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하\"
모처럼만에 크게 웃었다.
보기만 해도 절로 나오는 웃음, 이렇게 소리내어 웃어본 적이 언제던가.
아마 현재의 내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해도 이걸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제 모습이 어떤 지도 모르고 마냥 좋아 꼬리 흔드는 팔자좋은 바다지킴이 진도개가 나를
웃겼다. 웃겨도 한참 웃겼다. 늘 지나치면서 자기를 보고 이렇게 크게 웃을 수 있는 사람
이 있다는 것을 개는 아는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남편과 나는 바닷가를 한바퀴 돈다.
추암 촛대바위가 바로 보이는 그림좋은 동네를 거쳐 다시 거슬러 해안도로를 타고 전망
좋은 쉼터에 내려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 바닷내음을 믹스해 함께 마신다. 별 말은 없으
니 웃을 일이 무에 있을까.
재작년, 바닷가 인근마을을 어슬렁 거리는 개 한 마리를 목격하였다.
시커먼 매직으로 개의 얼굴에 안경을 그려놓은 모습을 보고 한바탕 크게 웃은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장난쳤겠거니 알았다. 지나칠 때마다 지워지지 않는 우스운 얼굴을 보고 피시
식 웃곤 했었다.
그 후 호기심에 바닷가만 가면 내 눈은 이리기웃 저리기웃 그 개를 찾는다.
\'없네\' 어느 집 개일까 싶어 찾아 보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비스무레한 진도개들이 있긴
하지만 그 개는 볼 수 없었다. 헌데 작년 봄 이마에 임금왕짜를 새겨놓은 더 우스꽝스러
운 얼굴을 보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는 개
를 발견하였다. \'푸하하하\' 웃음이 나와 한참이나 웃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개는
남편친구 집순이였고 여기저기 진순이들을 낳아 동네에 분양해 준 모양이었다.
심심해서 주인이 매직으로 그려준다는 이야기까지....
살면서 크게 웃을 일이 별로 없다. 가끔 TV오락프로를 보고 배꼽잡으며 웃곤 한다.
시청자들을 웃기려 제 몸 사리지 않는 방송인을 보면 난 박수쳐 주고 싶다. 시사프로에
뉴스만 고집하는 학식높은 그런 류의 내가 아니기에 눈물짜고 웃음주는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 나는 좋다. 웃을 때 크게 웃어야 건강에도 좋다하지 않는가.
더군다나 나는 너무 오랫동안 웃음을 잃고 살아 왔었다.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는
나를 보며 외관상 참 행복해 보인다고 말 한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그들이 어찌 보든간
에 잃었던 미소와 호탕한 웃음을 되찾으려 한다. 한동안 가지 못했던 산행도 열심히 다니
며 산 속에서 일부러 크게 웃기도 하고 통성을 내곤 한다.
며칠 전 다시 애꾸로 만들어 놓은 개를 보고는 반가워 차에서 내렸다. 마침 남편친구도
있고 해서 다가가 인사를 나누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중 왜 그리냐고 했더니 \'그냥 심
심해서\' 라는 말을 던진다. 바닷가 민박을 하는데 영 장사도 안되고 얌체족 피서객들 때
문에 스트레스는 받을대로 받아 미치겠다고 말한다.
지나 다니면서 이 개 때문에 내가 많이 웃는다고 말했더니 \'재미있자나요\'라고 말하는
남편 친구의 목소리가 힘없이 들린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노래가
왜 나왔겠나 싶다. 참 힘든 세상 아니던가. 그래도 개를 붙잡고 재미삼아 그려놓은
그의 놀이가 힘든 한 사람을 웃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고맙고 또 고마웠다.
찾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웃음을 주는 많은 것들이 있다.
웃음과 행복의 전령사들이 매스컴을 통해, 웃음을 찾으려 방문한 사람들에게
헌신의 노력을 한다. 일부러 돈 주면서 웃음을 찾으려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뜻하지 않게 보여지는 웃음거리는 큰 횡재 아니겠는가.
웃자 웃자 크게 웃자.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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