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50명 수련회를 끝내고 몸이 천근만근.....
여름 수련회는 한 주간에 둘씩 해 치웠는데 이젠 몸이 불협화음을
제 멋데로 엮어낸다.
한 밤중에 자다가 손 끝이 저려와서 깨어나 거의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늦게서야 잠깐 잤던 것 같다.
봉사자들의 수가 적어서 내가 해야 할 일거리가 많아지고 무거운
밥 솥도 더 자주 들어야 했기에 어깨가 돌 덩이다.
빈 솥의 무게만도 6 kg이 넘고 쌀과 물이 들어가서 밥이 되면 거의
20kg 이나 나가는 무게다.
밀고 다니는 밥 차가 있지만 바쁘면 두 손으로 덜렁 들고 다니는게
편하고 빨라서 자꾸 밥 차를 이용 하지 않다 보니 팔뚝 근육이나
어깨는 웬만한 육체미하는 남자들 보다 더 발달해 있다.ㅎㅎㅎㅎ
회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80kg 쌀 세가마니 반을 씻어서 밥을
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무거운 것 드는 것은 피 할 수 없는 일이다.
주방에 식사담당은 무급의 봉사자들의 일이어서 사랍들이 적으면
적은데로 많으면 많은데로 꾸려 나가야 한다.
숫자가 많다고 다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으면 분담을
시키면 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는 뭐든 다 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2박 3일 끝 날 때 까지 다 하는 봉사도 아니고 한끼하고 바뀌는
경우도 허다해서 하루에 40~50명의 봉사자들을 바꿔가며 일을
하다보면 종일
뭐는 어디에 있고 뭐는 어떤 음식을 해야하니 어떻게 썰고 다듬고
모양을 내 주세요,
몇시까지 이 재료 만들어주세요
마늘은 편으로 하고 잔파는 다지고 대파는 어슷썰고......
끝도 없이 말을 쏟아내야 하고 잘 하고 있나 돌아봐야 하고
시간에 맞게 밥과 국(국솥은 대형 가마솥이 2개)이 끓고 있나
간은 맞나 물은 맞게 잡아졌나 조리는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
50평 주방을 뺑뺑이를 돈다.
멀리서 가까이서 무급으로 봉사오신 분들에게 나쁜인상 싫은
얼굴을 보이면 안되겠기에 늘 웃음을 달고 있어야 하고 가끔
우스갯소리라도 해서 작업장을 좋게 해야 한다는 책임의식까지
있다보니 일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생산직의
불량 스트레스보다 더 많을 때도 있다.
\'언제나 밝고 환하게 늘 사람좋은 웃음을 하고 주방을 지키자 \'가
내 생활 모토이다보니 한번 봉사를 하고 가신 분들은 봉사가 즐겁
다고 다음에 다른 일로 이 곳을 찾아도 주방을 먼저 들러서 인사를
하고 가셔서 여간 흐뭇한게 아니다.
선천적으로 워낙에 사람을 좋아하고 웃음도 많고 웃기는 것도
좋아해서 이 직장이 딱 인 것은 사실인데 이제는 몸이 , 몸이 많이
지친다.
솔직히.....
빨리 3~~~7년 정도가 휙 지났으면....
그래서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으면.....
그러면 내가 이렇게 힘들어도 튕기듯 새벽 5시에 주방에 들어가지
않고 아침햇살이 방 깊숙히 들어와 내 뺨을 간지럽히고 시츄가
이불 속을 헤집고 쳐 들어와서 밥 달라고 끙 끙 대며 졸라댈 때
까지 늘어지게 잠 좀 자 봤으면....
내 일어나고 싶은 시간까지 늦잠 좀 자 봤으면....
일은 좋은데 이제는 몸이 많이 지치고 여기저기 삐거덕 댄다.
50도 안된 나이에 뭘~ 하겠지만 일이 너무 심히 고단하다.
남들보다 더 부지런해야겠기에 주방에도 30분 일찍 나가고 늦게
퇴근하고 무거운 것도 솔선해서 들어야 하고 무급의 봉사자들
에게 입방아 찧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성격적으로도 느슨하게 월급받는 것도 싫어서 뭐든 열심으로
하는 편이다.
할머니들에게도 형편껏 보살펴 드리고 필요한 것이 있겠다 싶으면
사비로 챙겨드리고 그러다 보면 즐거워지고 건네는 인사 한마디에
또 기분 업!!!!
가끔 목욕탕에 가서 맛사지를 받다보면 아줌마들이 무슨 일 하냐
고? 어깨가 완전 똘똘 뭉쳤다고....
스트레칭을 하고 혼자서 운동을 하느라고 하지만 그래도 뭉친
근육은 쉬 풀어지지가 않는다.
15 년째.
하루도 결근않고 앓아 누운 적이 없었던 강철여인.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고도 벨트 맨 체로 주방에서 일을 한 여인.
다리에 종기가 나서 성이 난 다리에 수술을 하고도 절뚝거리며
일을 한 여인.
아이가 뱀에 물려서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고 밤 샘을 하고도
이튿날 아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묵살하고
\"급하면 다시 응급실 올께요.\"
하곤 붕대로 아이를 감고 큰 행사를 치른 여인.
감기로인한 열 경기에 아이가 까무러치고 응급실을 왔다갔다 하면
서도 대치할 인원이 없어서 주방을 지킨 모진 엄마인 여인.
애들 학교에 행사가 있어도 앞치마 두른 모습으로 휭 하니 바람
처럼 나타났다 바람처럼 앞치마 휘날리며 사라지는 여인.
.
.
.
이제는 휴식을 얻고 싶어....
그래서 내 좋아하는 석부작이나 화단에 꽃나무 심기나 집안
꾸미기에 열심을 쏟아붓고 싶어.
일 마치고 한 밤중에 목마른 화초에 물을 주며 밤인사를 안하고
싶고 환한 낮에 전지도 하고 지줏대도 세워주고 싶어.
계절마다 집안 패브릭을 바꾸고 커텐을 갈아 달고 이불도 색색
으로 준비했다가 자주자주 갈아 덮고 싶어.
한밤중에 이불을 밟아 빨고 한밤중에 걷는 야행성 엄마이지 말고
낮에, 햇살 좋은 낮에 고실고실한 이불을 거두고 하얀 속옷을 개고
싶어.
와장창 한꺼번에 빨래를 하고 거실이며 베란다에 빨래가 만발해서
널고 개는 것도 일이 아니게 하고 싶어라~~~
나도 처녀적처럼 긴~~생머리에 굵은 웨이브만 살짝 넣고 우아(?)
하게 여자로만 보이게 하고 싶어.ㅎㅎㅎ
푹신한 쇼파에 편안하게 앉아 국화차 한잔을 곁에 두고 은은한
향내음에 취하다가 조금씩 홀짝이며 느긋하게 책도 읽고 싶어.
저녁 무렵이면 시츄 고운 옷 입혀서 목 줄에 달고 논두렁을 산책
하기도 하고 들꽃이 뭐가 피고 졌나 낮게 땅을 보며 걷고 싶어.
책의 잉크 냄새가 좋아서 부지런히 사 모아두고는 미쳐 다 읽지
못해서 침대 머리맡에 쌓아둔 책들이 답답하다고 아우성치지 않
게 누워서 뒹궁뒹굴 마음 편하게 책들을 사랑해 주고 싶어.
애들이 개학을 하고 다 나가 있으면 집안 일과 주방일이 다 내 것
이니 어쩌지도 못한다.
오늘 왜 이리도 쓸데 없는 넋두리가 길어지는지....
남편은 늘 내게 미안하다고....
쉼을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어젯밤엔 남편이 자기가 왜 사는지 물어 보라고 했다.
\"사는 이유가 뭔데요?\"
\"당신 행복하게 해 주려고 살지...
당신은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 알아?
내가 행복하게 해 주는 것 누리려고 살지.\"
이런다 남편이.
내가 힘들어 할 때 마다 미안해 하는 남편으로 해서 내가 더 힘을
내야 하는데 육체가 덜 착하다 요즈ㅡㅁ은.
남편도 행사가 많으면 예약부터 숙소배정 회관전반의 전기나 모든
시설물들의 관리 보수를 사람을 들여서 해야 하고 감독하고 비용
관리까지 너무 일인 다역을 해야 하다보니 서로가 바쁘다.
게다가 할머니들이 편찮으시기라도 하면 병원후송 입원절차에
약 타고 퇴원수속, 관공서 서류처리까지.....
우리 부부는 전천후가 되어야 한다.
농협이나 군청에서도 남편은 바쁜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어서
웃지 못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농협에는 아예 서류가방이나 통장 잘 잊어버리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서 집으로 종종 분실물 찾아가라는 전화가 온다.ㅎㅎㅎ
도시의 살벌함이 없는 다 아는 안면의 시골에는 그런게 좋다.
바쁘면 농협에 가서 본인의 일이 뭔지도 잊고 도로 왔다가 잊은게
생각나서 다시 갈 정도니 원....
남편과 아이들과 또 새 가족이 생길지 모르는 요즘 엄마가 지쳐서
아이들에게도 조금 안 이뻐보인다.
힘을 내자 철의여인.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내 작은 2층집에서 떠 오르는 아침해도 감상하고 지는 해의 노을
도 감상하는 시간까지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꼬물꼬물 귀여운 손자손녀의 재롱을 보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참 .
남편은 꼬맹이는 봐 주지 말란다 글쎄.
나는 애기들 너무 좋아하는데 어쩌지?
허리 아픈 아내 걱정에 애기들 양육은 자기네 끼리 해결하란다.
ㅎㅎㅎㅎ
죽었다 우리 딸들.....
오늘도 새힘을 최면처럼 불어 넣으며 아자아자 아자자!!!!
잠시 수련회가 없는 틈을 타서 집안을 온통 뒤집어서 대청소를
했다.
왜????
남편이 상의도 없이 대형 스크린의 텔레비젼을 바꾸는 일을 했다.
평소에 바둑과 영화를 좋아하던 남편은 영화관에 가기가 쉽지
않다보니 아예 텔레비젼을 바꾸고 우리집에도 \'인순이 라이프\'를
달고야 말았다.
드디어....
바둑은 아마추어 1급 수준이고 영화는 밤 늦도록 거실에서 혼자
보곤하더니 영화체널이 잡히는 접시를 달고야 말았다.
잘 됐다 싶어서 거실 가구를 위치변경 , 쇼파 위치변경 ,잡다한
물건들 퇴출에 아이들 방까지 다 대청소를 하고 나니 온천에서
목욕하고 찜질방 다녀온 만큼 시~~원하다.
아이고고고고...
사람사는 집에 웬 먼지는 고렇게나 많던지...
청소기 밀고 물걸레로 두번 세번 닦고 또 닦고.
남편은 쉬는 날 잠시 낮잠이라도 자 두지 발발대고 기어다닌다고
웃는다.
이렇게 작은 변화가 있는 날이 며칠동안은 신선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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