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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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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BY 일상 속에서 2007-07-19

 

오늘은 어찌나 출근하기 싫은지 꾀가 나는 날이다.

비까지 주적주적 내리고...

이런 날은 집에서 부침이나 부쳐서...

아... 술이 땡긴다.

부쩍이나 아침잠이 부족해서 힘든데, 술까지 마시면

타격이 클 것 같아서 일부러 술자리를 피할 때가

많아졌다. 그 고통을 누가 알아줄라나... 그렇다고 중독자는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밝히는 바.

주변에 친구들이 내가 없어 아쉬움이 크단다.

술친구가 없어졌다나?


어제는 어찌나 정신없는 하루였는지...

(이 명박 초본 사건) 때문에 동사무소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2006년도부터 현재까지 등, 초본 떼어간 수임자와 이해관계자가

몇 명이었는지, 달 별로 통계를 내라는 통보가 내려와서

그것을 도와주느라고 눈이 사시가 돼는 줄 알았다.

컴퓨터 전자 상에 저장되어 있는 ‘수임자’와 ‘이해관계자의 작은’ 글자들

세랴, 민원인 오면 서류 발급해주랴, 근 6시간이상을 컴퓨터에

눈을 처박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창 바쁜 중에 내 핸드폰은 왜 그리도

슬피도 울어대는지...

특별한 일 아니고는 절대로 전화걸지 말고 문자를 보내라는

엄마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던 아영이의

번호가 찍힌 핸드폰의 떨림은 웬만해서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통계를 내던 숫자를 한쪽 메모지에 기록한 다음

핸드폰의 폴더를 열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흥분한 아영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응, 무슨 일이야?”

“엄마, 이제부터 진예엄마랑 말하지마!!!”

“무슨 일이야? 뜬금없이. 엄마 바쁘니까 빨리 말해봐.”

“학교에서 나 싸웠어.”

“왜, 무슨 일로?”

“수영이랑 보애랑 진예랑 나한테 막 소리 질렀어.”

“.......”

“엄마 내말 들어?”

“응, 빨리 말해 듣고 있으니까.”

“처음에 수영이가 나보고 머리를 잘랐냐고 해서 아니라고 했더니

거짓말이래. 나 정말 머리 안 잘랐잖아. 그치 엄마?“

“응”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고 내가 머리를 올려 쫌매서 짧아 보이는 거라고

했더니 뻥치지 말라고 하는 거야. 그러더니 옆에 있던 보애가 수영이 말이

맞다고 내가 뻥치는 거라고... 그러더니 또 옆에 있던 진예도 그 애들 편이

되서 나보고 뻥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진예한테 ‘너희 엄마한테 이른다!’

했더니 이르래 지네 엄마 안 무섭다고....훌쩍 훌쩍...엉엉엉...“


참고 있던 울음보를 끝내 터트리고만 아영이는 제 엄마 아빠가 죽기라도

한 듯 꺼이꺼이 슬피도 우는 거였다.

가시나들 조그만 것들이 싸울 것들이 없어서 머리 길이 가지고

싸워들 대? 그려...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더니... 얼마나 크고 잡아서

그 난리들인지.

미치고 팔딱팔딱 뛰겠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지 아마...?

일거리는 넘쳐나고 딸년(?)은 울어대고...

내가 무슨 떼돈을 번다고 작은 것 정서불안(? 학원 선생의 말을 빌자면

아영이가 요즘 많이도 산만해 졌단다.)까지 만들며

이 짓을 하는 것인지.

정녕, 내가하는 이 일이 올바른 일일까?

잠시 동안이지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고 있자니 슬슬 화가 치밀더니 무지막지하게 유능한

내 남편의 됨됨이가 떠올랐다.

그동안 일자리를 갖겠다는 마누라를 꼼짝 못하게 하더니

취직했다는 내 말에 은근슬쩍 ‘조금만 더 참아 보지.;로

넘어가던 남편, 오히려 기다렸다는 것처럼 보인 것이

섭섭하기까지 했던 나였다. 진즉 나서지 못한 것이 한(?)스럽기까지...

오늘 내말에 과장이 좀 심하다...날씨 탓일까?


아이들은 무슨 일이건 무조건 엄마부터 찾고 보는데 그것이

여간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다.

“바보같이 울지 말고 뚝 그쳐! 엄마가 일하는데 그 딴 일로

전화를 해대? 그런 말은 이제 엄마한테 하지 말고 아빠한테

말해.“


참을 만큼 참았어. 봐줄 만큼 봐줬어...,

하던 ‘싸이’의 노래 가사처럼(맞나?...)

그동안 안쓰러워 오냐오냐 해줬더니 어리광만 늘어난

아영이에게 톡 쏘아댔다. ‘아차’ 싶었는지,

“네...”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는 거다.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일에만 전념하고 싶었지만...

어디 그것이 쉬운 일인가...

엄마의 출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주변 가까운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신경 좀 써주라는 부탁까지 했건만...

그 중에 한명인 진예가 그랬단 말이지?... 하는 섭섭함이

밀려들었다.

생각과 함께 행동으로 옮기고 마는 단순한 성격의 나...

얼른 수화기를 들어서 진예네 집으로 전화를 했다.

곧 진예 엄마의 나긋나긋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예 있어?”

“누구...?”
뜬금없이 거침없는 내 말투에 누군지 가늠할 수 없었던지

진예엄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아영엄마.”

“응, 진예는 왜? 학교에서 돌아왔다가 다시 나갔는데...”

“진예 들어오면 나중에 나한테 혼난다고 말해. 오늘 아영이를

상대로 3명이서 싸움을 걸었다는데 그 속에 진예가 있었다는 것이

쇼크가 컸나보더라.“


어쩌지당간,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다.

내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것인데...

진예엄마는 또 얼마나 속상했을까...


친하다는 이유로 아영이도 나도, 다른 애들에 비해서

진애에 대한 섭섭함이 컸던 것 같다.


퇴근해서 딸한테 아빠에게 전화해 봤느냐고 물어보니

나와 전화를 끊자마자 제 아빠에게 울고불고 전화를 했다나?

뭐라냐고 물으니 화를 내며 진애를 혼내주겠다고 했단다.

퍽도...

어쨌든 사납게 쏘아대던 제 엄마와 달리 아빠만큼은 대놓고

제 편을 들어줬다는 것에 많은 의안을 받았나보다.

자식에게 있어서 부모란 그런 존재 있데...

무슨 일이 있건 제 편에서 생각해준다는 것.


오늘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밥상머리에서 남편 한다는 말이,

“그 애는 왜 자꾸만 아영이한테 그런데?”

하고 앞뒤 몽땅 잘린 말을 한다.

나는 남편의 의중이 뭔지를 알면서도 모른 척,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그 애가 누군데?”

“걔 왜 있잖아. 결한이 동생...”

“걔가 뭐?”

“왜 자꾸 아영이를 괴롭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혼내 준다고 큰소리 쳤다면서 직접한번

따져보지. 좋은 아빠 노릇은 뭐, 말로만 하는 줄 알어?“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끔찍한 딸 사랑 앞에서 감동을 받아야 하나 열을 받아야 하나...

갈등이 생길 정도였다.

늘 말만 뱉어놓고 뒷감당은 늘 내 차지 였구만...


아무튼 아영이가 요즘 글의 소재를 많이 제공해주고 있다.

효녀라고 해야 하나?

조금 전에도 전화가 왔다.

잔뜩 밝은 목소리로, 어제와는 아주 딴판이다.


“엄마, 저 오늘은 아주 행복한 날이에요.”

“왜?”

“진예가 미안하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로 선물 가져왔어요.

다른 애들도 사과 했구요. 그래서 사이좋게 지냈어요.“


하여튼 애물단지...

아영이의 전화를 받자마자 진예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영이에게 전화 왔드라. 선물 받았다고...아영이 아빠가 이달만

일하고 그만두라드라. 아무튼 조마조마해. 어쨌든 고맙고 미안해.)

내 문자에 답장이 왔다.

(너무 신경 쓰지마.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


좋은 친구와 좋은 이웃이 있어서...오늘은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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