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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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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07

만남


BY 27kaksi 2007-08-04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몇번의 만남을 경험하고, 몇번의 관계속

에서 지내왔었나를 생각해본다.

사람을 한번 사귀면 관계를 오래 유지 하는 편인 나는,주위에 많은

친구와 지인을 갖고 있는 행운을 누린다.

평일에는 약속을 하기가 어려운 탓에 주말로 시간을 잡다 보니,

이번 주말에 약속이 있었다.

주말이라는 이유로 남편은 같이 지내지못하는 것을 아쉬워 하며 혼자서 낚시를 떠났다.

그가 나가고 난 현관에 혼자 서 있으니 조금 찬바람이 일었다.

그도 이제 나이를 먹었다. 나에게 기대를 하다니....

예전에,

내가 아이들을 기르며 집안에서 묻혀 지낼때, 그때 주말을

그가 가족과 보내지 않고 골프를 가거나 다른 약속을 해서 나가면

참 서운 했었다.

난 늘 넓고 넓은 바깥 세상이 궁금 했고,

세상 밖은 그 만을 위해서 존재했다.

집안일과 육아는 모두 나만을 위해서 있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서로가 외로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서로에게서 부담이 줄고, 서로 에게 무심해

지는 것 인지도....



난 오랫만에 지인을 만났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터 절친하게

지냈던 그분은 오랜동안 나의 삶을 지켜봐 온 사람이다.

그분이 내게 베푼 많은 시간만큼 나도 그분에게 나의 작은 마음의

한 조각들을 떼어 주며 살았다.

동그란 얼굴을 가진 그 분은 좀 살이 찐듯도 했지만, 특유의 여유

있는 웃음 으로 나를 반겼다.

젊음이 넘쳐 나는 홍대입구의 거리는 뜨거운 대지의 열기와 젊음의

열기가 섞여 찌는 듯이 뜨거웠다.

곳곳에서 젊음들과 맞닥드리면서, 나도 그런 젊은 시절이 있었던가? 그시절에 그뜨거운 열기를 무엇을 위해 썼던 가를 생각 했다.

젊음이 그리 쉽게 가버리는 것을 그땐 몰랐었다.



작은 도자기잔으로 장식되어 있는 전통찻집에서 우린 향기로운

차와 함께 서로의 시간들을 애기 했다.

지나온 시간들과 그리고 지금의 생각들을.....

한조각 한조각 양파껍질을 벗기듯, 우리의 삶도, 생각들도 벗겨서 서로 보여주는 시간들이 흘렀다.

그분이 말했다

\"사모님이 많이 변하신것 같습니다\"

애교있는 특이한 경상도 말씨의 그말이 가슴에 와 박혔다.

많이 강해지고 현실적이 되었다는 것은 결코 칭찬이 될 수 없는

것을....지금 나 자신에게는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은 별로 좋아

하는 모습이 아니다. 난 변해있다.....

긍정적으로 생각 하고 싶지만 내자신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몸이 오랜동안 많이 아팠었던 그분은,

혼자서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도 감사 하다고 했다. 혼자서 외출을

할 수도 없었다던 몇년동안의 고통이 지금의 고마움을 알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맞다!

우리가 건강해서 서로 좋은 관계를 확인 하며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만약에 나의 남편이 지금도,예전처럼 펄펄 날듯 잘 나갔다면,

또 병원에 누워 생과사의시간들을 보내며 절망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건강과 안정을 감사 했을까?.....

이 나이에야 겨우 깨달은 나의 어리석음을 어쩌면 좋으냐고 하자

그분이 그랬다.

그냥 모르고 살다가 죽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값이 없고 헛되었겠느냐고....지금이라도 감사함을 알았으니 그것 또한 감사하지 않느냐고....

우린 이제 진정한 어른이 되어 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부터 뜨거운 게 차 올랐다.그건 진정한 감사함의 감정이었다.



속에서 잠자고 있는 끼를 꺼집어 내어 남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그분은 뭔가를 열심히 계획 하고 있는 듯 했다.

숨은 끼가 많은 분....

아마도 그분은 남은 생 동안 많은 이에게 휴식과 작은 행복을 주는

역활을 하리라는 믿음이 있다.

내가 그끼에 동참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보탬이 되겠노라고 하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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