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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72

낸시님 글을 읽고


BY 오월 2007-12-17

아홉살에 엄마를 잃고 열네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린 두 여동생을

떠안고 가장이 되신 친정엄마는 고비고비 구비구비 살아온 세월이

누군들 모두 그렇겠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가 한 가득

쌓여 있답니다.언젠가 \'바람에게 전하는 말\'이라는 글로 엄마의

대충 간추려진 인생사를 이야기 한 적도 있었지만 5남 2녀의 자식

까지를 키워내시며 겪었던 고생과 흘렸든 눈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만큼 큰 것이였습니다.

 

한 번도 단 한번도 넉넉한 살림을 해 본적 없고 또한 일거리에서

손을 놓아 보시지 못하고 사신 70십 평생이였지만 늘 엄마 곁에는

두 가지 것이 함께 있었으니 하나는 웃음이고 또 하나는 화초였습니다.

잠시도 집에 들어앉아 편안하게 살림이란 것을 해 보질 못하셨지만

몸이 아파 쉬는 시간에도 늘 베란다를 식물원 처럼 꾸미시고 시내

골목길을 수없이 누비고 다니시며 화분들을 주워다 옥상위에 올려

온갖 채소며 푸성귀들을 길러내셨습니다.

작은 마당 곳곳에도 석류며 무화과 더덕 덩굴장미를 심고 우람한 봉숭아는

친정집 입구를 화려하게 밝혀주곤 했답니다.

 

참 부지런 하신 친정엄마 당뇨 합병증과 이제 일이 몸에 부치신다며

힘들어 하실쯤 엄마식당 자리에 연립주택이 들어오는 관계로 20년 넘게

해오신 식당을 접으며 수없이 준비하고 투자한 커다란 식당을 재활용

센타에 헐값으로 넘겨 주시면서도 울지 않으셨는데 올망졸망 손님들이

오시면 한마디씩하든 그 많은 화초를 엄마가 옮기시는 곳으로 가져갈 수

없음에 몇날을 눈물바람을 하시더니 귀하고 예쁜 것들은 욕심내는 사람들께

모두 나눠주시고 남아있는 화분을 흙더미위에 쏟아부으며 다리뻗고 앉아

통곡을 하셨답니다.\"엄마,사람도 죽고 사는데 그까짓 화초가 무슨대수라고..\"

그런 위로도 아무 소용이 없었답니다.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지고 갈 내 집이 없다시며

 

서러워 하시더니 이제 올케언니가 오빠와 식당을 개업해 분가를 한다며

엄마 목소리에 조금씩 힘이 실리기 시작하셨습니다.

단정하고 깨끗함을 좋아하는 올케언니는 많은 화초들을 싫어해 그저 큰

화분 한두 개로 만족하는 사람이거든요.

힘든 삶을 사시면서도 늘 곁에두고 위안을 얻었든 화초.

그것이 그런 역활도 하나 봅니다.

동해의 동해바다님이 그러셨고 낸시님이 꽃밭때문에 수없이 속상했고

이제 꿈 속에서 통곡까지 낸시님 글을 읽으며 가슴이 아팠고 내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팠지만 올케언니가 없는 집에 엄마의 정성으로 어떤 꽃들이

활짝 피어날지 기대가 됩니다.

친정엄마 키워내시는 재주는 타고 나셨거든요.

5남2녀 자식들 잘 키우시고 화초도 잘 키우시고 푸성귀도 잘 키우신답니다

정들이는 것 화초며 짐승들에게도 이럴진데 하물며 사람일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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