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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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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제게는 국물도 없습니까?


BY 도가도 2007-03-17

 

한 녀석이 있다.

내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일주일에 한번쯤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하는 녀석이다.

1년째 중학교 동창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굳이 이혼한 사실을 글로써 드러내고 싶지 않아 두리뭉실하게 가족이란

표현으로 잡글을 올리곤 했다.

그러다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이 흔히 갖고 있는,

\"사소한 것에 흥미를 갖고 느끼며 발휘하는 능력\"을 별로 갖고 있지 못한

 나는,쓸거리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고, 알만한 동창들은 다 아는

내 이혼경력을 더이상 감추면서 글을 쓰는 것이

회의적이란 생각에 본격적으로 남편없이 사는 생활을

거침없이 드러내기 시작한지가 몇개월전이다.

아니다. 거침없이 드러냈다는 것은 조금 과장이 있다.

아닷컴에 올리는 것만큼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전남편과의 관계를

밝히지는 못했다.

친구들에게 구차하고 지저분한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다만 남편없이 아이들과 사는 모습만큼은 거침없이 드러내었다.

확실히 뭔가를 숨기고 글을 쓰는 것은 생동감이 없지만, 적정한만큼

드러내니, 글 쓰는 것이 또 재밌어졌다.

그런데, 한 녀석이, 내가 이혼했다는 것이 지나름대로  안스러운

충격이었나보다.

전화와 문자, 쪽지가 날라오기 시작했다.

그 내용 또한 얼마나 간지러운 내용들이 많은지...

녀석은 덩치가 산만하고 배불뚝이 중년의 사장처럼 늙어버렸는데도,

말투와 글내용은 어찌나 애교가 하늘을 찌르는지...

남자들 사이에서 카리스마있는 모습도 가지고 있는 녀석의 이중성(?)에

놀랍기만 했다.

무뚝뚝한 나는 녀석의 전화나 문자를 받음, 닭살을 박박 긁어 표피가

하얗게 벗겨지곤 했다.

그러던 녀석이 한번은 여러가지 말들과 함께 사랑한다는 쪽지를

보냈다.

순간 나는 멍~하니, 가슴이 쾅쾅 뛰었다.

애교많은 녀석은 사이트에 글을 올릴 때도 친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잘 올리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쪽지에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 던졌다.

\'너는 천성이 애교가 많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사랑한다는

말이 생활용어이겠지만,

난 그런 말을 들어본지도 해본 지도 오래되서 순간 긴장했다.

너와 나는 어쩔수 없는 남과 여이고 또 넌 유부남이므로 지켜야 되는

선이 있고,

그럼 난 이제부터 너를 경계하면서 대해야 한다.

친구들까지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담부터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음 한다\'...라고..

 

기분이 나빴나 보다. 지는 지금 따로 누구를 사랑할 맘의 여유가 없고

여자가 아닌 친구에게 하는 소리였으니,

오해하지 말라며 사는게 좀 힘들다라는 답변이 왔다.

어쨌튼 요즘 소중한 친구인데, 맘은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래, 친구에게 하는 소리였을거라,내 착각이었을거라 나도 생각했어.

사는게 힘들지만, 이렇게 바싹 마른 지푸라기(도가도)도 자식들

먹여살리며 씩씩하게 사니, 힘을 내라\" 했다.

다행히 녀석은 맘을 푼 것 같았다.

 

그맘때쯤 케이블 티뷔에서 그녀석이 나왔다.

경상도 사투리로 한국어를 배운 로버트할리와 같이 금치약을 선전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랑했다.

저사람이 엄마 중학교 동창이야.

그때부터 아이들은 채널을 돌리때마다 그녀석이 나옴, \'엄마, 그 아저씨

나왔다\' 하고 알려주었다..

 

설날 밤이었다.

그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친정집에서는 통신이 잘 되지 않아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겨울밤 날씨가 추웠다.

외투를 입지 않고 나와서, 살이 없는 나는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춥다 했더니, 지도 가족들과 고스톱 치다 잠깐 쉬러 밖에 나온김에 전화한다면서..

밤하늘을 보랜다.

별이 많이 떴댄다.

그러면서 카시오페아가 어쩌고 북두칠성이 어쩌고 하는데,

갑자기 온몸이 또 긁고 싶어졌다.

다리를 박박 긁어 진드기에게 먹일 각질식량을 양껏 모으면서,

\'친구야, 그마해라..간지러 죽겠다\' 해도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추운 밖에 서있으려니,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 죽겠다.

참을 수 없이 마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친구에게 오줌 마려우니, 그만 끊자 할수도 없고,

(그래도 머스마인데!!)

그냥 전화 받음서 일을 치루어야겠다 싶어 실외 화장실로 달렸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화장실문을 열고 닫기를 힘차게 했다.

급하니까...

그랬더니..그 녀석이 어디 들어갔냐고 전화기 저편에서 묻는다.

여닫는 소리를 들은게다.

추워서 어디 들어간거냐고 되묻는다.

\'어\' 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내몸에서  물줄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그 녀석의 수다도 조용해졌다.

정적속의  떨어지는 물소리가 상당히 컸다.

들리겠다 싶어 잠시 염려했지만, 설마 했고,

물내리는 버튼까지  나도 모르게 내렸고,

곧이어 옷을 추스리고 알루미늄 샷시문을 다시 여닫는 소리와 함께

내몸도 화장실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자동이었다.

그런데, 그 짧고도 긴 순간 이후에  녀석의 당황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끊어야겠다. 집에서 잘 쉬었다 가라\' 하는 갑작스런 녀석의 말이

이제까지의 해맑은 말투와 억양이 아니었다. 

분명, 뭔가 낌새를 채고, 당황하는 목소리였다.

순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나도 닭살이 아닌 털이 솟아올랐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그녀석에게서 전화나, 문자, 쪽지가 날아오지 않고,

동창사이트에도 잘 오지 않는다.

녀석은 친구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연애감정을 느끼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친 삶에 그렇게라도 삶을 견뎌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심미적 환상을 내가 깨뜨린 것이다.

멀리보아 잘 된 일일지 모르나, 지금은 슬프다.

미안하다,친구야..네 목소리가 듣고 잡다.

나도 그렇게라도 남자 목소리를 들으니께, 사는 잔맛이 쬐금 났었다....

흑흑..

요즘 휴대폰은 왜이리 성능이 좋은거여.. 흑흑..쩝쩝...

 

신이시여....신이시여....국물....국물도 제게 허락하시지 않는 잔인한 분...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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