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작은 일로 다투고 혼자 바람을 쏘이러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혼자 나오면 사실 갈 곳도 별로 없다.
객지 6년 사는 동안 친구도, 부모도 형제도 모두 마음동무에서 멀어진지 오래요..
갓 이사온 동네에 친구가 있을리 만무하다.
남자는 술이면 금방 친구를 사귄다지만
여자는 또 그나름의 코드가 맞는 친구를 사귀는 편이라
은근히 낯가림도 심하고 자존심도 강해서 쉬이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더 외롭다.
그래 생각난 곳이 절이다.
꼭 불교를 믿어서라기보다 한적하니 혼자있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꾸벅꾸벅 걸어 마음자리 찾아 절로 갔다.
해가 길어 낮도 길다.
7시가 넘었는데 이제 노을이 슬며시 진다.
절 간에 저녁예불 목탁소리가 퍼진다.
이래저래 마음추스리며 돌다가
한참을 벤치에 앉아
수없이 걸린 하얀 극락왕생 연등을 보며
인생의 찰나와 살다간 사람들의 이후를 생각해본다.
누군가가 빌어주면 저 분들 다 극락왕생하시리까...
생에 집착을 버려야 극락왕생하지 않으리요...
그래도 죽은 영가를 위해 정성을 드리는 사람들의 정성에 감흥해
많고 많은 한 버리고 생애집착 버리고 떠나지 아니할까...
한참을 앉아있다 일어서려니
한 스님이 다가오신다.
\"왜 가려하오? 더 있지 않고.. 저 벤치에 앉아 더 있다가시지..\" 하신다.
알고보니 절 곳곳에 cctv가 있어 내 모습을 한눈에 다 보고계셨던 거였다.
\"절은 하셨소? \"
\"아니요.. 그냥 둘러만 보았습니다.\"
\"어디절을 다니시요..\"
\"특별히 정해놓고 다니는 절은 없습니다.\"
\"왜 여기 오셨소?\"
\"마음이 답답하여 추스릴겸.. 마땅히 만날 사람도 없고 해서요.. \"
\"그럼 부처님뵈러 자주 오시오\"
\"아...네...\"
어둠이 순식간에 깔리기 시작하고
스님과의 대화가 멋적은 나는 그만 가보겠다고 하고 일어섰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했다.
하지만 관계 속에서 태어나 관계 속에서 죽는 사람은
마냥 그 외로움을 두었다가는
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나는 부처님을 뵈러 절에 간 것이 아니라
답답하고 공허한 마음을 나눌 친구가 그리웠으나 없어서 절에 간 것이지만
잠시 내 벗이 되어준 스님이 고마웠다.
벗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잠시 잠깐 이라도 마음을 나누었다면 때론 그것으로 충분하다..
누구와도 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았으면서도
내가 쳐놓은 울타리에 스스로 외롭게 갇힌 꼴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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