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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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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시집와 고생하는 아내


BY 신법천문도병풍 2007-09-02

  (휴먼스토리 / 깨진 컵의 소주 한 잔)

결혼을 하면서
대구에서 멀리 떨어진 파주로 시집온 나의 아내.

향수병으로 고생하는 보습이 안쓰러워
간만에 짬을 내어서 처가댁에 갔습니다.

당뇨로
바싹 야위고 농촌 사람인 장인어른.

저희 집에서는
그런 장인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습니다.

저도 장인어른과의 즐거운 술자리를 상상하곤 했었기에
조금 섭섭한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비닐하우스 옆에서 고기는 익어가고,
아내는 즐거운 듯이 수다를 떨더군요.

장모님과 처남 등 대식구가 모여서 술도 한 잔씩 하면서
고기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한쪽에서 조카들과 얘기하고 계시던 장인어른이
조용히 저를 부르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비닐하우스 안에 따라 들어갔습니다.

평상에 앉아 계신 장인어른 옆으로
깨진 잔에 투명한 물이 놓여 있더군요.

물 한 잔 하랍니다.
아무 생각 없이 먹었죠.

그런데
그것은 소주!

당뇨로 인해 집에서 술을 못 먹게 하니깐
하우스에 몰래 감추어두고 드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장인어른의 말.

“실망 많았지?
 장인 몸이 멀쩡해야지
 이렇게 사위가 오면 술도 한 잔씩 하고 할 텐데 말이야.
 사돈어른이랑 한 잔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고 싶은데
 내가 몸이 이러니.....
 아직 철없는 애지만
 잘 보살펴주고 싸우지 말고 재미있게 살아.
 거리는 멀지만 여름 휴가 때 한 번 올라갈게”

깨진 컵에 담긴 소주 한 잔과
장인어른이 주시는 강냉이 하나에
나는 그만 목이 메었습니다.

당신의 그 소중한 딸을 보내놓고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지,
딸이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지,
나의 부모님처럼 당신에게도 딸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저는 미처 못하고 있었더군요.

다시 파주로 올라가면서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지요.

“아버님, 어머님!
 여름에 꼭 올라오세요.
 맛난 거 많이 대접할게요.”

- ‘지용태’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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