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딸애는 이것 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걱정되는 것도
많은 모양이다.
음식하는 것 부터 언제는 무엇을 하고 어떤 때는 어떤 차림과 인사
어른들께는 무얼해야 하는지 시간만 나면 묻고 적고를 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어렵고 궁금한 것은 피임이다.
나이가 있어서 3~4년 후에나 아기를 원하는 딸은 어떤 피임이
가장 안전하고 몸에도 무리가 없을지 궁금해 한다.
엄마인 나는 스물다섯에 결혼하고 여섯에 저를 낳았으니 첫애기는
원만하게 낳았고 둘째는 루프를 해서 4년 있다가 낳았고
세째는 피임없이 있다가 두살 터울로 낳았다.
난 입덧을 모르고 아이 셋을 낳았다.
첫째는 조금 소화가 안되는 느낌이 있고 제 날짜에 생리가 없어서
산부인과를 갔더니 임신이라고 했고
둘째는 루프를 빼고 바로 들어서서 알았고
세째도 둘째가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생리가 자동으로 없었고
돌을 지나고 모유를 떼고 임신이 됐으니 따로 피임을 하진 않았었다.
남들은 임신을 하고 남편한테 한밤중에도 입에 당기는 음식을 사러
내 보내기도 하고 입덧하는 아내를 위해 집안일도 해 주고
밥도 한다고들 들었는데 나는 입덧을 아예 안하니 응석도 투정도
귀염도 없이 무덤덤하게 지나고 말았다.
올케도 입덧이 심해서 거의 피골이 상접해서 영달을 보내던데
난 너무도 싱싱하게, 너무도 왕성하게 잡식을 하며 보냈다.
낳을 때는 또 어떻고?
아무런 기미도 없고 산부인과에서 출산예정일을 뽑아주면
그 날 아침에 집 다 치워 놓고 이불빨래 해 두고
시장 봐 두고 머리 감고 목욕까지 하고 산부인과에 가서
\"오늘이 출산 예정일이라 해서 검진 왔습니다.\"
\"어머, 그래요? 그럼 내진 좀....
아이고, 벌써 자궁 문이 반이나 열렸네요. 빨리 분만실로 가세요.\"
그러고 셋을 다 낳았다.
평소에 출산 운동을 많이 했고 많이 걸었고 출산의 두려움을
없애려고 좋은 생각만 많이 했다.
첫애를 낳던 날
친정엄마는 진통을 애써 참는 내가 안쓰러우셔서
\"야야, 아프면 고함이라도 질러라.
그러다 목에 핏줄 터지겠다.\"
\"참을만 해요. 정 못 참겠으면 그 때 고함칠께요.\"
그러고는 당연히 아파야 애기를 낳는 줄 알고 끝까지 참았었다.
어떤이는 남편을 욕하고 남편의 머리카락도 죄다 뽑아버린다고들
하던데 난 죽을만큼 아파야 새생명을 얻을 수 있다기에 당연한
고통인줄로만 알았었다.
둘째는 너무도 멀쩡하게 애기 낳으러 왔노라고 하니
\"임산부가 누구신데요?\"
\"전데요.\"
\"진통이 오면 오셔야하는데요.\"
\"오늘이 분만예정일이라고 하셔서요.\"
\"그럼 잠깐 진찰을....
어머나, 선생님 분만이 시작되고 있어요. 빨리빨리....\"
그렇게 둘째.
세째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좀 힘들었지만 자연분만.
의사선생님 왈
\"아이고 숙아 !숙아! 웬 장군을 낳았냐?
고 녀석 한자리하게 생겼네.\"
딸애도 날 닮아 입덧도 없고 분만도 수월했으면 좋겠다.
사랑이야 평소에 많이 받고 입덧할 때 먹고 싶은 것 다 못 먹으면
눈이 짝짝으로 나온다던데 그래 그런가 우리애들은 다 똑같다.
이쁜 애기를 얻으려면 충분히 아프고 참아야 하는 건줄 나는 알았고
분만의 고통은 엄마라면 당연한 건줄로만 알았기에 참을만 했다.
또 내가 두려워하고 아파서 겁을 내면 애기가 밉게 나올까봐
무식하게도 참았었다.
오죽했으면 친정엄마가 고함이라도 질러라 했을까?
학교를 내년에는 복학을 하겠다니 반드시 피임을 해야겠고
학교를 마치고 결혼을 하려나 했던게 시댁쪽에서 이왕 할 결혼
좋을 때 시키자 해서 하는데 무리수가 따르긴 따른다.
너무 일찍 애기 엄마가 되어도 나중에 처녀적 낭만이 없다고
안타까와할 수도 있고 아이에게 은근히 화풀이 한다는 철없는
엄마가 되기도 한다는데....
양계장사모님은 무조건 잘 하는 거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하신다.
나이들고 노처녀 노총각되어 이것 저것 따지는것 많아지면
골치아프고 애들 늦어지면 공부시키고 뭐하다보면 파파 할머니
할아버지 된다면서 때 묻지 않고 순수하고 제일 이쁠 때 잘 가는
거라며 시댁 쪽에서 현명한 판단을 욕심껏 했단다.
무엇보다도 저희 둘이서 철없어 보이기까지한 사랑이 얼마나
이쁜지 지켜주고 싶었고 사위가 한 여자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확신이 있어보여 결론을 내렸었다.
남자가 남자 볼 줄 안다고 하는데 남편도 맨 처음 사위가 우리집에
인사를 왔을 때 후한 점수를 줬었다.
일단은 얼굴이 ,그러니까 원판이 깔끔하고
웃는 모습이 해맑기까지 한 동안의 청년이고
속으로 혼자서 꿍~하고 생각을 묻어 둘것 같지 않고
사근사근하게 어른들 말씀에 대답도 잘 하고
몸이 굼 뜨지 않고 행동이 활발해서 좋았다.
우리애가 학교도 마쳐야 하고 신혼이 없으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피임을 묻길레 약국에 가서 의논해 보니 먹는 피임법이 가장
안전하단다.
아직 애기를 낳은 경험이 없는 신혼들은 루프나 다른 기구 삽입은
안 좋다면서 먹는 피임법을 권한다.
매일 작은 알약 한 알만 먹으면 되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데
그래도 걱정은 된다.
고 작은 알약 한 알이 임신을 막아주는데 몸에는 무리가 없을지
나중에 진짜 애기를 원할 때 원만하게 진행될지.....
지금 애기를 여러가지로 무리가 따른다.
당장 저희들도 애기 때문에 어린나이에 부모노릇한다고
좌충우돌 할꺼 뻔하고 엄마인 나도 아직은 막내가 대학이나
가야 이일을 그만 둘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 애기 봐 줄 입장은
못되고 사부인은 더더욱 애기 봐 줄 형편이 못된다.
교회일이 바쁜데 꼬맹이한테 붙들릴 사모님이 아닌 것이다.
여러가지 교회행사에 애기를 달고?.....
주방에 일을 하면서 포대기로 애기 동여매고 국 끓이고 밥을?...
저희들 사정도 두 부모님 사정도 애기가 무리다.
단단히 일러두고 있는데 정신차려서 약 먹어야 하고 계획에 없는
임신을 하게 되면 애기한테 스트레스를 주고 낳아도 밉게 기르게
된다고 축복속에 임신과 출산을 하라고 요즘 교육 중.
딸애는 교회에서 중학교 때 수련회를 가서 순결서약식을 하고
학생증같은 서약식증을 받아서 갖고 다닌다.
키스야 벌써 한 눈치고 내가 슬슬 돌려서 물어봐도 펄쩍 뛰는 걸
보니 안심은 된다.
하도 하도 세상이 요지경이다보니 엄마가 딸을 못 미더워서
노골적으로 묻기는 뭐해서 집에 와 있는 동안 두달 동안 화장실을
비우면서 은근히 생리대 나오는 시기를 체크해 봤다.
우리 화장실과 저희들 화장실이 따로 있으니 체크하기도 좋고
목욕하는 시기도 같으니 엄마인 고로 여러가지가 신경쓰인다.
딸을 믿기는 하는데 그래도 설마? 하는 맘에서 혼자서 불안한
상상을 하면서 원초적인 방법을 동원해 보곤 혼자서 피씩.....
혈흔이 선명한 생리대가 돌돌 말려서 \"왜요?\"하고 째려본다.
엄마가 딸을 못 믿으면 누가 믿어줄까?
딸은 아직 어리고 그냥 좋은 오빠랑 살고 싶어서 결혼을 하겠다
고 하는데 엄마인 나는 혹시나 만시나 하는 생각으로.....ㅎㅎㅎㅎ
어찌되었건 어젯밤에도 사위가 바로 위에 누님이 우리애더러 같이
만두만들면 좋겠다고 와 줄 수 있냐고 전화가 왔다.
우리애는 손으로 조물조물하는 것은 이쁘게도 하지만 야물딱지게
만드는 편이다.
퀼트도 비즈공예도 쿠키나 만두같은 만들기는 속도가 느려서이지
야물고 쓸모있게 잘 만든다.
벌써 시댁어른들 핸드폰줄을 비즈공예로 시누이딸 장난감도 퀼트
바느질을 해서, 요것조것 여러가지를 선물해 드린 것으로 실력을
인정 받은 모양.
상견례 자리에서도 칭찬을 많이 하셨다.
손재주가 많은 애라고.
만두만들기에 초청되어 내일 시댁으로 원정간다.
설 하루 전에는 내가 데리고 일 좀 시켜야 하겠기에.
시집가기 전에 이번이 마지막 내 일을 도와주는 딸인데 일러줄건
일러주고 음식하는 것도 내 실력껏 가르쳐 주고.....
뭘 들려서 보내야 할까?
평일도 아니고 설 명절에?
오늘 장에서 준비 좀 해 와야겠다.
시누이와 일찍부터 자매처럼 지내면 여러가지로 평안하고 좋을 듯
하고 조카딸도 벌써부터 우리애를 잘 따른다고....
어쨌든 시댁 어른들과 다른 가족들과도 원만하고 두루두루
다 이뻐해 주셔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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