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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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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찍 죽길 바래?


BY 정자 2008-04-23

 

\" 어떻케 답배도 외상이 있냐?\"

남편에겐 늘 신기한 일이 따라 다니는 것 같다.

 

아무리 신용세상이고 난다긴다해도 담배를 외상으로 준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다.

 

\" 아! 가을에 갚을거여...농사 지면!\"

\" 아니 무슨 술값도 아니고 담배적금 들었어?\"

 

맨 땅을 삽질해도 하루 품삯이 얼마나 비싼 데. 담배를 일년내내 외상하면 목돈이 된다느 니.

나 보다 더 빨리 죽고싶어서 허구헌 날 화장실에서 피우다가 딸내미한테 쫒겨나고, 마루에 가면 나 한테 눈치받고. 그 담배가 이래저래 눈칫밥을 더 받게 하니까. 이 참에 끊자고 나도 한 소리 높였다.

 

\" 아! 내가 그렇게 싫어서 일찍 죽어가지고 과부를 만들면 속이 시원한 감?\"

이런 말도 한 번 했었다.하필 그 때 공익광고에서 잘 생긴 남자가 땅을 열심히 파고 배경음악도 심각한

장례식용으로 음산하게 깔더니 자기무덤을 파는 것은 흡연입니다. 이러니 내 옆에서 만일 또 담배를 피우면 아예 향을 피워..얼른 간접흡연으로 마누라 제발 일찍 암에 걸려 죽어라 이 말하고 똑 같다고 열렬히 주장을 했다. 그 후 마당에서 한 가운데 하늘 한 번 보고 피우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한 번은 술이 고주망태가 되어서 어떻게 집은 왔는 데. 손에는 어느 논에서 잡은 건지 우렁을 잔뜩 들어있는 봉지들고

사랑은 아픔인 거여...또 사랑에 이름표를 붙여 봐봐...니덜이 내 깊은 뜻을  알어? 하옇튼 술을 먹고 오는 날 제대로 취하고 하는 말이 거의 유행가 가사다.

 

\" 아! 있을 때 잘 혀..흔들리지 말고! 말고!\"

\" 정자! 니 김준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탐이 나더냐?\"

 

아이그..김 중배나 김준배나 한 번 보고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소원이 없겠다.

아침에 일어나더니 술국을 끓여 달란다. 나의 최대 약점은 이 술국을 잘 못 끓인다는 거 잘 알면서

어느 콩나물 해장국이 젤 맛있더라는 등 니는 여태 시집와서 뭐 배웠냐는 등...갖은 힌소리를 한다.

바깥에 나가더니 다시 부리나케 들어오면서

\" 야! 내 자전거 못 봤냐?\"

 

어휴..이 번에도 자전거를 내팽겨치고 우렁 잡다가 그냥 걸어 온 것이다.

 

\" 아니..이번에 또 어디다가 버리고 온 거여?\" 했더니 

\" 아니여? 내가 자전거를 분명히 타고 왔는 디..\"

 

머리가 길어 늘 모자를 쓰고 다니는 데. 그 모자도 없어졌다고 난리다.

어휴..그렇게 잃어버린 모자나 자전거도 몇 대나 되는 줄 세 보지도 않았다. 귀찮어서.

 

\" 이번에도 술 외상을 하고 왔어?\" 했더니

\" 잘 모르겠네..얼마나 되는 지..\"

 

남편을 보고 그냥 이거 같이 살까 말까 나도 참 오늘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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