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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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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우리남편 애인님!


BY 마누라 2007-03-05

봄비가 내리다 그치더니 난데없이  튀밥가루겉은 눈발이 휘휘 떨어집네다.
알수없는 오늘 날씨처럼
갱년기를 앞둔 늙실구레한 이 마누라 마음도 참 변덕스럽기 짝이없어
얼마전엔 그렇게 꼴딱지두 보기싫던 남편이
요즈음엔 왜 그리 안쓰럽게 보이는지...ㅎㅎ

 

남편...저두 참 힘들었을기야요...
아모것두 가진거 없어
거기다 승질까지 디러워
창새기가 녹아나는드끼 사랑스러운 애인집 부모는
죽기를 마다않고 결혼을 반대해...
유난스레 뜨건피를 가진 이 남자..
그저 그렇게 이쁘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이 마누라를 만나
애들 낳고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정글에 나가
먹이를 물어다 마누라 새끼 멕이고 입히고 갈치기
저두 차암 힘들었을고야요.

 

그러자니
밖에 나가서 코뿔소 뒷다리에 걷어채인 날이나
호랑이 콧김에 기겁을 한날
여우 주댕이 놀음에 걸려들어
아랫배에서 퐁퐁트리오 설겆이 거품 일어나듯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르던날.
그 화기가 이 먹다남은 쑥덕겉은  마누라한테  돌아오는거지.

눙깔을 휘번덕 거리면서
\"뭐야. 저녁이라구 이 맛대가리두 없는 카레가 뭐야.\"
\"뭐했어. 왼종일. 집안정리두 안하구.\"
이러구 뻘건입을 하마같이 벌려서 목구멍이 보이게 소래기를 질러 대는거지.
그러구 나면 전들 속이 좋기야 했겠에요?ㅎㅎㅎ

 

그래두
이렇게 먹구살기 힘든세상에
마누라 파출부 나가라소리 한번두 안하고
죽을동살동 벌어다 일평생 멕여살리는
이제는 반백에 늘어진 뱃살만큼 승질두 늘어져서
물도 제손으로 떠다 먹고 마누라가 맘에 안차는짓을 해도 아모트집도 안잡고

때로 슬금슬금 마누라 눈치까지 살펴보는 남편...

 

이봐요
우리남편 옛날애인님.
고마와요.
당신이 버린 남자, 그남자 내가 주워서 잘 살아오고 있에요.
가끔 눈 내리깔구

끈끈하기가 오뉴월 녹아내리는 엿물겉은 유행가를 듣고 앉았능걸 보면
내기분이 거시기겉이 드러울때도 있셉니다마는
그거야 내남편이 요즘보기 드믄 순정파가 되다보니 그렁게고
지금이사
마누라고 애들이고가 그사람의 영순위야요.

그러니 혹시나

마음속으로
언제 만나서 뜨신밥이라도 한그릇 같이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일랑
아예 하지도 마서요.
그때...우리남편옆에서 도망가줘서
정말 고마와요...

 

우리부부 지금 곱게 손잡고 늙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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