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님 글을 읽고 도영님 글도 읽고 그 밑에 달린 답글들도 읽고 비슷한 문제로 힘들었던 우리 가족도 생각해 보고 이 글을 쓴다.
우리 가족은 생각이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모두들 대단한 성깔을 지녔다.
그러니 크고 작은 부딪침이 잦고 부딪치면 소리가 요란할 때도 많다.
음식점을 시작하던 때 남편은 반대였고, 아들은 앞장 서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했다.
처음 몇 달은 물론 적자였고, 반대하였던 남편은 그것보라며 날마다 화를 내었다.
손님이 있는 곳이건, 종업원들이 있는 곳이건 가릴 줄을 모르고 성깔을 부리니 참 딱했다.
아들과 둘이서 배달을 다녀 온 날 드디어 갈등은 극에 달하고 나는 남편과 아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둘이서 도저히 한 공간에서 일을 할 수는 없고, 남편은 식당을 하지 말자고 한 사람이니 식당 일에 그다지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고, 내 선택은 아들과 같이 식당을 살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에 기울고...
울면서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가 그랬다.
\"아들은 지금 보내도 언젠가 돌아온다.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하지만 남편은 지금 보내면 영 남 된다. 지금 힘들고 섭섭한 마음에 영 남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되겠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도 가정은 지키는 것이 좋다.\"
나는 남편이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남편이 밉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정말은 그만 이혼이라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언니의 충고대로 아들을 보냈다.
엄마하고 아빠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할테니 아들은 나가서 따로 살라고 하였다.
아들은 젊고 영어도 잘하니 어디가든 무엇을 하든 해낼것이라고 믿었다.
아들은 힘들어 하였다.
자기가 심한 우울증에 걸린것 같다고 자꾸만 죽고 싶다고 하기도 하였다.
밥도 며칠을 굶었는지 삐쩍 마르고 헬쓱한 모습으로 나타나 내 가슴을 후비기도 하였다.
유난히 자식 욕심이 많은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모유를 먹여 키운 아들이었는데...
엄마 아빠를 다시는 보기도 싫다고 다른 도시로 떠난 아들은 이메일도 받지 않았다.
물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세월이 흘렀다.
언니 말대로 아들은 내 아들이니 어디 가지 않고 돌아왔다.
물론 나가서 힘들었단다.
돈이 없어서 몇달은 냉동 야채하고 달걀하고 라면만 먹고 살았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자랐다.
엄마 욕심 만큼은 아닐지라도 많이 자라서 돌아왔다.
아들과 남편 사이에서 힘들 때, 아들이 옳다고 생각이 되어도, 남편이 밉고 섭섭해도 남편 쪽에 서야하는 것이 가정을 위한 일이 아닐까...
누군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면 나도 내 언니 같은 충고를 하고 싶다.
아들은 내 아들이다. 잠시 아픔을 겪을지라도, 잠시 헤어져 있어도 아들은 내 아들이다.
하지만 남편은 다르다.
살을 섞고 살지만 등 돌리면 남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
남편과 둘이서 아들이 무섭다며 농담하고 깔깔 웃기도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남편이다.
자칫하면 남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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