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사망 시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처리 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67

내 작은 천국


BY 낸시 2007-10-14

\'A garden is a tiny bit of heaven here on earth.\'이라고 쓰여진 흐린 연두빛 조그만 액자를 발견하고 가슴이 콩콩 뛰었다.

나 혼자만의 비밀인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하는 기쁨과 함께...

 

삼 년 전 아들이 말했다.

\"엄마, 시내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자리에 식당할 만한 곳이 있는데 가볼래? 근처에 조그만 냇가가 있고 커다란 도토리 나무가 있는데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배달을 하는 식당을 하기엔 그만한 자리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래, 그럼 한번 가 보자.\"

 

남편과 셋이서 둘러본 곳은 아들 말대로 몇백년은 묵었음직한 커다란 도도토 나무 밑에 거의 스무명 가량의 노숙자들이 누워 있거나 앉아있었다.

시멘트로 주변을 도두어 길과 다리를 만들어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냇물은 보이지도 않았다.

주변은 그들이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 음식 포장 용기,  비닐 봉지등이 널려 있었고 노상 방뇨로 지린내가 진동했다.

남편은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내 눈은  자꾸 근처의 버려진 땅으로 향했다.

상상의 나래를 폈다.

이곳에 꽃과 나무가 자라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새가 노래하면 어떻게 될까...

그 후 남편은 그렇게 더러운 곳에 식당을 하겠다고 하는 나와 아들에게 날마다 화를 냈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더 좋은 자리가 나타난 것도 아니어서, 사실은 그곳에 꽃밭을 만들고 싶은 내 욕심에 무리는 했는지도 모르지만, 계약을 하고 식당을 열 준비에 들어갔다.

버려지다시피했던 건물이라 여러가지 일이 많아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남편과 나는 주변의 잡초를 뽑고  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건물 주인은 부자라서 여기저기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하였다.

마침 여관을 하던 자리를 허물고 다른 건물을 짓는데 그곳에 있는 나무와 꽃을 싼 값에 팔겠다고 하여 남편과 나는 날마다 그곳에 가서 옮겨올 만한 꽃과 나무를 정하고 하나 둘 우리가 식당을 할 자리에 옮겨심었다.

자장자리를 할 벽돌과 둥그런 돌들은 공짜로 얻어 옮겼다.

생각보다 적은 돈을 들여서 꽃밭을 만들 수 있어 행복했다.

처음 시작은 건물 주변에 네 군데만 하기로 했는데 차츰차츰 늘어나 지금은 열 군데도 더 된다.

삼년이 된 지금은 처음 내가 상상하던대로 버려졌던 땅에서 꽃이 피어나고 나무가 자라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새가 노래한다.

노숙자들의 방뇨도 줄고 쓰레기가 전처럼 많이 버려져 있지도 않다.

남편이나 내가 밖에 나가면 노숙자들이 괜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혹 쓰레기라도 떨어져 있으면 자기가 버린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기 바쁘다.

시에서도 청소하는 사람을 자주 보낸다.

드디어 나무 밑 시냇가 벤치도 새것으로 바꾸고 카메라도 설치하기로 했단다.

범죄도 예방하고 똥 오줌 싸는 사람도 찾아낼 수 있도록...

 

나는 음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어려서 밥상에 수저를 놓으라고 하면 밖으로 달아났던 아이다.

울딸은  그런 엄마 흉을 음식점 바깥 벽에 낙서해 두었다.

\'울엄마는 음식하는 것이 싫어서 식당을 열었답니다.

음식하는 것이 싫어서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하는 외식을 좋아했지요.

그런데 건강에 좋고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고 음식값이 싼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울엄마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도 싫증이 났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지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식당을 열어야겠다\"라고...\'

울딸 말대로 그게 내가 식당을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맹탕 거짓도 아니다.

그런 내가 무식하도록 용감하게 시작한 식당이  자리를 잡아간다.

어제는 어느 회사 회식에 200명 분 주문을 받아 가져다 주기도 하였다.

한국식당이라면 페스트를 피하듯 피한다는 사람도 우리 식당은 좋단다.

 

나는 남들과 같은 것은 싫다.

남들과 같다면 굳이 내가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과 싸운다.

쉬운 길을 두고 힘든 길을 골라가는 여자랑 사는 게 울남편은 정말 못마땅하다.

남편에게 백번 천번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쉽게 사는 게 정말 재미없다.

내가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는 삶을 사는게 힘들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하다는 느낌을 갖고 살고 싶다.

 

\'여기에 오면 좋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가 우리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다.

정말 듣기 좋은 말이다.

\'바닷가에서 신기한 조개를 발견한 것  같아요.\'

그것도 듣기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입니다.\'

그것도 좋다.

 

우리 단골 손님들이 나를 보면 눈이 반짝반짝하는게 보인다.

노숙자들은 나하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안달하는게 보인다.

나는 손님들에게 yes,mem이라든지 yes, sir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거꾸로 우리 단골 중에 남편이나 내게 그런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곳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책임자가 바뀌면 우리 가게에 와서 인사를 한다.

나는 다른 곳에도 다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니다.

근처에서 음식점하는 다른 사람 집에는 찾아가지 않았단다.

모두가 꽃밭 덕분이다.

꽃밭 덕분에 이곳이  작은 천국이 되었다.

이 조그만 천국에서 나는 여왕이다.

날마다 꽃과 나무의 시중의 들기 위해 아침잠을 설치지만 나는 여왕이다.

기쁨에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뜨기 때문이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