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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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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는 손님이다.


BY 수련 2007-08-03

아들내외와 손녀가 내일 우리집으로 내려온단다.

며느리는 결혼 후 신행때, 추석에 우리집에 오고는

세번째 오는 셈이다. 설에는 손녀를 출산하는 바람에

오지 못했다.

 

다음 주부터 휴가라 손녀를 맡기러 오는것이다.

손녀가 한달이 지나면서부터 손을 타서 등어리가 바닥에 닿이기만 하면

우는 통에 내내 아이를 안고 있는 며느리가 안쓰러워보여

한달에 한번 애들 집에 가면 좀 봐주고 싶어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낯설여

안기만하면 자지러질듯이 우는 통에 금방 안았다가 지 에미에게  건네주곤했었다.

 

 

첫 손녀인데 얼굴도 익히고 며느리가 힘들어 보여 지난 달에 손녀를 봐주마고

아이 떼놓고 편하게 휴가를 즐기고 오라고 큰소리를

치긴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후회가 되기시작했다.

 

우리집에 와서 지 에미가 안보이는데다 집도 낳설어 계속 울어대면 어찌 감당할꼬.

게다가 남편도 내 손이 필요한데 손녀에게만 매달려 있으면

괜히 화를 내지는 않을까.

 

허둥대는 나를 보면서 남편은 아이들이 왜 오느냐고 표정,눈짓으로 말을한다.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글을 쓰면서 설명을 하고 손녀를 봐주자고 하니

난색을 하며 우는 애를 어떻게 보려고 하느냐며 손을 내 젓는다.

 

이미 여행 예약도 해버려 취소도 안된다니 어쩔 수가 없다면서

일주일만 보면 되는데 그걸 못 버티겠냐며 남편을 달래었다.

굳은 표정이 되는 남편을 못본 척 해 버렸다.

 

집안을 둘러보니 지저분하다. 남편이 아프고부터 집안청소도 대충하고

베란다 꽃화분도 반은 시들하다.꽃도 마음이 편해야 눈도 ,손도 자주 가는데

남편이 아프니 화초도 귀찮아져 어쩌다 마지못해 물을주곤 했더니

기운을 내지못하고 축 쳐져 있다.

회생불능인 화분은 들어내고,그나마 생기가 있는 화분 몇개만 다시 정리해 놓았다.

 

싱크대 안도 너저분하고 냉장실, 냉동실도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며느리가 온다니까 괜히 마음이 안절부절이 된다.

 

어제부터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 베란다 창고안에 필요없는 물건도 버리고

냉장실, 냉동실안의 식품들을 다 꺼집어내어

버릴건 버리고 차곡차곡 정리하니 한결 깨끗해졌다.

이방 ,저방 다니면서 입다가 걸어둔 옷가지도 다 걷어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커튼도 떼어냈다.

 

선풍기를 털어놓아도 땀이 비오듯 온몸을 흠뻑 적셨다.

저만치 앉아 부산을 떠는 마누라를 보는 남편의 표정이 불편해 보인다.

손녀를 봐준다고 한 내가 영 못마땅한 눈초리다.

 

며느리가 오는데 시어머니인 내가 왜 이 더위에 땀을 흘리면서 대 청소를 해야하지?

옛날에 나는 시댁에 가면 되려 대청소를 했던 것 같은데?

좀 지저분하면 어때서?

 

청소를 하다말고 그만 둬버릴까 하다가도

시어머니 살림보고 흉볼까봐?

그래도 며느리에게 나의 게으름을

들키고 싶지않다. 아니 보이고 싶지않은거겠지.

 

남편이 아프면서 소홀했던 살림살이를 며느리덕분에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했으니 좋지 뭐.

오후에는 시장에 가서 장도 봐다 놓았다.

그래야 며느리가 밥하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이만하면 맘씨좋은 시어머니 대열에 끼일라나.ㅎㅎㅎ

 

비록 땀으로 목욕을 했지만 이래저래 대 청소 하고나니

싱크대안도,냉장고도 깔끔하다. 기분이 좋아진다.

 

사위가 백년 손님이라더니

어쩌다 오는 며느리도 손님이 아닐런지.

 

 

 

손녀가 태어나 처음 우리집으로 온다.

힘들때 힘들더라도   우리 예쁜손녀 기다리는 할머니의

설레임으로 내일을 기다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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