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별반 의식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난 영원히 늙지 않을것 같은 착각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자연의 순리,세월이란 얼마나 정직한 것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목에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가고 대책없이 건망증이 심해지더니
어느날 부터인가는 티비의 시사프로 보다는
연속극을 더 열심히 시청하게 됐고
멋내기 염색이 아니라 세치 머리를 커버하기 위해 진갈색 염색을 해야 했다.
어디서건 앉을 자리만 있으면 앉고 싶고
흘러간 옛노래들이 정겨움으로 다가왔고
문득 문득 어릴적 함께 놀던 동무들의 소식이 궁금해졌고
길거리에서 허리 굽은 노인을 보면 머잖은 내 모습이 연상되곤 했다.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 때,
자신의 나이를 인정해야 할 때 조금은 서글퍼 진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너무 아득해 기억조차도 가물거리는 이린 시절
그 유년의 뜰엔 내가 가지고 놀앗던 사금파리 조각이
아직도 햇빛에 반짝거리고 있을 것만 같은데,
운동장 가의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엔
아직도 단발 머리 소녀가 릴케의 시집을 펴들고
꿈을 꾸고 있을것만 같은데
날이라도 궂으면 걸리고 쑤시는 어깨와 허리는
내 나이가 어김없이 54살 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신맛 나는 음식을 멀리하게 된 그 순간부터
나는 너무 나이 들어 버렸던 것이다.
길거리 젊은 여자들의 탱탱한 엉덩이나
잡티없는 뽀오얀 피부가 더러는 부럽기도하고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하는 회한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난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음에 다만 겸허히 내 나이듬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들과 함께 쇼핑을 갔더니 전에는\" 언니 \"소릴들었는데
이제는 \" 어머니\" 소릴 듣는다.
서운한 마음도 일면 들지만 머잖아 \"할머니\" 소릴 들을테니
이젠 서서히 그 준비를 해야 겠지.
그래 요그서 아컴 여러분들한테 궁시렁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