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빠라고 한다. 울 아줌니들은..
그 쓰레빠는 앞이 뭉툭하고 뒤만 구멍이 뻥뚫린 신발의 일종이다.
구두처럼 바느질 이음새도 없고
사출기에서 프라스틱으로 한 번 꾸욱 눌러서 딱딱하게 굳은쓰레빠다.
우선은 샌들처럼 끈 떨어질 염려 없고.
고무처럼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신는다.
색은 분홍색만 흔하지 않고 보라색, 남색. 또 어떤때는 짙은 밤색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내가 이 신발을 신고 다닐때부터 노래방이 하나 둘 시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래방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그 무렵
울 동네 가수 멀대아줌니가 그 남색쓰레빠를 들고 노래를 불러었다.
나는 얼떨떨한 모태기독교인으로 울 엄마 그늘에 늘 휘감겨 있어서
일요일에 성가대에 앉아서 부르는 노래만 있는 줄 알았다.
유행가라는 노래는 그 때 처음 듣고 감탄했다.
한 번 그 쓰레빠를 잡으면 줄 창 이어지는 노래가 메들리처럼 이어지는 데
어째 가면 갈 수록 축축 늘어지는 녹음기처럼 느려터진 노랫말이 나온다.
앗싸리비아!!!!~~~ 발동작을 구르며 착 착 착!!! 빙글 빙글 도는 모습에 어디에서 가수를 할려고 연습한 것처럼 보였다.
킁작쿵작.
지금으로 보면 무슨 염불랲처럼 외운 가사들은 우리들의 귀를 한 참 웃게 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는 기가 막히게 잘도 불렀다.
그 어언제인가 라고 시작하면 특유의 높음음자리가 머리 꼭대기에 올라 붙을 음색이 정말 특색이라면 특색이었다.
니! 모나리자 아냐? 해서
난 뜬금없이 그 화가가 생각이 났다.
목이 길게 옆으로 약간 비틀어 웃을까 말까하는 그 여자를 모르냐고 묻는데.
아는 디...
한 번 불러 봐 봐?
잉? 그림을 불러?
야가 지금 뭔 소리 한디야?
유행가만 나오면 사탄음악이라고 탈락한다면서 라디오도 못 듣게 한 울 엄니때문에
시절 모르는 나는 죽어도 조용필의 모나리자는 모르는 거고.
아무리 봐도 그림을 알 것 같지 않을 멀대 아줌니는 조용필 모나리자만 알고 있는데
그러니 이런 환장할 그림을 불러 보라는 주문에 나도 멀대아줌니도 얼빠진 소리를 한다고 서로 해대니
그러더니 니 어디가 고향인 겨?
아무래도 수상한 북한간첩처럼 나를 위아래 살펴본다.
야야... 니 나보다 더 못생겼다아...
심각한 목소리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당께
나도 그 소리에 저절로 응 그렇구나... 내가 저 아줌니보다 상태가 안 좋게 못생겼나보다 했다.
아뭏튼 노래를 잘하니 자다가도 느닷없이 술 한잔이 나오고
불러주기만 해 봐라 제발 ... 이러고 따라 다니는 아저씨들도 여럿 꿰차고 다니는 통에
남 말 잘하는 다른 아줌니들 수다꺼리엔 늘 멀대 아줌니였다.
그런데 드디어 멀대아줌니가 신장개업하는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고 소문이 자자하고
누구누구하고 갔는데
마이크로 누구 대갈통을 후려쳐서 응급실로 실려 갔다느니
벼라별 흉이 골목에서 웅성 웅성 했다.
노래방에서 또 누구하고 싸움질 했나...
우리는 걱정 반에 또 흉을 보고 그랬는데.
한가운데에 있는 동네 모정에 멀대 아줌니가 드디어 지나가면서
씨벌 씨벌... 기계가 내 가사를 다 바꿔 버렸당께...
아 글씨 가사가 다아 틀려...
뭐그런 좃같은 노래방이 날 골려 먹냐구?
당최 뭔소리인줄 감을 못잡은 우리는 또 이게 개풀뜯는 소리냐? 했더니
인제 절대 노래방 안 간단다.
그려..누가 가라고 사정했남?
옆에 있던 떠벌이 아줌니가 한 수 거두는데.
멀대 아줌니가 그런다.
베라먹을 시상 많이 변했다....
에잇...인제 노래 안 부르란다...
기계가 더 잘 불르더라... 니이미 개도 소도 돼지도 다아 자알 불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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