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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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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상견례


BY 그대향기 2008-01-24

지난 금요일에 사부인 되실 분을 만났다.

두어달 전에 한번 같이 만난 적이 있었기에 전혀 낯 설고  어렵지

가 않았고 그냥 맏언니를 만나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며 그리

엄청나지 않은  호텔에서 점심을 했다.

먼저 연락을 하셔서 만나자고 하실 때 내 나이도 있고 그런 자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터라 약간은 긴장을 했었다.

워낙에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성격이고 또 여형제가

없이 자란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특히 여자는 다 좋다.

특별히 성격에 무리가 없는 사람이면 한번 만나고 두번째는 편한

사이가 되는 걸 좋아한다.

그 날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내내 우리는 사돈간의 어려운

대화가 아니라 언니 동생간의 자매들의 재밌는 이야기를 하듯

편안한 대화로 애들의 결혼 문제를 얘기 했는데 \'사부인\' 이라고

부르질 않았고 어쩐지 어색해서 교회 목사님의 사모님이시라

그냥 편한데로 \'사모님\'이라 부르겠다고 하니 웃으시면서

편한데로 부르라고 하셨다.

나중에 애들이 결혼하고 불러드려도 무리가 아닌 듯.

사모님은 우리애가 빼어나게 이쁘지 않는데도 수더분하고

착하게 생긴외모와 성격적으로 모나지 않아서 좋아하신다며

착하고 심성곱게 길러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위로 삼남매를 시집장가 보내신 사모님께서는 외국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보내 놓으시고 둘째 딸을 곁에 두시고 막내 아들인

나의 예비사위를 끔찍히도 이뻐하심이 눈에 보이고 말씀에도

묻어 있었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의 엄마인 나한테도 참 자상하게 하신다.

결혼의 문제에서 나는 아직 아무런 준비도 없고 준비란게

경제적인 준비에서 마음의 준비까지 많을텐데 나는 전혀 없다라고

솔직하게 했더니 사람좋은 웃음을 웃으시며

\"다 소용없어요. 애들에게 꼭 필요한 것만 해 주고 저희들 열심

히 살면서 늘리며 사는 재미도 있게 합시다.

아파트는 분양받아 놓은게 평수가 큰 것은 아니지만 하나 있으니

그리로 살림을 넣으면 되고 혼수니 뭐니 복잡한 것들은 양가가

다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합시다.\"

참 편하게 해 주셨다.

이렇게 일찍 시집을 보낼 생각은 꿈에도 없었고 현실적으로는

더더욱 없었던 일이라 그 마음을 솔직담백하게 다 말씀드렸다.

사모님은 막내아들이 장가를 가고 싶어하고 한번도 여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적도 없던 아이가 결혼하겠다고 웬 키 크고

약간은 어리버리한( 내 딸은 이렇게 부르면 펄쩍뛰지만) 착하게

생긴 여자를 데려가니 재미있기도 하고 지켜보기로 하시다가

한번 두번 자꾸 만나시면서 우리애를 이쁘게 보신것 같다.

목사님도 위로 두 사위와 한 며느님이 계시지만 한번도 직접 미리

전화하신 적이 없으신 많이 보수적인 성격이신데 우리애한테는

전화도 하시고 재밌게 말씀하신다고 그댁 둘째따님이 질투를

느낀다고....

막내아들을 두분이서 너무 사랑하시는 것이 여러모로 보인다.

사모님과의 결혼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존심이나 체면등으로

숨기고 얘기 못하고 이런 일은 없었고 아직 학생의 신분이고

우리애 밑으로 올해 대학을 가고 고등학교를 가야하는 동생이

있음을 말씀드리고 여러가지 준비가 없는 상황을 다 말씀드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산까지 말씀드렸다.

사모님도 큰 부담을 주진 않으시고 무리없이 교회에서 존경받는

좋은 목사님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자고 하셨다.

그런데??

날짜를 너무 빨리 잡아오신거다.

원래 결혼날짜는 어느 쪽에서 잡나?

목사님부부가 4월에는 외국에 가셔서 여러달 체류하실 것 같고

또 4월에 목사님의 환갑도 있어서 2월에 하시면 어떻겠냐고....

당장 다음 달인데.

큰딸은 대학원 다니다가 미국으로 시집을가는 일로 선보고 한달

만에 결혼을 했고 큰 아들은 과테말라로 목회일을 하러 가면서

6개월에 두 자녀를 시집장가 보내셨던 저력을 발휘하시며 나의

놀란 얼굴을 보시면서 재미있어 하시기까지....

특별히 복잡한 순서는 다 생략하고 애들 중심으로 준비하면

한달이면 충분하다신다.

정말 그래요 아컴님들?

점심을 먹는 내내 내 머리 속에서는 빠른 회전이 있느라 벙벙~~

뭐 부터 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시간을 버나~

중간에 구정과 3개의 수련회도 마무리 해야 하고 가구나 가전제품

의 품목도 빼보지 않았는데~~

애들 야외촬영과 맛사지는~~

교회섭외와 주례목사님 특송 신혼여행지 물색에 경비예산~~

청첩장찍기와 돌리기 누가 되지 않을 사람에게 보내기~~

놀라는 주변분들의 반응~~

대충 어느 선까지 예단을 해야 하는지 여쭈니 직계가족만 하고

다 생략하라신다.

처음에는 목사님양복과 사모님 한복까지도 다 여러벌 있으니 말라

고 하시며 그럴 여유를 애들에게 도움을 주라고.

현실적인 말씀이지만 너무 안하면 그것도 아니 것 같다시니

직계가족만 하자신다.

신랑이나 신부도  한복과 양복 양장만 간소히 하고 유행도 자주 바뀌고

싫증도 나기 쉬우니 예물도 반지정도에 목걸이까지만 .

서로의 예쁜 사랑만 지켜주고 지켜보자고 하신다.

나야 좋지만 너무 섭섭하지 않으시겠는냐고 하니 위로 셋을 보내

고 맞이 하면서 줄거 다 줘보고 받을거 다 받아 보셨다며 막내는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자신다.

나야 대 환영이죠.....ㅎㅎㅎ

속으로만 좋아하고 아~네 하고 대답만 했다.

대충 두 안사돈끼리 얘기를 맞추고 헤어지는데 사모님의 목에는

그 전날 사모님생신 때 나와 딸이 백화점에서 고르고 선물한

작은 모피 목도리가 둘러져 있었다.

딸과 신중히 상의하고 너무 안해질 선물은 그렇고 해서 처음으로

사부인께 하는 선물이라 고민이 조금 됐었다.

마침 백화점 정기세일기간이라 큰 무리없이 작은 모피목도리를

선물해 드리면서 새벽기도 가실 때 두르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딸이 편지를 적고 드렸는데 그날에도 예의상 하고 나오셨는지

예쁘게 두르고 오셨다.

\"참 좋은 선물 감사해요. 얼마나 따뜻하고 부드러운지.\"

선물 받는 사람이나 준 사람이 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터미널에서 헤어져서 오는데 내 머리 속은 아주 텅 비어버렸다.

뭐가 뭔지.....

사돈댁 사정은 알겠는데 우리애가 어떨지 또 남편은....

아니나 다를까 둘 다 놀라서 웃는다.

\"사모님이 2월말에 결혼식 올리자시는데?\"

........

처음에는 말이 없다가

\"몇월 말?\"

둘의 반응이 똑 같다.

\"2월 말~~다음 달~~\"

\"엄마는 그래서 대답하고 오셨어요? 다음 달에 한다고?\"

\"그래. 바빠서 다 못하는 것 빼고 보냅니다 양해해 주세요.하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다음 달에...난 몰라\"

.......

이 늦은 밤에 컴을 연 것도 긴장이 돼서 잠이 안온 탓이다.

자다가 오늘이 몇일?

수련회로 지친 몸이 새벽에 잠을 설친것도 애들의 결혼문제가

크긴 큰가 보다.

그래도 지역교회의 장으로 계신 목사님댁에 시집을 보내면서

너무 빠지게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무리하게 혼사를 치르고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여럿 봤기에 지혜를 구할 수 밖에.

사위될 사람은 요즘 딸과의 통화가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전화기 밖으로도 사랑이 막 흘러 나온다.

시도 때도 없이 문자에 전화벨에.....

심통이 나면 딸이 받던 전화를 몰래 뺏어들고 장난을 친다.

\"하루가 일년같지? 좋아서 아주 입이 안 다물어지는 게 보인다

보여. 아주 말이 다 안 나오네.....\"

\"......목소리가 이상해? 혹시 장모님?\"

\"그래. 예비 장모님.기분이 짱 좋아?\"

\"하하하하하하 네. 기분이 많이 좋습니다. 장모님. 감사합니다.\"

\"잘 살 자신있나?많이 사랑해야 해.아직 어리니까 많이 이해해

주고 도와줘야 할거야.\"

\"걱정마세요.사랑받고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릴께요.\"

참 이쁜 사위다.

얼굴도 마음도.

남은 일은 현금 동원력이지.

어디......적금이 얼마나 들어 있더라 예비비는....무슨 항목이

가장 우선인지....뭐는 빼고 뭐는 꼭 해야지?....

님들!

사위나 며느님 보신 분들 많으시죠?

무리없이 혼사를 치루는 비법을 전수 해 주세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으로 양가가 만족한 혼사를.

말도 안되는 일이겠지만 가능한 일이 되게 비법들을 가르쳐 주시

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ㅎㅎㅎ

예쁜 사랑으로 아름다운 한쌍을 위한 멋진 결혼식을 치뤄 주고

싶네요.

우리 엄마도 이렇게 하셨을까?

아직 식장에서 사위의 손에 딸을 넘겨주지 않아서 인지 섭섭하지

는 않은데 당일에는 내가 울 것 같다.

바쁜 엄마 때문에 동생들 잘 돌보지 못한다고 야단을 많이 맞은

아이라.....

남편도 실감이 안나서 딸이 지나가면

\"너 정말 시집가?\"

\"네. \"

\"아빠가 실감이 안나서\"

 

내일 수련회를 마치면 이것 조것 점검을 해야 겠다.

준비기간이 짧으니 머리를 잘 써야겠다.

 

다음 주 중에 목사님과 남편을 대동한 정식 상견례가 있을 예정

이다.

그러면 날짜도 최종적으로 잡힐거고 주례나 기타 내용도 마무리

되겠지.

이렇게 큰딸을 일찍 보낼줄이야.....

그래도 딸이 기특하고 이쁜것은 영~아닌 남자를 데려와서

결혼하겠다면 어쩔까 하니 안심도 된다.

아는 몇몇 분들에게 얘기하니 효녀라며 잘 다독여서 시집보내란다

청첩장 예쁘게 찍어서 보내라시며......

학교 때 친구들도 아니 벌써 하면서도 잘됐단다.

요즘 처녀총각 귀할 때 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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