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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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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BY 일상 속에서 2007-09-28

 

거리에

크고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떨어지던

어제의 빗방울들이 오늘은 흐린 하늘에 여운 속으로

잦아들었다.


올해는 초등학교마다 대운동회를 하는지

학교마다 아이들의 떼굴떼굴한 목소리가

운동장으로 하나 가득하다.


10월9일에

딸, 아영이도 대운동회를 한단다.

자식들의 모든 일에 솔선수범 나서던

제 엄마가 얼마 전에 있었던 아들의 공개수업도

빼먹고 태연하게 대하던 것에 놀랐는지

벌써부터 운동회 날 엄마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

딸이 애타한다.


사실, 벌써 사적인 가정사로 인해서 기본적으로

한달이면 한 두 번씩 꼭 결근을 하던 차였는데...

과음으로 인한 타박상, 아들의 입원...몸살과 물리 치료로 병원에

가야한다는 명목으로 조기퇴근...

직원들과 직속상관들의 이해와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을

나는 조심스럽게 부탁드리곤 했었다.


딸 마음 이상으로 나 역시 벌써부터 어떡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애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엄마의 이런 마음을 자식들은 알려는지...


“엄마, 내 운동회 때 꼭 와야 돼요!”

“장담할 수 없어. 엄마가 못 가게 되더라도 도시락 걱정은

말어. 진예엄마나 수윤이 엄마, 수지 엄마한테 부탁해도 되고

아니면 큰 엄마한테 얘기해 줄 테니까.“

“싫어!!! 그럼 나 도시락만 싸줘요. 혼자서 먹을래.”

“정말, 너 혼자 먹을 수 있어? 와~ 우리 딸 다 컸네.

역시 엄마 딸이다. 자립심도 강하고. 그래! 엄마가 도시락 맛있는

거 싸줄 테니까, 혼자 먹어.“


딸이 어떤 마음으로 말을 했는지 빤히 알면서도

역으로 반기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금세 눈망울이 촉촉이 젖어드는가 싶더니 얼른 자리를

피하고 마는 아영이... 삼류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고...


‘기집애... 저게 언제 쯤 철이 들라나...’

혹시라도 참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차라리 처음부터 단념을 시키고 보자는 마음이었건만 어째 내 마음은

이리도 모질지 못한 건지, 딸의 반응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안되면 사표라도 내고 운동회에 참석해야지.


“엄마는 한명인데 어떻게 이일저일 모두 해결은 내가

해주길 바라니?! 차라리 엄마 몸을 두개로 쪼개라“

“쪼갰으면 좋겠어요.”

“!!!”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딸래미의 대꾸였다.

답답해서 던진 말에 본전은커녕 밑전까지 손해 볼 대꾸가 아닌가 말이지.

가만있는 나와 달리 곁에 있던 아들놈이 발끈해서 한다는 말이,


“못된 계집애! 그럼 엄마가 돌아가시잖아! 너 바보지?!”

란다.

“엄마가 두 명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엄마를 정말 자르라고 하는 거야?”

“그럼 아빠한테 새엄마를 구해 달라고 해, 계집애야.”

“그건 새 엄마잖아. 새 엄마는 나쁜 사람인 거잖아.”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가마니가 되는 것도 같고...

두 녀석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꼴이 엄마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도 남매간에 우애에 대해서 중요성을 강조했었건만.


“조용히!!! 이것들이 겁도 없이 엄마가 옆에 있는데 어디서 큰 소리들이야.

그리고 아영이 새엄마라고 모두 나쁜 엄마는 아니야.

좋은 새엄마들도 얼마나 많은데.“


무슨 말을 해도 요즘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만 가는 우리들의 대화.


살다보니 깨닫게 된 한 가지,

모든 일에건 가능만 하다면 안달복달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걱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진리(?)...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커다란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된다는 말들이 때때로 마음에 와 닿곤 한다.

그걸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습관처럼 무슨 일이건

벌어지고 나면 그 일들이 해결 될 때까지 전전긍긍 내 신세를 볶곤 한다.

그 동안 지나 온 많은 일들이 그러했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심심찮은 일들도 그렇고

시간이 가면 어떻게든 결정지어질 그것들 앞에서

순간순간 차갑게 시린 손이 가슴을 쓸어내리듯 쏴아~함을

느끼곤 한다.

이제는 초연하고 싶은데...

그럴 때도 된 것 같은데...


지금 내게 제일 힘든 걱정은 금전을 떠난 남편과 나와의 관계이다.

외줄에 서서 마주친 행인처럼 아슬아슬 서로 길을 양보하라는 듯

신경전을 벌이는 일들이 잦다.

징그럽게 싫은 인간이다.

왜 자꾸만 나는 남편을 향하는 마음이 편치 않은 걸까

그러고 보면 우리가 처음부터 편한 시선을 주고받기나 했었을까

혼란스럽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남편을 벌써부터 체념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결정지어질 우리 관계가 참 오래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혼에 합의할 수 없다면서 참된 가족애조차 알지 못하는 남편과

나는 어떻게 함께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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