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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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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 일간의 신접살림.


BY 찔레꽃. 2007-05-03

콘도에서의 첯날밤을 보냈다.

결혼하고 야시시한 그런 첯날밤은 아니었지만 이제 서로가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바라보며 만나서 아웅다웅 거리며 살아온 세월을 애기 할수 있는

그런 나이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무에게도 누구에게도

눈치받지않고 신경쓰지않고 밤을 보냈다는것이 새삼 스러운것만 같다.

난 정말 신혼이란 것이 없었다.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그 다음날부터 일에 지치고 눈치에 지쳐

밤이면 아제와 등 돌리고 잔 날이 많았었기에 신혼의 달콤이란것도

내게는 꿈이요 신접 살림의 아기자기한 묘미도 내게는 그저 동경의 현실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두 사람 수저놓고 마주앉아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밥 먹어본것이

몟번이나 있어을까.

있었다 한들 눈치 속이니 뭐 그리 편했을까.

아제가 교육원에 들어가고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듯 아제가 교육을 마치고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니 관광버스가 줄줄이 들어온다

창문에 기대어 들어오는 버스를 세어보니 11대가 들어오는데 같은 회사차다.

요즘이 수학 여행철이라 많이들왔다

=그래 너거때가 좋은 때다 아무 생각없이 공부의 사슬에서 풀려나 짭은

시간이지만 맘껏 그 순간을 즐겨라 =

남자 아이들은 장난이 심하다

선생님께서 설명을 하시는데도 저네들 끼리 장난을 치고 뛰어다닌다.

지금 알수 없는 인생의 한 과정을 배움이리라

밖으로 나와 보았다.

황사가 아닌 구름이 잔뜩끼여 흐린날씨다

바람이 많이 분다 마당에 나무들이 흔들린다.

덩달아 입고 있는 내 치마자락이 흔들린다

겨울의; 오랜 칩거 생활끝에 봄을 맞이하여 세상을 향해 빼꼼이 고개내민

연한 연두색의 새 잎과 세상풍파 겪을만큼 겪고 버티어온 짙은 녹색의

사철나무들이 함께 어울리며 부는 바람에 함께 흔들린다.

크다란 나무밑 잔듸밭에서는 싸래기같은 꽃망울로 꽃을 피운

노오란 풀꽃들이 가녀린 몸줄기로 거대한 바람에 맞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잘 버티어 주고 있는 모습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하는 강한 인간의 의지의 본능처럼 가련하면서도 대견스럽다.

가져오겠다던 책을 가져 오지않아서 지하 매점에가서 책을 한권사고

보리차도 사서     물 한 주전자 끊여두고  쌀도 씻어두었다

아제는 교육원에서 밥을 먹고나오니 혼자서 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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