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백수가 되면 남들은 모두 욕한다.
그것도 여자가 거기다가 아줌마이고.
보태서 큰 며느리이면 지진이 날 정도이다.
설날은 모두가 백수가 아니고 괜히 부산해지고 마음가짐도 다 잡고 그러느라
하루는 굳쎄게 마음먹기하다 한나절 보내는 게 일이다.
올 해는 이러지 말아야지.
이번에 뭘 끊고 뭘 시작해야지 수첩에 꼭꼭 눌러 목록을 세우는 것도 이 맘때다.
그럼에도 어지간히 익숙하고 대충 대충 넘어가도 딱히 혼 날 나이는 지났건만
며느리이고 아줌마이고 엄마인 나는 괜히 눈치만 본다.
혹시 누가 나를 보고 흉보고 있지 않을까...
성질은 되바라져가지고 못 된 고집에 시어머니 얼굴을 몇 년 안 뵈어도 끄덕없이 잘 먹고 잘 사는 며느리인데.
전에는 명절되면 죄인되어 이거 어디가서 회개해야 되나 했는데.
지금은 내성이 생겼나 면역이 되었나 그저 담담하다.
나도 자식이 있어 언젠가는 이런 상황 못 지않게 일 벌어지는 것은 조만간일텐데.
그래도 나 혼자서 중얼 중얼 거린다.
괜히 매차없이 명절날 백수 되나.
뭐든 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데.
시작은 했으니 끝은 언젠가 매듭짓겠지...
이렇게 혼자서 위로도 한다.
지금의 시대의 틀이 가부장제도라서 꼭 이렇게 저렇게 안하면 국법을 어겼다 하는 말도 없고
믿을 만한 여론을 조성해서 그대들은 모두 내편으로 몰아놔도 든든한 배경이 될텐데.
혼자서 키우는 생각들이 이젠 아집으로 똥뱃짱으로 무럭무럭 키웠으니.
이게 나였던가 하고 또 헷갈리고.
혼자라도 떡은 해야되겠다 싶었다.
하얀 눈같은 쌀가루를 범벅으로 쪄서 굵게 뽑아내는 가래떡처럼 깨끗하게 재생되는 한 해를 바라는 마음처럼 그저 올 해도 잘 넘어가게 해달라고 부뚜막에 맑은 정수를 길어다 바치는 맘으로 맞이하는 한 해의 처음을 보이고 싶었다.
남편은 무슨 맘을 그렇게 이쁘게 먹었냐며 방앗간에 얼른 가라고 쌀도 실어주고 그러는데.
아마 맘 속엔 드디어 맘 바뀐 며느리 떡해서 시집에 갈려나보다 하고 상상하나 본 데.
덜렁 덜렁 한말의 쌀을 싣고 부웅응 대며 방앗간에 도착해서 보니 할머니 서 넛이 가래떡을 썰어서 자루에 묶인 것을 이고 지고 나갈려다 나를 힐끔 보신다.
아유~~ 지금 떡빼면 언제 굳혀서 떡국을 해먹을려누?
걱정도 다정하게 해 주신다. 굳으면 굳은데로 아니면 아닌데로 떡볶기나 해먹지요...
제사 안지내남? 설날 떡국을 지내야 제...
몇 년간 잊어버린 제사형식은 나를 어리버리하게 했다.
그래 ,, 흰떡국으로 제사를 지내지... 쫀득쫀득한 맛은 조상님도 잘 아실거고.
속으로 그랬다. 지는 엉터리 큰 며느리이죠...
오랫동안 뭉쳐진 응어리들이 따뜻한 국물로 우려내 듯이 풀어졌슴 좋겠구만..
올 해도 내 생각만 굴뚝같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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