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83

사돈지간의 대화


BY 그대향기 2008-01-30

어제 사돈 어른들을 두분 다 만났다.

최종적으로 4월 5일 식목일에 결혼날짜를 잡고 예식은 교회에서 하기로.

집은 사돈댁에서 오래 전에 우연한 기회가 생겨서 싸게 분양받은 아파트가

있어서 막내아들 결혼선물로 하기로 하고 한정식 집에서 편안하게 상견례

를 마쳤다.

목사님이신 바깥사돈은 말소리도 조용조용 웃으시는 모습도 수줍은 여학

생 같이 곱게 웃으시고 오히려 안사돈은 날 닮아 화끈하시고 시껄덤벙...ㅎ

죽이 맞다고 하면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우리는 둘이서 자매처럼 신이 났다

아이들은 신혼여행을 위한 여권을 신청하고 우리와 합석해서 점심을 먹고

웨딩촬영 예약과 한복을 맞추러 안사돈과 같이 오후 내내 동행.

우리가족을 잘 알고 평소에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던 분이 최근에

급성 췌장염으로 열흘이나 입원하시고 금식까지 하셨었는데 우리애의

웨딩과 한복을 꼭 좋은 집에서 해야 한다고 퇴원하고 이틀만에 헬쓱한

모습으로 기어이 나오셨다.

감기기운까지 겹친 힘든 상황에서도 장시간 웨딩홀에서 가격도 절충해

주시고 기타 서비스도 최대한 많이 넣어 주라고 일침을 가하시고

한복집은....

나는 이제껏 그렇게 비싸고 좋은 한복집은 갈 일도 없었고 입을 일도 없어

아니 입을 일은 있었어도 그런집 문턱을 넘을 엄두를 내지 못했었지.

다른데서 좀 절약하더라도 한복은 빛도 곱고 바탕천, 옷감도 질이 좋은 것 

으로 해야 옷태가 난다고 전문 한복디자이너 집으로 우릴 안내하셨다.

그 분은 병원원장님의 부인이시고 본인도 사회활동을 많이 하시는 케리어

우먼이시다.

그런 분의 형편과 우리의 형편은 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 집에서도 다른

신랑신부들에게 많이 남기고(?) 우리한테는 절대로 이문을 남기지 말고

디자이너의 작품을 그 날에 발표한다고만 생각하라고....

교회손님이 많이 오시니까 작품이 좋으면 많이 올거니까 선처하라고

거의 반 강제로 가격을 깎아 내리신다.ㅎㅎㅎ

디자이너 선생님은 그저 난처한 웃음만 흘리시다가..평소에 아는 분을 많이

소개해 주시는 영향력있는 분이시기에 흔쾌히 승락하신다.

딸애의 한복은 정말 옷감이 비단이라서가 아니고 어쩜 그리도 곱고 곱던지.

그냥 치마저고리가 아니고 끝동이나 소맷단에도 디자이너 선생님이 직접

금사은사로 자잘한 수를 놓으시고 배자(?) 라는 웃저고리에는 아이보리

비단천에 붉은 목단이었나(?) 장미였나를 수 놓은 깔끔하면서도 강렬하고

그러면서도 절제의 미가 있는 아주 멋진 한복을 해 주셨고

사위는 개띠라고 하니까 웃저고리 밖에 입는 옷에는 너무도 정교하게

금사은사로 개와 새, 나무를 수 놓은 것으로 앞 뒤를 장식한 보기드문

한복을 해 주셨다.

가격은 우리가 예산했던 것 보다는 약간 (?) 많이 웃돌았지만 사모님도 크게 기뻐하시고 신랑신부도 매우 흡족한 모습이더니 집에 와서도 한복이

이쁘다고 만족해 했다.

평생에 한번 결혼식 때 제일 이뻐야 한다고 그러시면서 결혼식 때 두 혼주

도 좋은 한복을 나란히 입고 손님을 맞아야 한다신다.

아직 학생이고 둘째도 수도권 사립대학을 가려면 절약을 해야 하는데

우리 사정을 다 아시는 분인데도 내가 평소에 사치를 모르고 그냥저냥

수수하게만 하고 다니니 이번에 단단히 별르신 것 같다.

남편도 싫은 내색 않고 잘 했다고만 한다.

언제 내 간덩이로 그런집에서 한복 한번 해 입겠느냐고....

웨딩을 예약하면서  예식을 하는 교회에 꽃길과 의자 사이사이에

조화를 장식하고 제일 위에는 생화를 장식하는데 그 꽃값이 악.....

그 달에는 교회의 부활절이 지나고 금방이라서 꽃값이 엄청 비쌀 때 라고

주례사 밑에 하는 생화 값이 상상을 초월했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나의 눈치를 재빠르게 알아내신 사모님

\"꽃은 우리 00 만 있으면 되는데.\"

ㅎㅎㅎㅎ

재치만점 사모님.

우리 딸의 이름을 부르며 그 날에는 우리애가 제일 이쁨을 받아야 한단다.

그래도 너무 섭섭하면 안되는 일이라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너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너무 허술하게는 하지 마시고 멋지게 해 주시라

고 하는데 그 돈은 솔직히 아까워도 그 교회에서 다음 날에 예배가 있으니

전혀 낭비는 아니다.

예배시간에 모든이들이 다 봐 주면서 어제의 신혼부부에게 축복의 기도를

해 주실거니까.

 

그기까지만 아는분 , 사모님과 사위를 동행하고 그 다음은 우리가족만 대구

에서 신혼부부의 이부자리를 구입했다.

겨울과 여름 침대카바와 이불세트,침대매트 겨울 여름 것 두 개,손님용

이불세트, 면 패드 쫀쫀한 것 한 세트만 장만하는데 우와!!!!

유명 메이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메스컴을 탄 상표라 가격이 입이 벌어

지는데 그래도 딸의 신혼방에 화사하게 펼쳐질 이불을 생각하니 내가

다 기분이 설레고(?) 좋아서 약간 무리를 해서 순면으로 감촉 좋고

요즘 유행한다는 프린팅이 큰 무늬의 우아하면서도 싫증이 덜 나는

이부자리를 사 줬다.

딸은 학생이다보니 이불가격이 몇 십만원한다니까 나를 자꾸 밖으로만

내 민다.

\"엄마. 너무 비싸요. 다음에 싼 걸로 하나만 해 주고.\"

\"아니다 이불은 좋아야 침대에 들었을 때 포근하게 잘 자지.\"

\"엄마는 ....그러면 메이커 없는 걸로 사 주시든가....\"

저도 한푼도 벌어주지 않고 자꾸 비싼 걸로 사 갈려니 양심이 아픈가 보다.

엄마가 덜 쓰지 뭐.

엄마가 이쁜 옷 덜 입지 뭐.

엄마가 덜 고운 이불 덥고 자지 뭐.

너희 둘이서 행복하기만 하다면....

 

두달이나 남았는데 급하다 싶어도 다음달에는 또 연속으로 수련회가 있고

3월도 아이들 입학에 집이 마련되면 가구랑 가전 보러 다니고 그릇 사고

도배, 장판깔고 커텐 맞추고 가전 넣고 장 봐 주고 가구 넣고 청소......

할일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요즘은 새벽 3시만 되면 자동으로 잠이 깬다.

그런 다음은 하얗게 아침을 맞이하고....

우리의 욕심은 버리고 애들의 살림에 촛점을 맞추니 참 좋다.

목사님도 소탈하게 허례허식을 버리자 하시니 좋고 사모님도 막내딸 하나

얻는 것 같다고 좋아하시니 얼마나 편한지.

많은 혼례비용을 들여 초 호화판 예식을 하는게 아니고 서로의 가정형편을

다 얘기하고 하는 것이라 신경전도 없고 자존심 대립도 없다.

그러면서도 양가 집의 뜻을 존중하며 집행하자는 얘기를 했었다.

서로의 형편을 모르면서 미묘하게 갈등을 느끼기 보다는 지금의 우리처럼

아이들이 연애결혼이라면 충분히 양가 부모님이 이해만 된다면 혼사는 

쉽게 풀어지리라.

누가 남자니까 더 많이 하고 여자니까 얼마나 하고......

아니라고 본다.

능력껏 형편껏 서로가 대화로써 풀어나가면 된다고 본다.

신랑집에서 지금의 아파트를 전세세입자에게 이사비용을 주고 전세를

내 보내야 할 때 우리집에서도 얼마간을 부담하겠다고 제의했고 자존심

상하지 않게 잘 말씀드렸더니 수긍을 하시는데 자존심이나 뭐 그런 문제

는 없었다.

혼수를 서로 줄이고 아파트를 장만해 주자고만 했지 남자집에서 집은 마련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깨고 싶었다.

처음에는 다른 곳에 작은 아파트를 장만해 주자고 했는데 융자를 안아야

하니까 그럴바에는 지금 있는 아파트를 이사비용 주고 전세든 사람을 내

보내겠다고 하시며 아들 앞으로 명의변경하시겠단다.

워낙에 검소하게 생활하시고 꾸밈이 없으셔서 돈이 없다면 정말 없으신

거다.

사위 되는 사람이 아직 작은 투자는 몇군데 하는데 목돈을 한꺼번에 빼

기도 그렇고 그냥 두고   혼수를 줄이자고 합의를 봤다.

 

 

아직 할 것도 많고 일도 많은데 얼른 치루었으면....

뭔가가 꼭 걸린 느낌이다.

오는 아침에도 딸이 일찍 머리를 감고 난리를 부리길레

\"어딜 가는데 이리도 일찍 쇼를 할까?\"

\"어제 둘이서 얘기를 많이 못해서 얘기도 하고 엄마 생일 선물도 고르려고요.\"

\"그래? 그럼 얼른가라 .좋은 것 사와~~\"

\"아이~엄마는 속물이야\"

\"그래 . 엄마는 속물이지. 아름다운 속물.\"

\"아름다운은 아니다.엄마는 ~~~그냥 속물인거죠.\"

\"떽!! 너로 인해 이리도 애를 태우는 엄만데 그냥이라니?\"

\"그래요. 엄마는 아름다운 속물이예요.\"

\"저번에 백화점에서 봐 둔게 있는데 가 보고요. 기대하시고...갔다 올께요.\"

팔랑팔랑 `~~

딸아이의 철 없는 발걸음 뒤로 머플러가 나부낀다.

.

.

.

갑자기 글씨가 작아졌는데 고치는 방법을 몰라서...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