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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작은어머니


BY 소심 2007-10-28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했다.

몇 년만의 달라진 , 그래서 두리번거리게하는 강남터미널은

내가 직장에 근무할때 \" 율산\"이라는 건설회사에서 낙찰받아

터미널 지하로 지하철이 다니도록 계획 되었다는 계획이 공상소설만큼이나 믿기지 않던

참 오래전의 \'상상\'은 그 이상의 현실이 되어 냄새나던 반포터미널 상가는 온데간데없이

센트럴시티니 백화점등으로 외국에 온것 같다.

 

예술의 전당에서 고모가 전시회를 하기에 계제에 일산 사시는 작은엄마와 만나 관람도 하고 전화통화가 아닌 손을 잡고 얼굴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별르고 별러 만든 시간에

시어머니가 끼셨다.

기분 상하실까봐 인사치례로 같이 가실래요하니 따라 오셔서 점심도 저녁도 , 밤새 2시가 넘도록 주무시지도 않고 당신 딸자랑만 하신다.

독실한 불자인 작은어머니에게 전도까지...

귀가 윙윙거리고 도저히 참기가 어려워 핀잔을 드렸더니 그제야 주무시러 가시고

10년만에 작은어머니와의 다정한 시간은 가져보지도못한 체 아침을 먹고 내려 가야했다.

얼마나 기다렸는데~

70을 바라보는 작은어머니는 시댁어른이라기보다는 내 인생의 맨토였다.

문화재급의 바느질솜씨로 두 딸을 교육시키고 생활을 하시면서도 품위를 잃지않는 여유로움의 비결을 다시 더 듣고 느끼고 싶은 내 바램은 하루를 더 서울에서 보내기로하고

작은어머니와 동대문으로 인사동으로 손잡고 다니면서 꿈같은 시간으로 내 기를 충전하고 왔다.

 

\" 나도 젊어서는 내 하는 일이 부끄럽고 애들에게도 미안한적도 있었어\"라고 하시는 작은어머니는 너무도 수려하고 잘난작은아버지가 만인의 연인인데다가 언변이 좋아서 생각지도 못한 뒷치닥거리로 경제적으로도 어려웠고 ,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바느질은 남과 다른 꼼꼼함과 전통방식의 바느질법때문에 완성시간이 세 배나 더 걸리는 수공으로 돈도 잘 벌지 못하신것 같지만 종로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분이시다.

그 바느질보다 더 훌륭한 인품이,  결혼하면서부터 병원을 들락거렸던 나는  강한 시어머니와의 완충역할이랄까 참 따뜻하게 의지하던 분이다.

이 작은어머니가 일찍 찾아온 갱년기로 심한 몸살을 앓는 내게 신촌으로 나오라고 하신적이 있다.

어느 철학관이라는곳을 데리고 가셨다.

혼자 방안에서 속끓이지 말고 들어보자고- 하시면서 내게 하시는 말씀 -나도 40되기전에 죽을만큼 , 죽을려고 했어, 작은아버지 바람나서 집에 없지 애들 교육비도 생활비도 없지, 친정에 친구에게 창피하지 능력은 없지 ..... 날 만 새면 돈은 필요하지 큰집에서 도와주는것도 염치없지...그런데 이 철학관에 가서 보니까 작은 아버지를 넣는 순간 큰소리로 야단치는거야.왜 죽은 사람을 넣고 날 시험하느냐고..

정신이 퍼득 들었어. 아 ! 이 남자는 나와 같이 있으면 죽을 운명이구나. 이 세상에 없는것보다는 그래도 있는것이 애들을 위해서도 낫지 싶었어. 그 담부터는 체념하고 일에 몰두할 수있었단다.~라는 말씀들.

 

내게도 많은 힘을 갖게 했던 여러가지들~

멀리 이사하고 생소한 직업도 갖게 되었던 여러가지에서 무조건 지지해주고 믿어주던 이 어른이 이제 사치도 필요하다며 멋진 한복을 꾸며주실려고 감을 끊어서 가져 가셨다.

자네, 이제 자네 주도적으로 살아 .

이제 자네 나이면 남의 눈치보지말고 좀 무리다 싶은 일도 더러 해도 돼.

혼자 사시지만 친척들의 쉼터인-

50대에 장만한 집에서 사위도 보고 이제 더 늙기전에 좋은 이파트에서 살고 싶다며 새로 이사하신 집은 내 묵은 살림이 부끄러울만치 깔끔하고 깨끗했다.

 

\" 아니, 그래도 다 좋은 것들인데 책이나 그릇 세간살이 어떻게 하셨어요?\"

\" 깨끗이 다리고 단추도 달고 예쁜 보자기에 싸서 내놓기가 바쁘게 가져가더라. 이제 내 나이는 오늘 당장 눈을 감아도 지저분하지않게 정리를 할 때야.

꼭 필요한것 , 젊어서 갖고 싶었던것 빼고는 다 버렸어. 근데 버리기가 정말 어렵더라 .

여자들은 살림살이 버리면서 마음도 같이 버리게 되잖니?\"

친정부모나 시어머니와는 다른 지금껏 믿고 따르는 작은 어머니를 만나고 온 이번 서울나들이에서 내게 박힌 말씀은 버릴것 버리고 정리할것 정리하며 당당하게 살아라는걸로

힘을 얻어왔고 조카며느리 단장시킬려고 손끝이 아프게 바느질하는 작은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으로 우선 책정리라도 해야겠다.

작은어머니 올 가을 가지못한 순천만의 갈대나 남해안을 다 다닐려면 오래오래 건강하셔야해요.!!

현대사회에서 밀려난듯한 서울에서의 소외감은 이곳 광주에서 나를 필요로하는 이국여성들의 눈망울들로해서 덮어지고 다시 정신없이 가버리는 시간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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