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에서 바라본 섬, 바다에 둥둥 떠있는 섬은 마치 로타리를 치기 위해 물을 가두어 놓은 논이나 다름없었다. 소록도 해수욕장을 지나면 뻘이 보였다. 무엇인가를 끌고 회색뻘을 걸어가는 모습은 한편의 시였다. 뻘의 바다를 걷는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눈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뻘을 걷는 사내와 뻘밖에서 소록도를 바라보는 내가 교차되는 시점에서 퍼부어 내리는 빗줄기는 누구의 울음인가? 뻘에 주저앉아 무엇인가를 열심히 줍고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오늘도 부추밭에 주저앉아 부추를 베고 계실 내 어머니의 모습이 투영되는 순간 벌써 붉어져버린 내 눈시울...... 소록도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사이에 생긴 앙금을 뻘에 묻는 그 고행의 과정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한 장면의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수없이 많은 생각의 교차로에서서 신호대기중일수밖에 없었다. 바다는 말없이 뻘을 포기하나보다. 뻘은 말없이 바다를 놓아 주었나보다. 놓아주지도 포기하지도 않은 나는 이 바다에 서서 무엇을 주워 담으려 애쓰고있는지...... 오른쪽 하단의 코끼리를 닮은 모습과 바로 윗쪽 앉아있는 코끼리 그리고 무슨형상인지도 모를 형상들이 소록도의 뻘을 수놓고 있었다. 할말은 많지만 할 말 다하고 사는게 인생은 아니라고 뻘에서 만난 이들과 나는 이 무언의 대화를 수없이 나누다가 \'막배는 여섯시에 떠나고\' 란 시 제목만 생각한 채 소록도를 벗어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