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후 한 마을에 살던 선배와 결혼을 했다.
내가 놀러를 갔더니, 외풍이 심한 단칸방에서 폐렴이 걸렸었다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제 같은데, 그 아들이 벌써 대학교를 간다고 한다.
서울대에 자기소개서를 보내야 되는데, 공부만 잘 했지, 논술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자기소개서 첨삭을 부탁한다.
한 번도 학원이라는 것을 다녀 본 적이 없는 그 녀석은 일등 자리를 놓친 적도 없다.
장학금도 받고,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 나가서 상도 타왔다길래, 아들 자랑 심하다 했더니
서울의 상위권 대학만 지원하려는 모양을 보고 자식 자랑할만 하다고 했다.
정말이다. 내가 아는 요즘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중독이 되었다.
자가용에 실려 이 학원 저 학원 좋다는 학원으로 전전하며 자기 생각이 없는 아이들과의
수업은 쉽지 않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친구의 중학교 2학년 딸은 전단지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어 왔더란다.
아빠가 하는 작은 공장이 여름내내 바빠서 방학내내 그 딸이 거기서 하루 여섯 시간씩 일을 했다고 한다.
항상 웃고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참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으랴.
내가 우리 딸 핸드폰 이야길 했더니, 그 딸은 중학교 때 산 핸드폰을 세 달 쓰고, 끊더란다.
돈이 아깝다고...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들을 보면 그 부모가 보인다 너무 선명히...
친구와 그 남편이 맨손으로 시작해서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긍정적으로 살았는지 나는 안다.
그 아이들을 보면...
나도 반성을 많이 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아이들이 보고있으니
가는 빗줄기 흩뿌리는 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며, 가을이 와서 더 싱그런 세상
더 아름다운 아이들의 영혼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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