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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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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느낌


BY 가을단풍 2007-06-26

얼마 전 이었다.

사춘기딸아이가 물어왔다.

\"엄마 아빠 만났을때  첫 느낌이 어땠어.\"

그냥~

\"에이 엄마 그런거 말고 자세하게 말해봐 ~\"

열일곱의 딸아이는 그렇게 호기심 가득 한 눈빛으로 다가왔다.

미안해서 어쩌나

나는 남편에 대한 첫느낌이 기억에 나지 않았다.

 

`저렇게 술고랜 줄 알았다면 진작에 말았을껄,

 

한참이 지난 어느날

이번에는 작은 아이다.

\"엄마,아빠 처음 만날때 어땠어.\"
이번에도 지 아빠를 처음 만났을때의 첫 느낌을 물어오는 것이렸다.

그러나 그러나

왜 안그렇겠소.

그때 내 나이 방싯 방싯 스믈 셋이 기록될 싯점인데

늙수그레한 삼십이 다된 아저씨를 바라보고 내 짝이라구 무얼 기억하리오.

기억할만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어찌 할꼬

지금은 똑같이 배가 삼겹에서 오겹살을 왔다갔다하며

땅 넓은 줄은 알아가지고 자꾸만 퍼져가고

서로 흰머리를 뽑기에도 이미 지처버린터.

엊그제 까지만해도 방울 토마토 같던 딸들이 수박처럼 커버리고....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이 엄마의 대답에 궁핍했던가보다.

아빠에게 엄마를 만났을때 첫 느낌을 물어왔다.

 

\"아빠! 엄마 처음 만났을때 느낌이 어땠어.이뻤어.\"


\'어~ 니 엄마를 처음 만났는데

아주 깨끗했어.

화장도 안하고 나왔는데 하얀옷을 입었더라

세상에도 저런 천사가 있었구나 하고 깜짝 놀랬지.\"

\"와~\"

두아이가 동시에 감탄을 했다.

 

그러네.

그러고보니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난다.

천사가 하강한줄 알았다는 둥

그래 그때 그랬었지.

생각해보니 그 시절에 우리 남편에게서 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약국에서 약을 사고 돈을 지불하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약사 아저씨가 느탓없이 지갑을 잡아 채는 것이었다.

왜 그러느냐 반문하는 나에게 하는말

어디 아가씨가 이렇게 인상이 깨끗한가 보려구 그런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 말

\"공주 아가씨구나 아가씨가 하두 깨끗해서............\"

 

딸 아이들에 출현으로 잊혀졌던 추억이 되살아 났다.

지금은 뭐야

그렇게 맑은 영혼으로 이슬만 먹고도 행복할줄 알았던 내가 어느새 이렇게 망가졌는고.

깨끗 순백의 영혼

하이고 ~

내 몸둥이 평수가 퍼져가는 만큼 세상을 살기위한 욕심으로 세상을 떠안고 사느라고

보통 여자보다 더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예전의 흔적은 없는지.

애들을 조금이라도 더 키우려는 욕심이 가득하여

욕심꾸러기 엄마만 남아있는것 같다.

 

며칠전 우리 다섯식구가 몽땅 돌아가실 뻔 한 일이 있었다.

중 3 인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 진로를 결정하는데 문제가 생긴것이었다.

명문고를 보내려고 안감힘을 썼는데

조금 억울하게 그 시험에 응시도 못한체 무너지고 말았다.

욕심을 비웠다.

아이 담임 선생님께 통화를 하면서 훌륭한 엄마가 되기도 했다.

\"괜찮아요 선생님 저는 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요.\"
폿폿하게 웃음을 날렸다.

그래서 더 훌륭한 엄마로 남겨졌다.

그런데 머리로만 비웠던가보다

그래서 필름이 딱 끊어져 버린 모양이다.

 

그날밤 가스렌즈에 불을 켜놓고 그냥 잠을 잔 것이다.

..........................

삼일이 지난 지금도 집안에서 메캐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런데 더 이해를 할수 없는것은 내가 도대체 무엇을 올려놓고 불을 켰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서웠다.

내가 이러다가 정신이 도는건 아닌가 싶었다.

남편이 재빨리 청심환을 찾았다.

서너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몸부림을 쳤다.

그때부터 일장 훈시를 들었다.

애 기르면서 이런일도 있고 저런일도 있지 그걸 그렇게 조절을 못하느냐고

나무랬다.

할말이 없었다.

그 동안 시켜온 과외비가 아까웠다,

아이도 불쌍했다.

실망할 아이를 생각하니 더 미칠것 같았다.

머리가 터질것 같이 아팠다.

남편이 몹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욕심을 버리고 지금 이상황으로 만족하라구

최선을 다했으면 됬다구.........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

부처님께 무릎을 꿇었다.

한참을 정신을 가다듬고 아 그랬구나

아이들에게 오미자 차를 끊여 먹이려고 불을 당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그래도 건재한 우리 가족이 감사했다.

기회를 봐서 아이에게 이야기 해줘야지 하고 다짐했다.

지금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이런 아이에게 나쁜 소식을 전해줄수가 없었다.

욕심을 줄여야지...........

 

그 옛날 그렇게 아름 다웠던 순백의 여인이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나도 그런때가 있었는데

뭐야 뭐야 이게뭐야

내 인생 어디로 도둑 맞았나.

세월에게 몽땅 빼앗긴것 같다.

느낌도 없이 만나서 느낌도 없이 결혼하여

청혼도 받지 못한 상태로 결혼을하여 24년 몇개월을 살았다.

우리 딸들이 기대하는 달콤한 이야기를 전해주진 못해도

서로 내 배가 더 나왔느나 니 배가 더 나왔느니 해가면서

앙달 앙달 싸우고 하는 사이 내 청춘은 흔적이 없이 가버렸다.

그러나 그게 또 인생인 것을

올 여름에는 그때 입었던 순백의 영혼을 꿈꾸게 하는 옷을 한벌 사입을 생각이다.

바람이 후~ 불면 날아갈 것같은 천사의 옷을 장만해볼 생각이다.

우리 남편의 느낌이 기대된다.

욕만 댓빵 먹는건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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