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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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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통내고 한 밥이 더 맛있네....


BY 은지~네 2008-03-05

 

\"엄마, 밥!!\"

다림질을 하고 있는 나에게 우리 막내가

밥하라고 하는 말이다.

요사이 부쩍부쩍 자라는 저녀석은

혹시라도 이 에미가 밥을 늦게 줄까 싶은지

내가 부엌에 없고 다른곳에만 있으면

저렇게 빨리 밥하라고 불러댄다.

 

다림질을 멈추고 올라 온 나, 남편에게 묻는다.

\"저녁에 뭐 먹을까? 우리 콩나물밥 어때?\"

\"그냥 간단히 먹자.\"

\"그럼 라보때(라면 보통으로 때우기)?\'

\"아니 그거 말고 밥하고 그냥 반찬...\"

\"응~\"

어제는 시카고로 시장을 갔다 와서

모처럼 냉장고에 콩나물도 있는데....툴툴거리는 마음이...

또 열무도 사다 논 것이 있어 해야 하는데

일요일은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핑계하에

냄새나는 김치는 못담그게 하면서

자신은 계속 일을 벌이며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남편을 따라 일요일을 하루종일 움직이다가

다림질까지 한시간 가까이 하며 힘들었는데

저렇게 말하는 남편이 살짝 밉다.

 

냉장고를 들여다 보며 반찬궁리를 한다.

우리식구는 상에 한번 올라 오면 두번은 안 먹는다.

결국 밑반찬으로는 김치종류 아니면 노 댕큐다.

멸치볶음도 두번을 넘기면 큰일 나고

곰국도 두번이 최대한으로 먹는 횟수이다.

항상 그때그때마다 새로 한 반찬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요새는 고단백질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아이들과

저 푸른 초원 위의 담백한 한식을 외치는 남편 사이에서

하루 세끼의 식탁을 차리려면 머리를 쥐어 짜야 한다.

 

하다못해 만두를 해도

남편은 김치로 만든 물만두,

딸아이는 김치로 만든 튀김만두,

둘째는 고기로 만든 찐만두, 

막내는 고기로 만든 물만두를 하란다.

그것도 우리막내는 사는 만두는 안 먹겠다며,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야 먹겠다며 으름짱이다.

이러니 이거 누구 입맛에 맞추어야 할지....

원래가 까다로운것인지

내가 그렇게 떠 받들어 줘서 그렇게 된 것이지 모르겠다.

 

끙끙거리면서 쌀을 씻어서 앉히면서

오늘은 은근히 부아가 모락모락 올라 오기 시작한다.

\"으~~에잇....\'

그릇소리가 은근히 커지기 시작한다.

\"아구~~ 짜증나서 못살겠네.... 이거 원 전부 다 상전이고

다 자신이 최고라고 하니 누구한테 맞춰?\"

드디어 내입은 댓발로 나오고 툴툴거리기 시작한다.

 

\"오잉~~~\"

우리 남편, 그제야 상황이 판단이 조금 되는지..

\"힘들어? 그럼 우리 사먹자...하지마. 나가 먹을까?

아님 뭐 사 올까?\"

\"뭘 이미 밥도 하고 야채도 씻었는데 뭘...

이거 원~ 매일 밥 세끼 하기 얼마나 힘든지 알아?

까다롭기는 얼마나들 까다로와?\"

\"내가 뭘... 나는 그저 밥하고 계란하고 김치,

그리고 김만 있으면 되는데....\"

\"아니 매일 다른것 먹다가 그걸 먹으니까 맛있지?

매일 그것만 먹어 봐?\"

우르르~~~~꽝꽝~~~~

 

\"나처럼 아침도 간단히 먹는 사람이 어디있어?\"

\"하이고~~~ 아침마다 과일줘라, 우유 주라,

빵을 구워라 찾는 것도 많으면서....

그리고 말야 고기 안먹고,

다른 반찬 먹으면 될 것을 갖고 

꼭 왜 매일 고기를 주냐고 불평을 하지를 않나,

뭐 국수나 떡국을 저녁에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는 둥...

얼마나 당신이 까다로운지 알어?

여기가 한국처럼 가게가 가깝기를 하나

아니 심지어 쉽게 갈수 있는 위치에나 있어? 엉?.....

따따따>>>>>..\"

또다시 우르르~~~꽝꽝~~~~

 

마누라의 이런 심통을 볼때는

무조건 꼬리를 내리는 것이 장땡이라는 것을 아는

우리 남편은 드디어

마누라의 위험수위가 얼마라는 것을 감지하면서

애꿎은 강아지한테 말한다.

\"아줌마가 힘들어서 화나셨다. 네가 밥 좀 해라.\"

강아지를 안고 슬금슬금 다가 온다.

\"몰라 몰라 저리 안가?\"

 

\"엄마, 저녁 메뉴가 뭐예요?\"

막내가 올라오면서 물어 본다.

\"엄마가 너희들 때문에 화나셨다.\"

하면서 슬금슬금 아이들에게 눈짓을 하는 남편....

\"엄마, 저녁에 우리 뭐 먹어요?\"

이번에는 둘째가 올라 오면서 묻는다.

\"으이구 그저들 내 얼굴 보면 밥으로 뭐 먹을까

그 생각들만 나지?\" 하고 말하니,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후라이팬에서 나오는 냄새에 이끌려

뚜껑을 열어서 들여다 본다.

쇠고기 야채볶음을 보고는

\"앗싸~~~ 맛있겠다.\" 하면서 좋아들 한다.

 

우르르~~~릉 꽝꽝...하면서도 식탁은 다 차려졌다.

상추잎으로 만든 겉절이에 새송이 버섯을 살짝 구운것,

잘 익은 김치, 쇠고기와 야채를 구워서 레몬후추를 뿌린것,

살짝 데친 브로콜리, 멸치를 고추와 볶은것, 김...

\"와~ 진수성찬이다~~~\"

\"와~~ 엄마, 나는 감자를 이렇게 한것이 참 좋아요.\"

\"엄마 나는 랜치소스를 야채에 뿌려 먹을래요.

음~~~ 이 고기 참 맛있다.\"

음식에 대한 온갖 찬사와 온갖 아양들이 쏟아져 나온다.

\"야~~그런데 이렇게 먹다가

엄마 한국 가면 우리는 어쩌냐?\" 하는

아부성 걱정까지 늘어 놓으며

와구와구 먹어대는 식구들을 보면서

나의 심통도 어느새 슬그머니 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나도 오늘 저녁은 왜 더 맛있지?

밥들을 다른날보다 더 많이 싹싹 먹는 식구들이다.

아마도 심통이라는 양념이 더 추가 되어서 그런가?

식탁위에는 빈 접시만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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