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버지께서 우리자매 쪼르륵 앉혀 놓으시고 늘 하시던 말씀
여자는 자고로 삼종지도요 여필종부라 귀가 따갑게 듣곤했다.
그러실때 마다 그게 왜그렇게 싫었는지 어쩌면 엄마의 사시는 모습을 보아와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그 두마디로 온가족위에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서
였을 것이다.
언니나 동생은 이미 살아가는 법을 알아 아무 대꾸없이 \'네\' 하며 조용히 있는데
\"여자는 사람 아닌가요 똑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는데 왜 그래야 되요\"
깨질 줄 알면서도 난 그랬다. 그냥 언니나 동생처럼 네 해버리면
아버지의 그말씀이 옳은것이라 인정해 버리는것이 되는것 같았기 때문에
난 그럴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면 음양의 이치가 그렇고 만물의 조화가 그렇고 조상의 가르침이 그러하고등등...
\'네\' 대답하고 부드러운 눈길로 풀려난 다른 자매들과 다르게 난 저려오는 발때문에 연신 몸을
비틀면서 아버지의 도저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을 계속 듣고 있어야 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시간도 가고 우리자매 모두 결혼 하여 일가를 이루고 있는 요즘
오랫만에 돌린 안부전화에서 언닌
최근에 있었던 집안일과 형부와 싸워 이긴이야기 그래서 콧바람만 쎄게 불어도 형부가 꼼짝못한다고 연신 자랑이다.
동생은 결혼하고 부터 동생의 말대로 해서 부풀어 오른 재산 때문에 동생이 눈에 힘만 줘도
제부가 알아서 따라온다고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일장연설이다.
어려서 그랬던것 처럼 나도 처음엔 동등하게 산다고 했었다.
허나 남편이 직장그만두고 사업시작하면서 하루 컨디션에 따라 하루 일과의 결과가 너무도 달라지는 것을 몸소 체험한뒤론 동등이라는 말을 난 가슴에 묻었다.
상담차 출장이라도 가면 혹 내가 내뱉는 말이나 행동으로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날마다 염주 돌리며 기도하는 처지이니 어디 싫은말 한마디 쉽게 할 수 있었을까
왜 아니겠나 주변에서 사업한다고 다 날리고 나중 형제 부모까지 힘들게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만은 우리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날마다 다짐했던 처지이고 보니 말이다..
이젠 한고비는 넘긴것 같은데도 그것을 바꿀 수가 없다.
모든 남편의 의사와 생각을 먼저 존중해주고 따르는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고 꼼짝못하던 남편도 이젠 당연시 한다.
가끔 가슴에 묻어둔 그것들이 쳐올라 답답해지면 이불뒤집어쓰고 한바탕 쏟아놓아 버리곤 한다.
어릴적 저리던 다리가 억울해진다. 그냥 네 할걸 오늘도 출장간 남편 때문에 염주 돌리고 있다.
어떻하겠는가 노후의 여유로움이 지금에 달려있는것을 ....
* 안녕들 하세요 계속 눈팅만 하다가 용기내서 한번 써봅니다.
용기를 내었으니 이젠 님들의 글에 공감의 답변도 달면서 즐거운 시간 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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