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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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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젖은 낙엽\'이 있었네.


BY 은지~네 2008-05-08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갈 때는 흥분된 마음과

또 내가 태어난곳이라서 그런지 시차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면

허전한 마음이 커서인지 시차로 오랫동안 헤매는 나다.

 

절로 감기는 눈을 깨우려고 컴퓨터를 열고 메일을 확인하였다.

반가운 메일이 아니, 사진이 들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만난 동료이자 친구들,

모두 갓 오십을 넘어선 중년의 여인들이고 그녀들의 남편들이다.

 

내가 첫발령받던 그 해에

그 학교에는 유난히 신임교사들이 많았었다.

젊음이 있는지라, 층층시하의 시집살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단체로 미팅까지 해 가면서 그 시절을 즐겼다.

공립이라 얼마 후에는 다른 학교로 근무지를 바꿔야 했지만,

그러는 중에도 각자 자신에게 알맞는 짝을 찾아 결혼들을 했다.

 

결혼 후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일을 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었다.

또 그중에는 남편을 따라 외국을 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만남의 끈을 놓지 않았었다.

내가 미국에 있는 중에도

우리 시부모님들의 빈소에 나보다 먼저 다녀 갈 정도이다.

 

이번에도 내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친정으로 전화가 오면서 만날 약속을 잡았다.

방학때가 아니면 보통 토요일 낮에 시간을 잡는데

이번에는 평일 저녁이다.

모두들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서, 또 집에 들어 앉으면서,

가사에서 많이 자유로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모임이 있기 전 날, 한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 들으니

이번에는 처음으로 남편들도 모두 온다고 한단다.

아니 갑자기 왠일이냐고 하니까

웃으면서 이제 오십이 넘어서 남편들이 \'젖은 낙엽\'이 되었기에

모두들 아내들을 쫒아 온다고 한다.

 

\'젖은 낙엽\'?

친구의 설명이 이어진다.

일본에서 시작된 말이란다.

늦가을이 되어서 낙엽이 떨어지고,

그 위에 쓸쓸한 비가 한차례 내리게 되면 낙엽이 젖게 되고,

그 낙엽은 신발에 달라 붙게 되는데

귀찮아서 떼어낼래도 잘 안 떨어지고 오히려 더 붙는단다.

결국 \'젖은 낙엽\'은 신발이 가는데로 따라가게 된다는 말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겠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기에 어쩐지 서글픈 생각이 드는 말이다.

여자나이 오십에 필요한 다섯가지 목록에 남편은 없다.

그러나 남자나이 오십에 필요한 다섯가지 목록에는

모두가 아내이다.

남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아내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는 말을

나도 요새 실감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나이 육십은 먹어야지 벌써 그렇게 되다니....

 

어쨋거나 그날,

우리들은 연희동의 멋진 이층 단독주택에서 사는 친구집에서

여유가 많은 친구인지라

출장요리사까지 불러서 차린 멋진 음식을 즐기면서

\'젖은 낙엽\'들을 모시고 재미있는 시간을 즐겼다.

나를 제외하고 혼자 온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남자들끼리는 대부분 처음이었다.

그래도 워낙에 사진으로든 귀동냥이든 서로에게 익숙들 했기에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혼자 간 나도 어색함이 전혀 없었고....

 

처음으로 남편들까지 모인자리이기도 하고

또 계속 이렇게 해 보자는 말을 하기 위해

\'젖은 낙엽\'이야기가 또 나왔을 때 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우리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우리남편이 젖은 낙엽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거야.\'라고....

 

그러나,

메일로 온 사진을 보고,

우리남편이 하는 말은 착각속에 있던 나를 흔들어 깨웠다.

 

\"와! 왠일들이야? 정말 재미있었겠다. 이렇게들 변했구나.\"

친구들의 남편이야 잘 모르지만 친구들은 잘 알고 있는 남편이다.

물론 남편들도 이야기를 들어서 꽤 많이 알고 있다.

결혼전에 몇몇친구들은 자신들이 면접을 봐야 한다면서

우리가 만나는 곳까지 따라오기도 했었고,

시간이 되면 남편은 친구들의 결혼식에도 같이 참석해 주었었다.

 

그런데 다음 말,

\"다음에 내가 같이 갔을때도 이렇게 남편들 다 모이자고 해.

나도 만나고 싶어. 그리고 이렇게 멋진 집에 나도 가보자.\"

띠~~~~옹~~!!!

여기에도 \'젖은 낙엽\'이 있었네.

 

그럼 그렇지.

흘러가는 세월을 나라고 비켜갈수는 없으니,

이제 나도 젖은 낙엽을 모시고 다녀야겠구나.

거기에다가 나는 아직 대학 안간 아이들까지...!!!

아이구 머리 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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