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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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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위하여


BY 바늘 2007-12-14

다음 주 화요일 대통령 선거 전날 직장에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송년회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도 삼년째 같은 장소인 회사 근처 웨딩 홀 부페에서 행사를 진행 한다는데
식순에 의하여 1부에는 우수 사원 표창이 있을 것이고
 
퇴근 직후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가짓수도 여럿일 진수성찬 부페에서 서로 건배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면서 소담한 이야기 꽃을 피울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2부 여흥시간이 돌아오면 팀별 장기 자랑으로
한 바탕 배꼽쥐는 웃음이 터져 나올것인데
 
그간 근무중 짬을내어 아이디어를 짜고 소품도 준비하고 출연진을 뽑기 위하여
서로 옥신 각신 너가 나가 아니야 이번에는
네가 나가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선발된 인원이 팀을 대표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을 해왔는데
 
내가 소속된 팀은 회사에서 가장 경력도 많고 고참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연령대도 40대 중반을 넘긴 아줌마팀인데
 
유일하게 청일점 20대 꽃띠인
총각 직원 송 아무개가 있었는데 평소 조용하게 말 수도 없더니 왠걸 이번 송년회때
우리팀의 리더가 되어 팀의 이름은 \"가요 무대\" 라고 지어 출연하게 되었다.
 
근무중 짬짬이 송 아무개는 20대 본인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트롯트 남진의 \"둥지\"를
신명나는 춤과 함께 부르면서 나를 비롯 총 5명의 아줌마 출연진들에게  백댄서 연습을
강도 높게 시켜 나갔다.
 
\"자~ 보세요~
 
제가 이 부분에서 이렇게 너 빈자리~
선창을 하면 곧 바로 여러분들도 뒤를 이어
너 빈자리~ 이렇게 따라 하시고요~~
 
율동은 옆으로 비스듬하게 서서 왼손을 허리 라인 정도에 가볍게 놓으시고
오른손은 앞으로 내밀었다 다시 뒤로 하시면서 하나 둘 하나 둘~~
 
아셨지요?\"
 
몸 따로 목 소리 따로 연습때 마다 얼마나 깔깔 거리고 웃었던지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저절로 떠올려 진다
 
평일 퇴근 후 노래방에 가서도 연습을 하고 티 타임 시간마다 다른 팀에게
우리 팀의 안무가 사전에 노출될까  살짝 살짝 숨어가면서 연습에 연습을  해왔다. 
 
그간에 준비한 우리팀의 출연 무대 의상을 볼라치면
 
이제와 새삼 이나이에 30센티 정도 될까 말까한 손수건만한 땡땡이 볼륨 미니
스커트에 긴 부추, 검정색과 하얀색 두가지 색의 치렁 치렁한 긴 머플러에
화려하고 큼지막한 꽃 브로치~
 
크~~정말 환상이다
 
게다가 우리팀의 주역인 송 아무개 노래 솜씨 춤 솜씨가 얼마나 탁월한지
아마도 이번 송년회 팀별 장기 자랑에서는 우리팀의 성과가
아주 좋을것 같아 사뭇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날 1등이 아니어도 어쩌면 등수안에 들지 못하더라도
서로 연습하면서 재미있고 즐거웠던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것 같아 행복하다
 
그날 무대에서 송아무개는  반지르하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가르마를 가른 뒤
나팔 바지에 가슴에는 흑 장미를 달고 빨간 양말에 백 구두를 챙겨
신는다고 한다
 
송년회가 있는 다음 날 수요일은 19일 대통령 선거가 있기에 출마자 모두는 
두근 거리는 가슴으로 밤 잠을 설치겠지만 아마도 그날 밤 기대해 보건데
우리팀이 1등하여 환호성 지르는 불타는 밤이 되지는 않을까 싶다
 
오늘도 업무에 있어서는 힘든 하루였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드문 드문 이렇게 행복한 송년회 준비로
웃음꽃이 피는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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