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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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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께서 법당으로


BY 단미 2007-05-26

여고적 단짝 친구가 대학 입학후 연락이 깡통이더니  어느 뜨거운 여름날에 잿빛 승복을 두르고 소리없이 나타나서 너무도 놀라고  황당했었다

 

이유도 모르는 눈물이 주책없이 자꾸만 흐르고 카페안에 사람들은 무슨 사연인가

힐끔 힐끔 쳐다보고 고개를 돌린다

 

스님이된 친구의 손등은 한여름빛을 받아서인지 새까맣게 타고 거칠어져 있었다

행자승이된 그때만 해도 스님은 밭메고  밥하고 똥통까지 진다고 했다

 

친구는 여고때부터 불교에 관심은 가졌지만 설마 스님이되리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난 많이  놀랠수 밖에 없었다

 

친구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두고 다시 동국대입학을 하게 되고

조계종 정식 스님이 되고 지금은 세월이 흘러  어엿한 주지 스님이 되어서

고향 근처에 기거 한다

 

고향에서 멀지 않은 관계로 뜻이 있는 친구들이 항상 절에 일이 생기면 도와준다

 

해마다 그랬듯이 이번 석가탄신일에도

하루전날부터 친구들이 모여 팔 걷고 음식준비 하고  넓은 절간 청소도 깨끗이 하고

마당에 솟아난 풀도 뽑았다

 

밤이되자 산속의 절 마당에는 푸른 별이 쏟아져내리고

청아한 밤벌레의 합창이 정겹고

우리는 여고시절로 돌아가  웃고 웃고 또 웃었다

 

절에는  방이 많이 있지만 스님만 따로 주무시고 우리는 한 방에서 밤을 보냈다

 

스님 독경소리에 눈을 뜨니 오월 아침 여명이 고요한 산자락에 묻어있다

서둘러 세수하고 몸가짐 바르게 하고  오실 신도들 불편 하지 않게  채크 했다

 

많은비 온다는 기상 예보 때문에 불안 하기도 했지만 잘 될거라 믿으며

연등표를 부쳤다

 

많은 신도들이 다녀가고

길  건너편  천주교  요양원에 수녀님께서 작년처럼  큼지막한  꽃바구니를 가져

오시니  스님은 햇 녹차를  드린다

 

아무런 욕심없는  사람들 속에서  이틀을 보내고

나의 맘도 깨끗이 씻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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