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정말 있을까, 귀신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세상근심과 거리가 멀던 어린시절에는 이런 것들이 근심거리가 되기도 한다.
나도 그 중의 예외는 아니었는데 아버지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귀신은 마음이 여린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이지 대범한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깜깜한 시골마을 밤길에 심부름을 갈 때, 이유없는 무서움증이 솟구치곤 하였다.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고 어깨를 폈다.
\'그래, 비록 내가 작고 어린 여자아이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대범한 사람이야, 귀신 그까짓것이 감히 날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러면 감쪽같이 무서움증이 사라지곤 하였다.
사람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까, 궁금할 때가 많았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사람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있지.
그래서 사주니, 관상이니, 손금이니, 하는 것들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고...
사주나 관상이나 손금이 일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치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경우엔 관상을 으뜸으로 치고 손금과 사주는 그 다음이란다. 그런데 사주나 관상이나 손금으로 도무지 설명이 불가능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는 법이거든. 그런 사람의 인생은 심상으로 설명이 가능한 법이란다. 결국 뭐니뭐니해도 사람은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지.\'
살다가 문득문득 어떤 운명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궁금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고 내 마음을 살폈다.
\'그래, 운명은 내 마음이 정하는 것이지...나는 어떤 운명이 날 기다리길 원하는 것이지?...\'
그러면 운명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고 열심히 살 용기가 솟아나곤 하였다.
남편이랑 집앞 꽃밭을 만들기 위해 돌을 주우러 갔다.
넓고 큰 돌에 욕심을 내는 날 보고 남편이 농담을 한다.
\"당신 남편 마음처럼 널찍하네...그렇지?\"
\"세상을 품어야 될 마음이 돌짝만 하니 딱하다. 뭐 그래도 돈짝만 한 것보다 나으네...\"
아차, 했지만 이미 입 밖에 나간 말이다.
하긴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남편의 마음 크기가...
아는 사람 중에 친구에게 속아 돈을 다 잃고 아내도 직장암으로 잃고 이제 중학교 일학년이 된 늦동이 아들과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불법체류 신분에 돈도 없고 직장도 없고 나이는 오십 중반을 넘어섰으니 사정이 듣기 딱하다.
인근도시에 살고 있는데 같이 힘을 합해 살아보자고 하였다.
오겠다는 연락을 받고 울남편 오지랍 넓은 아내인 내게 화가 났다.
남편의 말대로 아직 우리 식당은 사람을 더 고용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그리고 내게 별다른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믿는 것은 단 하나 그 사람이 성실한 사람이고 음식에 대해서 나보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고 우리에게 식당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어쩌면 가장 확실한 대책일지도 모르는 것인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살아 온 경험으로 옳은 일이면 실행에 옮겨야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남편의 마음 크기가 항상 불만인 내게 하나의 기도가 있다.
\'마음을 크게 가지면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도 가능한 것임을 알게 하소서...\'
오늘 나는 또 하나의 도전을 내 삶에 던진다.
일년 후 쯤 오늘을 돌아보고 잘한 결정이었어...라고 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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