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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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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현대판 처용부부였다


BY 새우초밥 2007-03-23

 

 

   주말을 앞두고 있는 금요일 밤입니다.

   오늘도 병원에서 2kg를 빼고는 집에 오기전에 들렸던 장소가 있었는데
   투석실 바로 앞에 보이는 50보만 걸어가면 열 수 있는 복막실에
   누가 볼까 싶어서 들어가서는 복막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까
   제가 지난 수요일 밤에 넣어두었던 사랑고백편지하고 화장품 2개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종이가방이 없습니다.
   그녀가 제가 보낸 메세지를 받고는 목요일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종이가방을 챙겨서 자신의 사물함에 넣고는 집에 갈때 가져갔겠죠.
   어제 그리고 오늘 불안했던것이 혹시나 편지내용을 보고는
   작년처럼 거절한다는 메세지가 올까싶은 조바심 때문에 
   전전긍긍했지만 그녀의 메세지는 없더군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녀가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다른 생각하는지 그녀 머리속에 들어가보지 않았기에 모르겠지만
   웬지 공중 줄타기를 하는 심정처럼 아슬아슬 하다고 할까요
 
   제가 투석하는 투석실에서 2년동안 보는 키가 큰 20대 후반쯤되는
   남자가 있습니다.
   2년전 우연히 옆에서 투석을 하는데 침대에 다리가 4개나 있는것이
   내가 뭘 잘못 보았는가 싶어서 다시 쳐다보아도 다리가 4개입니다.
   투석하는 침대에 분명히 한 사람이 있을것이고 다리는 2개인데
   왜 4개씩이나 있을까 싶은 의문을 품는 순간 저의 눈에 요상한
   풍경 하나가 펼쳐지는데 일요일 밤 9시에 방영되는 개그콘서트를
   유심히 보면 남여 쌍둥이 형제가 음악과 더불어 침대에서 일어나는
   그 모습처럼 웬 여자 한명이 침대에서 이불을 박차면서 일어나는데
   이건 도대체 무슨 그림인가 싶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 남자의 침대에서는 여자가 항상 옆에서 같이
   잠을 자는데 저는 그때 이들 연인에게 신라의 향가에 나오는
   집에 돌아왔더니 역신이 자신의 아내를 범하고 있기에
   다리가 4개인데 그 모습을 보면서 춤을 추었다는 아내의 남자
   처용이 생각나면서 대낮에 여관방도 아니고 무슨 추태인가 싶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은 의식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조금은 씁쓸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정상적인 몸을 가진 사람이 아닌 투석하는 남자
   애인을 위하여 한 지아비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하게 기다리며
   사랑하는 아낙처럼 그녀는 매일 그 남자하고 투석 마치면
   항상 같이 투석실을 나갑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그 남자 곁에서 항상 보이는 춘향이 같은
   그 아가씨 얼굴이 보이지 않기에 간호사들에게 요즘 그 아가씨는
   왜 않보이는지 질문을 던졌더니 헤어졌다고 합니다.
 
   그 말에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고 느꼈습니다.
   누구는 자신에게 있는 복을 차버리고 또 누구는 그 복이 없어서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사랑하고는 멀어져가는구나 싶는데
   아마 나에게 그런 여인이 있다면 죽을만큼 사랑할것이라는
   사랑은 바로 이렇게 하는것이다고 표현을 하고 싶지만
   뜸구름 잡듯이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한것이
   아닌지.
  
   오늘밤 난 투석줄을 빼는 간호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일 모레면 내 나이 40줄인데 이제는 결혼하고는
   점점 멀어져 간다는 말을 처음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나의 나이를 40줄에 접어드는 중년의 남자가 아닌
   5년전 개인병원에서 처음 보았던 30대의 젊은 나이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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