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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22

키...


BY 올리비아 2007-09-11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딸.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학교에서 부채춤을 춘다며

문방구에서 깃털달린 부채 두개를 사오더니만

며칠 전부터 무용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제.

집에 온 막내딸이 눈물이 글썽글썽 완전 울상이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니?”

“엄마...”

 

“.. 무슨 일인데?”
“ 나 학교에서 부채춤 추는데.... 나만.... 짝이 없어..”

 

“....그게 뭔 소리여?”

“키 순서대로 둘씩 짝을 짓는데 ...내가 맨 끝에 혼자 남아서 짝이 없게 됐어..”

 

“...6학년 전교생들 다 추는 거 아냐?”

“웅..여자들만..”

 

“그런데 왜 너 혼자야”

“내가 학교에서 젤루 큰 가봐..어떡게 해...”

 

“아니 그럼.. 너가 6학년 여자아이 중에서 최고로 큰 거야?”

“그런가봐......ㅠㅠ”


어허참...이거야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초딩인 울 막내딸의 키는 167.

자고 일어나보니 그렇게 커버렸다.--;


큰딸의 키는 161, 둘째딸은 166, 셋째딸은 167.


키 크기가 이렇게 역순서이다보니

겉모습으로 봐서는 막내가 언니 같고

언니가 막내 같은 모양새가 되버렸다.


언젠가부터 엄마가 큰가 자기가 큰가

나와 키 재보던 녀석이 어느 날은 엄마보다

일센티 더 컸다고 신나하더니만...

이런 불상사가 생길 줄이야.....


그나저나 일찌감치

키가 커서 슬픈 막내딸을

어찌 위로해줘야 하나..


내심 쑥쑥 자란 막내딸을 바라보면

뿌듯하기만 한데 오늘 같은 날은..

참 마음이 거시기하다...


그렇다고 같이 슬퍼할 순 없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큰소리로 외쳤다.

 

“괜찮아!!!!  원래 공주는 외로운 법이야~엄마 봐..늘 외롭잖여...ㅋㅋ

그러니깐 이쁘고 키 큰 다희가 참아 ..알았지??^^”


“싫~~어~~~”


“....생각해 봐..어차피 전교생 여자아이가 홀수라면

그 누군가 한명은 짝이 없는 건 어쩔수 없잖아... 그러니깐

키 크고 이쁜 우리 다희가 참아... 알았지?“

 

”엄마......난...나보다 키 큰 애 있을 줄 알았어....“

“햐~~그나저나 엄만 다희가 전교에서 키가 젤로 커서 기분 좋은걸~~^^”


괜시리 호들갑을 떠니

눈가가 촉촉한 막내 딸이 눈물을 닦는다.

그 모습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찡하지만.. 어쩌냐..


딸아이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힘차게 외쳤다.


\"다희야~ 운동회는 순간이고 키는 영원한거야!!~~~알았지?

자 !! 밥 묵자~오늘은 다희가 좋아하는 고기 반찬했어~고기먹고 키 더 커버리자!ㅋㅋ”


“우와~~~맛있겠다~~헤헤~^^”


한순간 고기반찬 무너진 귀여운 우리 딸.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그래...

지금처럼 이렇게 착한 마음으로

잘 먹고 잘 놀고..

건강하게 자라면 되는 거야..

알았지?

 

짝이 없어 외로운 딸.

힘내거라~ 아쟈아쟈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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