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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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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살살 때려야 한다..


BY 정자 2007-09-11

 

내가 이렇게 오래 살줄은 몰랐어..

맨날 오늘 살것만 생각하니께

내 참 기도 안차네.

오늘만 오늘만 살면 되지...

앞으로 얼마를 더 살까 걱정도 안 헌지 오래여...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이런 애기를 들려주는 이는 이제 곧 생일이 오는 백한살의 할머니가 나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들려준 말씀이다.

 

한 세기를 꼬박 지내시고 그리고 일년이 지난 즈음

기껏 거창하게 말씀하시는 내용이 이렇게 될 줄을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 하신다.

 

증손자가 얼마전 결혼식을 치루면서 그러더란다.

할머니! 저 조금있으면 아들을 낳을 거예요..근디 할머니보고 뭐라고 불러 드리나유?

촌수도 따진다면 한 참 고를 일이다. 조상처럼 먼 손자와 할머니의 대화다.

 

그런데 할머니의 말씀이 걸걸하다.

으이구... 이눔아 일단 아부터 낳고 따질일이여....

 

안그래도 할머니는 욕도 잘하신다.

왜그러냐고 하시니 손자가 한두명이 아닌 거의 몇 십명이니

그 이름을 다 외운다는것은 힘들단다.

 

그래서 이 놈! 저놈.... 계집애들은 가스네... 심하게 발음을 하시면 까쓰가 새는 소리라며

어떤 손녀딸은 일부러 큰 명찰을 목에 달고 다닌단다.

 

할머니!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명은이!... 하면

고 년! 내가 모를 줄알고... 가스네.

 

아들이 일곱이고 딸이 둘이신데.

세상에 막내 따님이 이제 육십을 넘겨도 아직 어린애 취급 하신다.

그럴 만도 하시지. 늘 오면 막내는 ? 막내는? 언제 오누?

그럼에도 지치지도 않고 부산한 걸음으로 대문 밖에서 서성이시는 데

아무리 봐도 백세는 안 넘고 인제 미수를 갓 넘기신 젊어보이는 할머니라고 했더니

니는 복을 많이 받아서 말도 참 복스럽게 한다 ! 잉...

가스네 네이름은 뭔고?

 

당신의 몇 번째 손녀딸인가  싶으신가 보다.

밥 세끼도 부담스럽다며 아침 저녁 단 두끼를 식사하신다.

본인의 속옷빨래는 당연히 당신 몫으로 그리고 전화도 잘 하신다.

 

한 번은 팔십에 가까운 큰 아들보고 보고 전화를 하시면서 니 덜 전화번호는 모두 내 핸앤드푼에 문자로 보내거라 하시더란다. 정작 큰 아들은 손전화 없고 손자것을 보냈더니 문자가 왔는데.

 

밥 먹거스면 꼭 우동해라...( 철자가 빠진 문자라도 이해하신다)우동은 운동이다.툭하면 오늘이 뭔 날이냐?  그러신단다. 그 말은 며느리들 생일을 물어보시는 거다.

그제야 아들들이 부랴부랴 달려오게 하신단다.

왜 니덜은 여자들 생신을 무시허는 겨?

니덜 우덜 며느리들이 없었으면 시상에 나오지도 못한다구 이눔들아?

 

일곱명의 아들들이 제사잊어먹어 바뻐서 못 와도 괜찮은데 며느리생일 잊어먹은 아들은 그날 반 죽은거란다. 한 번은 둘째아들이 심하게 싸워서 이혼이네 뭐네 한다고 정신이 없어 며느리생일을 그냥 지나가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전화해서 오라고 하더란다. 불려간 아들 회초리로 장단지를 열대나 맞고 돌아왔단다. 니 싫어서 이혼하더라도 내 새끼고 내 며느리 시킬터니 그런 줄 알어? 넌 내 아들이 아녀! 하시고 대문 밖으로 내쫒더란다.

 

 둘째아들은 맞아서 아픈거보다 어머니의 말씀에 더욱 아퍼서 문 앞에서 엉엉 울었더니

큰 형님이 사정사정해서 둘째제수씨를 설득하고 두 분 세워놓고 한시간동안 손들고 벌세운 일은 집안의 전설처럼 역사적인 사건이다.

 

 명절에 다 모이지 못한다.

일곱며느리들이 제 각각 음식분담을 맡아서 해온다.

그러니 서로 했네 안했네 못했네 말도 없다.

단지 큰 며느리가 그런다.

 

어머니가 이젠 백한살이고

나는 일흔 일곱이고

나의 며느리는 겨우 오십인데.

 

나도 울 어머니처럼 울 아들들보고 며느리생신을 잘 안챙기면 회초리를 준비할까요?

했더니. 할머니 그러신다...

 

야야.... 살살 다뤄야 한다.

자고로 남자들은 워낙이 잘삐져!

 

할머니가 함지박하게 웃으신다. 손으로 입을 가리신다.

얼굴도 붉어지신다.

 

 

 

덧) 아줌마칼럼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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