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에서 아점을 먹은 직후라 노곤함이 밀려왔다
뒤에서 떠드는 두여자의 목소리가 꿈결같이 들려오면서
눈이 거물거물 감기기에
정신을 차리려고 창문을 내리니 부산항이 보인다..
외국으로 보내질 대기중인 컨테이너 박스위로
오후의 비상을 즐기는 여유로운 갈매기의 날개짓을 보며
나는.비로서..
포항을 떠날때만해도 굳어있던 감성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 했다.
이색적이고 멋스럽고 생동감 있는 부산항을 지나서
네비게이션 덕분으로 우왕좌왕 하지않고 태종대 입구에 도착하니
차량을 금지하는 기둥이 우리를 막아선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아니면..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서..
이유가 뭐든간에 아무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태종대를 일주하는 기차가 오분 간격으로 관광객을 실어날랐다.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치장한 작은 기차에 우리도 올라타고 점점 기분이
업 되는 나는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 했다
\"나는 지금부터 상류층 톤으로 행동 할것이며 표준 말을 할거야.\"
두여자는 저 물건이 또 무엇으로 우리 둘을 난감하게 하는공
불안반 호기심 반으로 나를 째려본다.
나는 조금전 경상도 사투리에서
드라마에서 보아온 상류층 말투로 찬찬한 언어 변신을 시작 하였다.
\"언니..지난번 유럽여행할 때. 말이야..노천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생각나네.그렇치 않니?\"
\"사랑스런 동생..작년에 미국 여행갔을때 묶엇던 그 호텔말야..참 안락했어..그렇치 않니?\"
갑작스레 그것도 능청맞게 표준말을 써가며 말끝을 올리자
두여자들이 좁은 기차안..
다닥다닥 붙어 않은 관광객들 틈에서 웃지도 못하고 어리벙벙 내말에
적당한 답을 구하고자 머리를 굴리고
인천 언니는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면서 \"그래.그래..좋았지~
천진하게 구라치는 나를 따라 했다..
두언니의 장난에 동생은 어깃장이 막혔는지..귀속말로 또박또박 힘주어 말한다
\"언.니..미.치.겠.다..언.제 미.국.은. 가.고. 유.럽.은. 갔.노..그리고. 언니. 불면증에 .커핀. 입에도 안대잖아. 해외는 내가 갔다왔지 언니가 언제 갔냐구...
동생이 그럴만 한것이 커핀 아예 입도 안대는대다가
가까운 일본도 가본적 없는 내가 쇼를 하니 동생이 환장할수밖에..ㅋㅋㅋ
자살바위가 있는 태종대 전망대에 기차가 서고
두여자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쳐다보며 우하하~~참았던 웃음을 터트렸지만
나는 모델들이 패션쇼에서 걷는 캥거루 걸음으로
도도하게 우아한 걸음걸이로 2차 쇼를 하며 걸어갔다
태종대..등대..
광활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자.
가슴이고 탁 트이고 마음이 탁 트였다.
겨울내내 움추렸던 세포들이 새순돋듯이 꿈틀대며
기지개를 켜기 시작 했다
태종대의 바다는 세찬 바람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잡초들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바다는 일렁거렸고
바람은 바다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듯 하였지만
바다는 바람을 품에 넣고 .너그럽게 성난 바람을 포용하고 있었다.
성난 바람을 다독이는 태종대 바다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정체모를 슬픔들이 켜켜이 쌓인
마음의 짐을 체증 내려가듯이 가벼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태종대의 바람과
태종대의 광활한 바다가..
몸을 가누지도 못할 바람속에서 내려다보니 바위아래 천막을 치고
막썰어 파는 횟집이 보였다.
풍파를 더 겪은 언니와 나는 바람이 쎄다며 안가겠다는 동생을
가운데 끼고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갔다.
오래 기억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몸이 옆으로 쏠리는 바람을 뚫고 내려가니 천막안에는
우리처럼 극성맞은 손님들이 삼사오오 않아서
싱싱한 회를 먹으며 앉아 있다가 시퍼렇게 해서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싱긋 미소를 보낸다.여행중에 공감대 형성이 이런거 아니겠는가.
해삼과 광어회를 주문하고 앉아있는데 그야말로 목숨건 모험같단 생각이 들었다
세찬 바람에 비어있는 옆 천막이..쓰러지고
우리가 앉아있던 천막은 곧날아갈듯이 바람이 공격을 해오고 있었지만
삼사오오 앉아있던 무리들의 힘으로 천막은 바람속에 지탱하고 있었다.
목숨걸고 먹는 회 한접시와 소주 일비...
작년까지만 해도 술한잔 못하던 언니는 소주 석잔을 마셨다
나는 소주 두잔을 마시고 동생은 소주 한잔을 마셨다
두잔의 술에 취해서 소주 석잔 마신 언니를 바라보니
언니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서 촉촉하다.
나는 안다..
언니가 작년까지만 해도 술을 마실줄 몰랐는데
술을 배운 계기가 무엇인지.
나는 안다..
언니의 술한잔속에 언니의 눈물은 그 열배가 담겼다는것을..
언니의 눈물은 회상의 눈물과 역경속에 조카들이 잘 커준 안도의 눈물 이라는것을.
여행은 이래서 하는거 아니겠나
꽁꽁 감춰놓았던 감정들을 쏟아 낼수 있는 마력이 있기에..
세자매는 약간의 취기를 느끼며 돌계단을 올라와서
올라오는 기차를 탔다
부산 사투리가 자갈자갈 되는 자갈치 시장을 가기위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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