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10

달이 육아일기 10 - 보행기를 둘러싼 우리 부부의 갈등


BY 닭호스 2000-11-23

나의 딸 달이는 보행기를 타야 할 월령이 되었다...이제 얼추 5개월이 되어가니 말이다..

나의 육촌 동생 원이의 딸 윤지는 앞에 있는 버튼을 꼬옥 누르면 소리도 난다는 깜찍한 보행기를 타고 마루을 쌩쌩 하고 돌아댕긴다고 한다...그래서 윤지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홍길동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달이는 그런 이쁘고 재미난 보행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다 병규의 주장때문이다...
"학계의 보고가 있어...보행기를 타면 나중에 까치발이 된대... 그런데 그런걸 어떻게 부모가 되어서 태우겠니? 안그래?"
그런다...
(까치발 아니라.. 오리발이 된다해도 태우고 싶을때가 있당... 나는 계몬가보다...)

인간이.. 평소때에는 부모구실을 안하다가 보행기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아주 훌륭한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달이를 안고 얼르느라 기운이 다 빠져 녹초가 되고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하루에 세 개씩 먹고 머슴밥처럼 밥을 고봉으로 퍼먹어도 몸무게가 늘지 않을 정도로 고생을 하는 나는 순식간에 자기의 편안함을 위해 자식은 털끝만치도 생각을 안하는 나쁜 엄마로 전락한다...

에잇....

나의 육촌동생 원이가 전활했다...
그리고는...
"언니.. 보행기 진짜 좋아... 애들 용품중에서 본전 뽑는 건 보행기 뿐이래.. 윤지는 쌩쌩 하고 이리저리로 날라댕긴다... 언니도 하나 사.. 얼릉...인제.. 보행기 없으면 화장실도 몬가..언니는 우짤래?"
한다...

엄마는
"니는 보행기에만 넣으면 동네 떠나가라 울어싸가 한시도 안탔는데도 걸음걸이는 진짜 나쁘다 아이가... 보행기랑 걸음걸이는 아무 상관읍다.. 마, 사라...유난 떨지 말고..."
그런다...

그리고 요즘 손님들만 오면...
"너그집에는 보행기 읍나??? 펏뜩 갖고 온나...아 끼워놓고 발로 밀면 윽수로 핀하대이..."
하면서... 애보다 보행기를 더 먼저 찾는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나의 육아기본대원칙인
"내부터 살고보자"
에 입각해.. 손님이 오면 그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애를 달랑 거기에 맡긴채 나는 손님이 갈 때까지 애를 절대 안지 않고 자유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혼자 있을 시간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그 때 힘을 비축해놓지 않으면 하루종일 안아줘야하는 일명 "손탄 아기"인 달이를 잘 볼수가 없기때문이다..

처음에는 귀엽다고 한 5분 안아주지만... 부모도 힘들판에 피 한 방울 안섞인 손님들은 썽부터 내며...보행기 내놓으라고 성화다.

학계의 보고가 있다는 병규의 말을 주워섬기기엔 이제 나도 지쳤다..

요즘은....보행기를 찾는 손님에게...나는 일케 말한다..
"서방이 돈 안 벌어와서 보행기도 몬사요..."

돈읍다는 소리에 모두들 할말을 잃는다...
달이는 보행기읍이 이럭저럭 세월을 넘기려나보다.. 다 엄마의 희생과 아빠의 쪼잔함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먼훗날 달이가 알아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