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른지 2 주가 지났다.
그동안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한 마디씩 혹은 두 마디 세 마디씩 머리에 관한 짧은 인사를 들었다.
\"선생님 동안으로 보여요.\"
\"선생님 상처 받을까봐 말 안 하려고 했는데...남자 같아요.\"
\"좀만 젊었더라면 김혜수 같았겠어요.\"
\"가요. 가서 옛날 머리 다시 해 가지고 오세요. 꼭 조폭 같아요. 검은 옷 입고 검은 장갑 끼면 완전 조폭인 줄 알겠어요.\"
\"괜찮아요.\"
이런 이야기들은 2 주 동안 들은 우리 아이들 이야기다.
\"생각보다 괜찮네.\"
\"젊어 보여요.\"
\"보이시하네\"
\"삐죽삐죽 튀어나온게 거친 느낌이야.이런 면도 있었네.!\"
\"김희애처럼 곱슬곱슬 퍼머를 해 보세요. 얌전한 얼굴엔 그런 것도 괜찮겠어\"
\"아니야 지금이 딱이야. 잘 잘랐어.\"
\"훨씬 젊어 보여요. 난 우리 학생들이 화장실 청소 아줌마로 본다니까. 내 머린 어떻게 할까?\"
고등학생이 된 듯하다. 그때 나는 짧은 커트 머리였는데, 항상 한 쪽이 뻗어 있어서 아톰이라는 별명이 생겼었다. 한 쪽 머리가 삐죽 나온 만화 주인공 아톰을 상상하면 된다.
그 후로 한 번도 머리를 짧게한 적이 없다.
반곱슬에 유난히 숱이 많고, 검은색이 강하고, 길게 길러 묶은 머리는 내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어쩌다 미용실 가면,
\"이런 머리는 좀 상해야 예뻐요.\"
\"아유 우리는 뭘 먹고 살라고~\"
고집세고, 인내심이 강하고, 한 번 무엇에 미치면 정신을 못 차리는 외골수,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즉흥적이고 미용실 가는걸 싫어하고...
제 멋대로 묶고, 올리면 그만인 내 머리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 눈에 거슬렸나 보다.
\"머리가 왜 그래?\"
\"스타일 좀 바꿔 봐\"
\"왜 미용실 가기가 싫어? 여자 맞아?\"
사람들도 내가 너무 답답해 보였나 보다.
사실 내가 머리를 자른건 거의 절반은 타인을 위해서 였다.
용기를 내어 머리를 잘랐다. 내 곡절 많던 20대와 30대가 함께 잘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머리를 자르고부터 내게 쏱아지는 짧은 인사들은 끝이 없다.
난 내가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았었는지 처음 알았다.
머리를 자른걸 잊고 있다가, 갑자기 나를 보며 놀라는 사람들의 표정에 난 얼마나 또 놀랐던가?
머리를 자르고 나서 난 내가 관계맺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새삼스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게 인사를 건네는 그 많은 사람들은 내게 \'꽃\' 이다.
내성적이고, 서툴렀던 타인과의 관계, 폐쇄적이고, 혼자있기를 즐기던 나는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과 알게 모르게 관계를 맺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꽃이 되고 싶다고 한 어느 시인의 시가 떠 오른다.
나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고, 충고해 주고, 위로해 주고, 가끔 언니처럼 서툰 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들,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고, 믿어 주고, 자신의 말하기 힘든 이야기도 들려 주는 사람들...
난 이들을 위해 좀 고집스럽지 않은 유연한 사람이고 싶다.
이제 곧 마흔 번째 생일이 된다. 사십 대는 좀 타인과 어울리며 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겠다.
\"오늘 머리 스타일 좋네요.\" 머리에 관한 짧은 인사를 건네자.
내가 누군가에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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