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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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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아들


BY 가을 단풍 2008-02-25

참으로 슬펐다.

내게 있어서 아들의 존제는 정말 슬펐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어떤 남자가 딸만 둘을 낳고 잘기르던 중

술메 만취하여 본의 아닌 실수로 씨을 떨어트렸다 했다.

그것도 하룻밤 사랑놀이의 대상인 중국인 술집 여자 사이에서.

요행히도 떨어진 그 \"씨\"라는 것이 아들이렸다.

그 남자 고민하다가 본처에게 고백하였는데 본처가 어찌할수 없다 판단하여 그 아이를 데려왔다 했다.

이 얘기를 우리 친정 엄마가 함께 들으셨다.

나에 모친 왈

\"아이구 잘했다. 잘했어.\"
우리 엄마는 떨어진 씨앗이 아들이라는데 큰 의미를 두신 모양이다.

아니 습관처럼 자기는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할수 없을만큼 본능적이었겠지.

픽~ 웃었다.

종갓집 맏며느리인 당신의 맏딸이 딸만 셋을 기르는데 그옆에서 시어머니도 아닌 친정 어머니께서

남이 떨어트린 종자를 거두게 된 본처의 행동에 찬사를 보낼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나는 울수는 없었다.

그냥 픽 ~ 웃었다.

그리고 주방에서 설렁거리는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당신도 어디 숨겨논 아들이 있으면 데려와봐 울 엄마한테 칭찬받게.\"

참으로 슬펐다.

그러나 내가 슬픈것은 지금의 내 처지가 슬픈것이 아니었다.

울엄마가 슬픈것이다.

딸이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알면서도 남에 씨앗을 거두어드린 조강지처의 처사를보고

잘했다고 할 정도의 본능을 가진 내 엄마가 정말로 슬펐다.

내 나이 어느새 마흔 아홉을 적어가고 있다.

그렇다.

우리 엄마는 종자를 두기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통할수있는 구 세대를 사는 분이다.

그러나 나는 한곳에도 두려움이 없다.

든든한 아줌마도 뱃장도 있으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한것이 우리 세 딸들에 대한 두틈한 뱃짱이다.

내가 지금 당면한 문제는 지금 고 3인 우리 큰딸을 어떻게 대학을 넣느냐는 것이고

두번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딸이 좀더 열심히 공부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우리 막내딸이 조금만 더 날씬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평범하게 꿈을 세운 종갓집 맏며느리가 까짓것 친정엄마의 아들 타령으로 가슴을 앓키냐

그러나 자꾸만 울엄마가 슬펐다.

지난날 아들 선호 사상때문에 무던히도 딸들에게 미움을 받았지.

유난히 욕심이 많았던 우리 엄마

다남 다복의 시대에 이남 사녀의 자식을 두셨다.

장남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구실로 낳고 아들 하나를 더 두기를 소원하여

낳은 딸들이 줄줄이 넷이나 되자 할머니한테 구박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생겨진 일인지라

그리고 끝으로 아들을 낳아 아들을 둘이나 두었으면 됬지 그도 욕심을 못 채워서 손주또한 줄줄이 사탕으로 보기를 원하시는데 불효 막심하게도 큰 딸이 아들을 못 얻은지라.....

한때는 울엄마의 본능적인 아들 타령에 많은 아픔을 겪었었다.

냉정히 생각하면 내가 아들을 낳지 못한것은 당신의 손주도 아니고 남에집 손주임에도 불구하고

늘 섭섭함을 금지 못하는데 그것은 단순히 울엄마의 본능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런 엄마를 놓고 뭐가 서운하고 뭐가 옳타느니 등등의 이야기거리를 내놓고 투덜거렸으니

쯧쯧 내가 불쌍한것인지 울엄마가 불쌍한 것인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우리 시어머니는 아들 딸에 대한 편애가 없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한번도 내가 낳은 딸에대해 듣기싫은 소리를 해 본적이 없다.

오히려 내딸 셋을 엄청나게 크게 보신다.

그중에서 막내딸을 최고로 애지 중지 하신다.

그 놈이 태어난후에 딸만낳고 방황하던 애들 아빠가 제자리로 돌아왔기때문에

부모의 금술을 엮어주는 \"근원둥이\"라 하셨다.

딸만 셋을 낳고 팔자를 고친 여자가 바로 나다.

딸을 둘 낳고나서는 우리 남편이 늘 방황하고 새로 장가를 가서 아들을 낳아 온다는 둥

그리하여 내 속을 온통 뒤집어 놓았는데 딸을 셋으로 채운뒤에는 그 소리가 쑥 들어갔다.

우리 남편 말에 의하면

자기 막내 딸에 엄마 아빠가 늙어서 불쌍하고 딸많은 집에 태어나 대우를 못 받아 불쌍하고 기타 등등...

그래서 어느날부터 나를 대하는 대우가 달라지다보니 딸 셋을 채우고 드디어 용상에 앉게 되었다.

눈은 단추구멍보다 조금 크고 너무나 잘 먹어서 뚱땡씨

큰 애둘은 예능에 아주 능한 반편 이 아이는 예능에 큰 관심이 없어 피아노도 그림도 그냥 하는 정도.

그래도 공부는 우등이다.

그래서 공부를 조금 시켰더니 영재 어린이 선발고사에 합격을하고 입소를 기다리는 중이다.

요즘 그 아이에게 고민이 있다면 엄마 아빠가 너무 늙는 다는 것이다.

어느날 막둥이가 하는말

\"엄마 엄마도 보톡스좀 하지.\"
아서라 아서,세월이가면 늙는 건 당연하지.

요즘들어 부쩍 엄마가 늙는게 보인다 했다.

그리고는 그게 자꾸 슬프단다.

 

내가 너무 늙었나보다

하긴 마흔 아홉이라는 숫자가 적은건 아니지.

그렇게도 고통스럽던 아들타령이 저만치 물러가고 오히려 아들타령을 하는 사람이 불쌍한걸보니

말이다.

노인네,아니 우리 엄마 그동안 너무 미워해서 미안했다.

그 놈에 종자가 뭔지.

울엄마가 그것만 아니었으면 나에게 미움을 받았을 일도 없었을텐데

우리 시엄니가 무척 고맙지.

만약에 시집과 친정이 뒤바꼈더라면 나는 어찌되었을까

아마도 지금까지 조씨 집안에 호적 붙이고 살일이 없었겠지.

어쩌면 울멈마가 나에게 오늘을 만들어 준 장 본인인지도 모른다.

엄마가 편안하지 않았기때문에 한번도 친정으로 가야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하고

그 숱한 어려움을 다 견뎌냈으니 말이다.

어쨌튼 우리 모녀사이 아들은 슬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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