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 욕심이 더럽게 많은거다.
어릴적에, 엄마는 어디엘 가고 없었고,
부뚜막 위의 큰솥에는, 카레가 한가득 있었다.
전자렌지가 어디있기나 했던가?
있었대도, 그때의 식탐으로는, 데우지 않고 먹었을 거다.
겨우 열살이나, 열한살의 기억인데... 어제일처럼 뚜렷하다.
마치, 흰옷에 떨어진 카레자욱처럼 그렇게... 냄새까지 난다.
지금이나, 그때나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날은 유난히 씹는맛에 집중했었더랬다.
오늘 이 마음도 그저 집중에 그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생각은 생각일뿐. 더럽게 욕심많은 집착임을, 알기에 아리다.
그래서... 그건 그렇고.
카레솥을, 통채로 끌어 당겨 품고는, 고기만 골라 먹어 치웠다.
사각형으로 잘게 썬 돼지고기의 씹히는 맛이란... 집중할만 했다.
밥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유난히 고기만 골라 씹어 삼키던,
내 두볼의 오물주물거림을 기억한다. 고스란히...
부뚜막은 언제나 차가웠다. 반들거렸다.
연탄아궁이는, 부엌문을 열자마자 바로 발밑에서,
뜨거운맛을 보여 줄 태세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움푹패인 눈을 보면, 무섭다.
문지방 바로 밑의, 움푹패인 자리에, 아궁이가 무서웠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아프면...
집에 가서 먹고싶은 거나, 실컷 먹으라느니 할즈음엔,
눈동자가 자꾸 살을 파고 쑥쑥들어가, 눈물한방울도 고이지 못하는,
죽은 샘물처럼 그런 어느날... 사람은 죽어버리더라.
그래서, 그런가? 무섭더라. 아궁이가, 움푹패인 눈이, 죽음이.
목욕물이라도, 끓이는 날이면, 엄마는, 아빠는, 누구집의 몇째딸이,
펄펄 끓는 물솥에 하반신을, 데여서 흉직한 흉터가 남았다고 하니,
우리는 그런 실수는 하고 살지 말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었다.
왜? 펄펄 끓은 물에 뛰어들어 흉직한 화상을 뒤집어 쓰는 건,
제일 예쁜얼굴의 딸이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두분은, 실수를 안 했다.
절대로 큰솥을, 들고 이리저리 뒤뚱거리지 않았고,
지금도 팔리고 있는, 장수상품 파란플라스틱 바가지로,
목욕물의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두분은, 실수를 안 했다.
이상하지? 지금까지도, 그 물처럼 따슷하면서,
미치게 뜨거운 온천수는, 만날 수 없으니... 당연하지. 물이 많이 썩었겠지.
그래서... 그건 그렇고.
카레!
카레는, 언제나 한솥단지 가득해야 한다는 고집이 생길만큼,
엄마는 카레를 많이 했던거 같다. 그땐, 그솥이 제일 커 보였었다.
그런 카레를, 끌어 안고서, 돼지고기만 골라서, 씹어서, 삼켰다.
그리고, 오후반 수업을 받고자, 책가방을 챙기는둥 마는둥 둘러메고 나갔었다.
신발주머니를, 가지러 되돌아 왔다가, 카레에 남은 고기를 또, 건져 씹었다.
뛰쳐나가서, 뛰쳐나간 그대로의 속력으로 계속 뛰었다.
반도 못가서, 반에 반도 못가서, 속이 울렁거렸다.
세네집이 서쪽을, 나란히 바라보고 있던, 습한 골목길 흙위에,
노란 카레가 찍찍 뿌려졌다. 새가 똥을 싸듯이...
꼭꼭 씹어 삼켰다고 믿었던, 고기들이 사각형인 그대로 착착 흙에 달라붙었다.
더러워!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는 말했었다.
\" 고기만 골라서 먹었지? 어쩌면 한첨도, 안 남기고 그렇게 먹었냐? \" 했었다.
한첨도 안 남기고 먹은 고기를, 모두 골목길에,
바가지로 뜨거운물 퍼 담아, 쏟듯이 쏟았노라고는, 말하지 못했었다.
빗자루로 뒈지게 맞을까봐. 하하하.
남편의 사랑은 늘, 반듯반듯한 사각형.
길들여진 나도, 반듯반듯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날 더럽게 남의 집앞에 토해냈던, 카레처럼 뱉어내지도 못하는데...
혀도 움직이지 못할만큼 한웅큼 물고선 꾸역대는,
식탐처럼, 욕심이 더럽게 많아서 일까? 부족하다.
이 부족함은, 어디까지나 남편의 부족한 사랑탓이라고,
나는, 많이 바라지도 않는데, 부족하게 주는 사랑은 치사해서,
밥 먹기도 싫고, 밥 하기도 싫어서, 카레나 한솥단지 해놓고,
사나흘 먹고 살아야겠다느니... 하면서, 부족한사랑을 만들어서,
부족함을, 채우고, 또 채우며, 살라고 발악발악 기어오르는,
이 더럽게 많은 욕심이, 습한 골목길의 구토처럼 느껴진다.
어짜피, 그날의 돼지고기처럼 고스란히 소화도 못 시키면서...
받으면, 오히려 왜? 저러나? 하면서...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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