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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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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BY 꽃단이 2007-11-20

\' 그러길래 뭐랬어.  착하게 살 필요가 없다고 했지?  \'  

그러나,  그에게 그런 말을 해준적 없다.

착하게 살 필요가 없기에...  

착하게 살만큼, 착한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그런 착한 말을 해 주지 않았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늦은밤...  아니, 새벽에 전화가 왔다.

유리창 밖은 검청색였고,  공기는 무거웠다.

남편덕에... 아니, 그의 전화 덕분에, 멍하게, 새벽을 내다 볼 수 있다. 

싸늘한 겨울새벽을 볼 수 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싫다.  

싸늘한 새벽엔 곤히 자고싶다.  그래서, 고맙진 않다.

그는, 분명 취했다.  

전화선이 더 꿈틀대며 꼬이는 모습이 뻔하다.  취했다.

\" 이 쉬끼야!  너 뭐하냐?  자냐? 잠이 오냐? 이 쉬끼야! \" 

그의 욕찌거리가 흥미롭다.   새벽에 썩 잘 어울린다.  

수닭이 미친듯 돼지소리를 내며, 도살장으로 향하는 소리로 들린다.

\"  끼룩끽... 끽끽끽...  나 뒈질거 같어!  \" 이렇게 들렸다.

그렇게,  슬픈 고백에 웃음이 나오는 건,

내가 매정해서가 아니라고, 우기고 싶다.

그는, 가끔 전화를 붙잡고, 자신은 뒈질거 같은데, 세상은 잘 돈다느니...

그래서, 기분이 개같다느니, 오래 못 살것다느니... 넌, 잘 살라느니...

뒈질거 같아서, 오백만원짜리 더덕술을 마시고 버틴다는 거짓말을 한다.

 

어떤 샛노란 녀석이 또, 오백원짜리 도라지를,

오백만원짜리 더덕으로 만들었을까?  등신. 

아니, 등신불인가?  자비를 베풀었군.

또, 샛노란녀석에게 오백만원짜리 자비를 베풀고 말았군.  등신.

한두번도 아니고... 뭐.  

늑대가 양을 잡아 처먹던, 꼬셔서 살림을 차리던...

정 많은 나는, 웃음만 나온다.

 

\"  야 쉬끼야!  내가 나무에 올라가서 구했어! 겨우살이!  \"

그는, 지칠 줄 모른다.   곳 새벽이 지나고,

그의 밤이 오겠지.  밤이 오면 자면 그만일테지.  

그러니, 지칠 줄 모르고 저렇게 편하게 떠들지.

\" 겨우살이가 뭐냐?  임마!  나 자야해.  \"  남편도, 슬쩍 짜증이 도나보다.

그러니, 참 재밌다. 

나는 남편의 짜증스러운 새벽이 고소하다.

 

내가 이상한건지... 

가끔,  거침없이 나오는 욕이 재밌다.  흥미롭다.

그의 욕에 짜증을 내며, 입이 튀나온 남편이 전화를 끊고,

물을 벌컥버럭 마시며, 그에게 욕을 하는것도 재밌다.

\" 아잇 개쉬끼!  왜 꼭 새벽에 전화하고 지랄이야! 아잇 쌍! \" 하면서,

욕을 해대는 남편도 내겐 재밌다.

나도 \" 아잇 쌍!  나도 못 잤네!  \" 하면서, 방문을 쾅 닫으면,

정말 즐거워서 소리치고 싶다.   방문을 쾅 닫으면 속이 시원하다.

\" 아잇 쌍!  잠 다 깨고... 뭐야 이게!  \" 하면서, 

히스테리를 부리면, 아주 즐겁다.  

괜히 짜증을 내고, 욕을 할 순 없지 않은가?

양아치도 아닌데... 말이다.

 

남편이,  뭐라고 쓴소리 한마디 못하고, 참아내는게 참 즐겁다.

\" 양아치같은 쉬끼!  에잇!  자자!  \" 

남편의 쓴소리가 그를 향하는게 더 재밌다.

자신을 향하는 욕이고, 쾅 닫는 문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양아치쉬끼를 탓하는 남편이 소리치고 싶게 재밌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좋다.

싸늘한 새벽엔, 괜히 아침이 멀다.  그래서, 고맙긴 하다.

 

그런데, 아침은 멀기만 한데...말이다.   잠이 안 온다.

오백만원짜리 더덕술을 어찌 만들까?

오백원의 몇배가 오백만원이지?

참...  양아치같은 놈이네.   터무니없다.  없어.

그 터무니없는 샛노란 말을 터무니없게 믿고서,

마시며,버티며 살아내는 양아치라니...

\" 에잇 쌍! \"  한번더 혼자 화를 냈다.

\" 에잇 그만해라! \" 한번더 남편을 화나게 했고,

더욱 싸늘해서 맑은 새벽공기를 마신다.

잠이 온다.  밀려온다.   싸늘한 공기가 더욱 따뜻하게 잠 들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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