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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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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의 정체는?


BY 오월 2007-12-20

사랑도 때가 있다.

배움도 때가 있다.

아이들을 기르는 것도 때를 잘 알아야 하고

부모님께 의지하는 때 부모님을 보살펴야 하는 때를 잘 알아

행동해야 화목한 가정과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

더러는 사람들이 무슨 때가 필요하냐 하지만 그 \"때\"를 거스르며

볼가심 만큼 인생을 살아보니 그 \"때\"를 놓쳐 하는 일들은 그만큼

어려움과 아쉬움과 후회와 그런것들이 뒤 따르며 고생또한

배가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세월속에 그 때를 맞춰 살아내지 못했고 친정 엄마역시

그런 삶을 사셨다.

딸집에 오셔도 잠시 조각잠을 주무시고 새벽녘 돌아가시곤 했는데

모처럼 일에서 손을 놓으시곤 딸집에 오셔서 오랜시간을 계셨다.

오십을 바라보는 딸인데도 그저 모든것을 해 주고 싶어 하시니 이제

부모님을 돌봐 드려야 하는 그 \"때\"임을 알고있는 내 마음이 편치가 않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도 바쁜 날들이 이어지는 관계로 사무실 식사

까지를 맡겨 드리는 입장이 되고보니 면목이 없다.

 

사무실 주변 밭들에서 민들레를 캐신다.

어디서 몸에 좋다는 소릴 들으신 모양이다.

당신몸을 위해 아직 보약 한 첩 드셔보시지 못한몸 건강도 건강할때

지켜야 하거늘 이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몸에 민들레가 얼마나 효험이

 있을까 내 가슴이 아려온다.

 

30년 요리 경력을 내세워 만들어 주시는 점심식사 입맛 까다로운 사무실

식구들도 밥 한 그릇씩을 씩씩하게 비워낸다.

점심 식사를 엄마께 부탁하고 외출을 하러간 날

마음이 바빠졌다.

죄송스런 마음에 빨리 들어가 설거지 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종종걸음을

치고 들어와 보니 막 식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뽀글뽀글 된장찌개 무 생채 부추지짐 그리고 양념장 등등

나도 갑자기 식욕이 땡겨 밥 한 공기를 들고 식탁에 앉는 순간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빨갛게 무쳐져야 할 무 생채가 시커머튀튀 하고 양념장 그릇에서 시커먼

마스카라 눈물이 쉼없이 줄줄 흘러 내렸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생채 한 젓가락을 밥에 놓고 슥슥 비비는

순간 밥까지 까맣게 되는게 아닌가.

그래도 그냥 먹었다.

마스카라 눈물이 줄줄 흐르는 양념장에 부추지짐도 꾹꾹 찍어 먹고 그리고

열심히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도 자꾸만 뭘 넣었는지 의문이 들면서도

물어보질 못했다.

설거지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엄마의 한 마디에 난 그자리에 주저앉아 자지러

졌다.

\"음식에,검은 깨소금은 넣지 말어라 음식이 더러워서 어디 쓰것냐\"

????

\"엄마.검은 깨소금이 어디에 있었는대요.?\"

\"저기!\"

엄마가 가르키는 곳을 쳐다본 나는 ㅎㅎㅎ

그 검은 깨소금이라는 것은 올 여름 냉커피를 타먹다 녹아서 한 덩어리로

눌어붙은 썩은 커피였다.

 

\"엄마,저건 썩은 커핀데...\"

\"어쩐지 안떨어 지길래 통을 거꾸로 들고 뒷통수를 톡톡 쳐도 안떨어 져서

젓가락으로 콕콕 쑤시니 그때사 떨어지더라.\"

기막힌 요리 난 배꼽을 쥐고 웃는데 엄마는 30년 요리 경력에 누를 기쳤다며

화를 내시고 양념장이며 무 생채를 쏟아부어 밖으로 나가신다.

정말 그렇게 의심 없이 깨소금이라 생각하실 수가 있는 걸까.

의심없이 믿는 마음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도 만들어 내지만

또,기적또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엄마 맛있는 무 생채 커피무침 감사했어요.ㅎㅎ

오랫만에 엄마와 만드는 이런 추억들이 참 소중하다.

아무리 넣고 맛을 보아도 제 맛이 안나고 자꾸만 쓴맛이 강해지더라는

엄마 말씀이 귓가에 맴돌아 오늘도 혼자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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