네. 큰오빠네 식구랑 다 같이 가서 먹을거야.\"
\"엄마한테 밥좀 해 드렸냐?\"
\"아니, 시간이 있었나 뭐.
주로 아침인데 엄마가 하셔. 나는 설겆이만 하고...
그리고 저녁은 내가 집에 있기만 하면 큰 오빠가 사주던가
아니면 올케언니가 집에서 해놓고 밥먹으러 오라고 하지.\"
같은 동네에 오빠내외와 조카내외도 산다.
\" 왜 ? 음식 잘하면서... 맛있는 것좀 해 드리지.
아이구 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친정 가면 우리 눍은 엄마가 해 주는 밥을
앉아서 받아먹고 있다.\"
친구나 나나 다 친정어머님이 팔순을 훌쩍 넘어 있다.
친구는 아직도 친정어머니가 해 주시는 김치를 받아먹고 있단다.
그만 하시라고 해도 계속 하시기에 한번은 맛이 없다고 했더니,
무척 속상해 하시더란다. 결국은 아직도 받아 먹고 있단다.
멀리 떨어져 사시는지라 자주 찾아 뵙지는 못하지만
어쩌다가 가면 동동거리고 챙겨주실려고 하신단다.
그래도 전에는 친정집을 나올때 편했는데
요사이는 친정어머니가 우신다고 한단다.
언제 또 보냐면서....
그때가 제일 속상하단다.
나 역시 머리가 희긋희긋한 나이가 되었지만,
우리엄마 앞에서는 아직도 어린딸이다.
미국에서 나왔기에 밖에 나갈때면 길을 잃을까 염려되고,
밤에 늦게 올때면 험한일 당할까 걱정되는 어린딸이다.
옷을 빨을라치면 믿음직하지 못해서 당신이 하셔야 하고,
아버지 제사에 쓸 떡을 맞추러 갈려면
제대로 할지 걱정이 되어 당신이 직접 가야 하는 어린딸이다.
많은 손님들 접대도 척척하는 딸이지만
당신손으로 직접 해먹여야 마음이 놓이는 어린딸이다.
콩나물국을 좋아하는 사위를 위해
사위가 올때면 콩나물을 키우시는 분,
해마다 미국으로 보낼 고추손질을 꼭 직접 하시고
옆에있는 며느리(올케언니)가 빻아다 놓겠다고 해도
당신이 직접 방앗간에 가서 봐야 하는 분이다.
지금도 당신이 담근 된장 고추장을 먹이고 싶고
건어물도 직접 중부시장에서 사오고 싶어 하신다.
노인이 힘이 드시니까 말씀만 하시면 된다고
아들며느리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분이 이번에는 중부시장에를 가지 못하셨다.
대신에 큰오빠내외가 가서 사온 건어물을 보고는
잘 사왔다며 흐믓해 하시면서 안심을 하셨다.
그런 딸이 멀리 살고 있으니
집을 나설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다.
들어설 때는 좋은데 나가기는 왜 이리 힘이 드는지.....
그런데다가 이번에 뵈니 전보다 많이 늙으셨다.
몸도 좀 불편하시고...
전에는 올때마다 친구들이며 지인들을 만나고 다니며
또 시댁챙기고 하다보니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가 않았다.
그것도 시부모님 살아생전에는 시댁에서 머물렀었다.
돌아가시고 난 후에야 공식적인 거처가 친정으로 된 것이다.
시부모님들도 내가 떠날 때는 우셨었는데, 하물며....
\"내가 다음번에도 밥차려 줄수 있을까?\"
떠나오는 날 아침에 밥을 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시다.
왜이리 그 말이 계속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지....
지금 내 소망은
내 늙은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오래오래 먹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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