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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손님에게만 수건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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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37

알뜰한 당신


BY 명자나무 2007-03-29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늦은 손님이 있어서 오늘은 좀 늦을듯 싶은데

이런 날은 어김없이 배 고프다면서 빨리 들어가고 싶다는둥,

아님 내일 새벽에 나가야되니 일찍 자두어야 한다면서

퇴근준비를 하라고 미리 전화가 온다.

 

전화가 와도 그렇지 간다는 손님 치마꼬리 라도 붙잡을 판에

돈 주겠다는데 \"남편 저녁차려야 되니  다음에 하세요.\"

어림짝도 없는 소리다.

 

어쨌거나 손님이 다 끝나도록 고픈 배를 부여잡고 기다려줬으니

빠른 속도로 문을 닫고 집으로 가는데

오늘 따라 찬 밥도 없고 불린 쌀도 없다.

그나마 압력밥솥도 손톱만한 꼬다리가 부러지더니 되지도 않는다.

죽 나열해보니 빨리 밥을 차린다는건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 번 유사한 경우가 있어서 저녁 외식을 하고나서

너무나 돈이 아까와서 다음엔 이렇더라도 꼭 집에와서 밥을 해먹자고

미리 언질을 해두었건만...

준비 불 충분으로 인하여 하는 수 없이 늘 다니던 돼지갈비 집으로 향했다.

밥만 먹으면 덜한데 3000원이나 내야하는 소주값은 정말 찔끔 할정도로 아깝다.

 

자리에 앉자마자 늘 드시던걸루 드릴까요? 하는데

몇달동안 똑 같은 메뉴만 먹은지라 이번에 다른 걸 먹어볼까하니

1인분당 몇 천원 더 비싸다.

돈도 안 낼거면서 이걸루 먹자고 하는데 비싸다고 하면

졸지에 치사한 인간 될까봐 그러라고 해 놓고 나오는 걸 보니

맨날 먹던거랑 똑같다.

왜 비싸냐고 했더니 반찬이 조금 더 나온다고 하는데 보아하니..

샐러드 두 종류하고 게장 이 다다.

에그... 하는수없지 .

 

 

하지만, 워낙 고기 보기를 돌 보듯 하는지라 샐러드 조금 집어먹고

조그만 뚝배기에 나온 된장찌개에 밥 반공기 비벼 먹고나니

부글부글 쫄아드는 돼지갈비 매운 찜은 거의 그대로 있다.

갈비 국물에 졸여진 단 호박하고 떡볶이 떡을 건져 먹고 수저를 놨다.

 

쉬파박 혼자 주거니 받거니 소주 일병과 공기밥 하나를 다 먹어도

아직 매운 돼지갈비는 그릇에 그득하다.

암만 생각해도 남는것은 싸가지고 가야겠다는 말에 뜨악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체념했는지 아무 소리가 없다.

옛날 같으면 펄펄 뛸텐데... 이게 어인 일이가 싶었다.

 

서빙 아줌마를 불러서 남은 고기를 싸달라고 했더니

허연 비닐팩을 가져와 성의 없이 쓱쓱 담아서 덜렁 준다.

마치 먹다 남은 고기, 집에 있는 강아지 갖다 주려는 줄 아나보다.

 

아닌게 아니라  어디에다 싸달라고 할거냐고 해서

은박지에 싸주겠지.

요즘 싸가는 사람 많을걸~ 했건만

허연 비닐 봉지에 덜렁 들어있는 돼지갈비를 보니 영낙없는

음식물 쓰레기 같다.

 

귀퉁이에 있는 신문지로 겉을 싸 가지고 나오다 계산대에서

주인 아저씨가 갈비 누가 먹으려구요?묻는다.

 

\"우린 개도 없어요.

내가 먹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허술하게 싸주신다~아.\"   성격  나온다.

 

밥 잘먹고 기분 상해가지고 나오면서

밥 사먹은게 죄지.

집에서 해 먹으면 좋았을것을...

 

집에 오자마자

쌀 부터 씻어 놓고 검은 콩 불리고

미역도 불려놓고...

 

저녁 먹고 들어왔으니 편히 쉬어도 좋으련만

애꿏은 싱크대에서 떨어질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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