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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봄에 관한 詩


BY 문장대 2008-05-05

-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
                                                             -정 현종 -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들꽃 언덕에서
- 유 한지 - 

들꽃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나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 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봄꽃을 위한 론도
- 김 선광-

꽃에게 
어떤 아픔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아픔이 있어서
저리 눈부신 기쁨으로 
함께 피어 나는가.

꽃에게 
어떤 기쁨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기쁨이 있어서
저리 눈부신 아픔으로 
함께 지는가.
 
가시나무도 꽃을 피운다 
- 정 지완 -

내가 나를 받아들인 자리에서 
열매가 열린다.
수만 개의 창을 빳빳이 세우는 
나의 하루 
최초에 나를 만든 
당신의 목적을 몰라 
내가 나를 찌르려 할 때 
꽃 핀다 눈동자만하게
 
내 가시를 헤집고 
날아오는 이의 몸집만하게 
꽃 핀다 힘겹게 힘겹게 

그리고, 꽃 진 자리에 
불록볼록 배짱 좋게 
튀어나오는 노란 열매들 
나를 다스려낸 자리, 
나는 향기로 안을 수 있다 
 
꽃으로 잎으로
- 유 안진 -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뭐니뭐니 해도 사랑은 아름답다고 
돌아온 꽃들 
낯 붉히며 소근소근 
잎새들도 
까닥까닥 맞장구 치는 봄날 

속눈썹 끄트머리 
아지랑이 얼굴이며 
귓바퀴에 들리는 듯 
그리운 목소리며 
아직도 아직도 사랑합니다. 

꽃지면 잎이 돋듯 
사랑진 그 자리에 우정을 키우며 
이 세상 한 울타리 안에 
이 하늘 한 지붕 밑에 
먼 듯 가까운 듯 
꽃으로 잎으로 우리는 
결국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제비꽃 곁에서
- 김 선광-

나의 사랑은 
들꽃과 같았으면 좋겠다.
자주자주 
새로운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면서 
곱게 지는 법을 아는 
풀꽃이었으면 좋겠다. 

긴 사랑의 끝이 
오히려 남루할 때가 있나니 
키 낮은 풀꽃 뒤에 
숨길 수 없는 큰 몸을 하고
파란 입술의 제비꽃아. 
나는 얼마를 더 
부끄러워하면 되겠느냐. 

내 탐욕의 발목을 
주저앉히는 바람이 일어 
깊이 허리 눕히는 풀잎 곁에서 
내 쓰러졌다가 
허심의 몸으로 일어서야겠다.

풀꽃들의 행복
.

커다란 잎사귀가 
팔을 벌려 안기운
플라타나스 가로수 아래
풀꽃들의 흩날림은 
더욱 더 푸르렀다.

크로버 꽃들 속에 
행운 지닌 웃음
시계 꽃 같은 행복한 몸짓.

구름무게 지나간 흔적 어딘가
세상의 힘겨움을 다 씻어간
풀꽃 웃음들은 

행복한 얼굴로 
빛 푸른 하늘만큼 
산소를 뿌려 놓았다.

꽃 
- 정 호승 -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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